▲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영화스틸, 2017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전을 11월 30일(목)부터 2018년 4월 8일(일)까지 서울관 5, 7 전시실, 미디어랩 및 서울박스에서 개최한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전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의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무의식 중에 유령처럼 깊게 스며들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해 나갔는지 살펴보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4명의 할머니(정정화·1900-1991, 김동일·1932-2017, 고계연·1932~, 이정숙·1944~)들의 삶을 할머니와 지인들과의 인터뷰, 유품, 아카이브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속에 흩뿌려진 그녀들의 부서진 시간들을 '믿음, 공포, 신념, 배신, 사랑, 증오, 유령'이라는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서사적 이미지로 복원하고자 한다. 

작가는 미술관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 산 자도 죽은 자도 공존하는 이계(異界)로 설정한다. 주 전시공간인 5전시실은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세계로 건너가기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경계이자 중간 지대이며, 수많은 죽음과 희생의 역사를 감내한 평범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곳이 된다. 이 때문에 미술관은 일종의 다양성이 열리고 공존하는 장소로 이 모든 이야기가 풀어지고, 만나서 교차하는 일종의 그릇처럼 작용한다. 

▲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영화스틸, 2017

이는 군사시설이었던 서울관의 역사적 맥락을 개인의 상처, 역사의 상실과 상흔을 보듬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소로 확장시키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 공간은 완성된 작품을 진열하는 곳이 아니라, 정식 개막(11월 30일) 전까지 사전공개와 워크숍을 통해 작가가 구성한 이야기의 서술에 따라 제단(祭壇), 영화 세트장, 소품실의 형태로 변주되고, 변화되는 공간, 설치 과정 공개 등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공간이 된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사전 워크숍을 통해 관람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갈라진 우리 사회의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개인과 역사를 재구성하며 이름 없는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되찾아 주는 작업에 나선 셈이다. 그는 예술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로서의 역사쓰기를 제안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령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역사가 존재하는 세상 모든 곳에서 다함께 공감할 수 있는 치유의 노래이기도 하다. 그는 거대한 이념에 기생하며, 분단을 지속시켰던 공포의 유령이 이를 통해 소멸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영화 예고편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번 전시 홍보영상은 12월 한 달간 수도권 약 120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임흥순 작가는 한국현대사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양한 미술형식과 영화로 담아왔다. 특히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지만 소외되었던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위로공단'은 베니스 비엔날레(2015)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제 미술계에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였다. 전시와 함께 임흥순 작가의 창작과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국제 심포지엄과 영화 작품 상영을 위한 임흥순 감독 주간이 3월, 한 달 동안 풍성하게 펼쳐진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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