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날 ·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열두 음이 모두 모이면 가야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고대사 가운데 가야에 대한 기록은 매우 적기 때문에 그 역사를 복원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단지 가야가 12국으로 이루어져 있던 정치연맹체로 주로 경상남도 대부분과 경상북도 일부 지역을 영유했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12 나라 중 2곳은 그 위치마저 불확실하다. 하지만 가야는 지금도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으니, 바로 가야금을 통해서다.

'가야십이지곡'은 가야의 멸망 직전, 금으로 열두 음을 지으라는 신탁을 받은 '우륵'이 전쟁 속으로 여정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신탁은 열두 음이 완성되면 가야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했지만, 신라의 화랑 '사다함'에 의해 멸망해가는 가야를 보며 '우륵'은 신탁과 현실의 괴리에 좌절한다. 하지만 '니문'과 '소율'을 만나면서 가야의 남은 사람들 속에서 살맛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 속에서 음을 완성해나간 '우륵' 덕분에 가야는 끝내 멸망하지만 열두 음으로 만들어진 '가야금'을 통해 가야는 되살아난다.

작품의 이야기는 기승전결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대사가 흔히 사용하지 않는 어투기 때문에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사도 몇 있지만, 이야기에 음악이 어우러져 작품을 따라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가야금 명칭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 것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소극장으로는 드물게 독특한 라이브 밴드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한국적인 가락이 국악기와 양악기를 함께 사용하는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무대는 특별한 소품이 없어서 다소 썰렁하다. 가야금 소품도 조명을 받으면 빛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극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임을 고려하면 빈약해 보인다.

'가야십이지곡'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극을 이끌어나가는 '우륵'은 굉장히 올곧다. 자신의 임무를 누구에게도 전과시키지 않는 그 올곧음 때문에 신탁의 무거움을 혼자만 감내한다. 하지만 '소율'과 '니문'을 만나면서 '우륵'은 웃을 줄도 알게 된다. 신탁을 이유로 '소율'의 마음을 외면하지만, 끝끝내 십이지곡을 완성하고 떠난 저 먼 세상에서 환히 웃으며 만나는 이는 다름 아닌 '소율'이다. 작품에서 특히 최재림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우륵'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비중이 크고 설정이 가장 탄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지만 단순히 그뿐만 아니라 배우 최재림의 노래 실력을 더해져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소율'은 '우륵'을 만나기 전까지는 유약한 여자였다. '소율'은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를 잃고 자결을 하려는 순간 '우륵'을 만난다. 그리고 '우륵'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고난의 길을 걷는 것을 보며 점차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수동적이었던 '소율'은 달라진다. 신라의 화랑 '사다함'이 '우륵'의 일을 비웃었을땐 '소율'이 나서서 "칼은 사람을 죽여도 음은 세상을 구할 것"이라며 그 대신 죽음을 맞는다.

극의 분위기가 마냥 무겁지 않도록 등장하는 '니문'은 톡톡 튄다. 금 소리가 밥 같다며 금을 훔치려고 하는 것부터 웃지 않는 '우륵'에게 자신을 따라 웃어보라고 하는 장면까지. 그러나 '니문'은 전쟁 속 죽음보다 더한 굶주림에 죽은 누이를 먹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우륵'이 하는 일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우륵'을 좋아하는 '소율'을 보며 질투를 느끼는 '니문'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륵'이 끝내 음을 모두 찾아내는 것을 보고 그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다만, 설정에 비해 캐릭터의 특징이 약한 것이 아쉽다.

'사다함' 캐릭터는 설득력도 없고 극에서의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야를 멸망시키는 인물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에 비해 '사다함'을 설명해주는 장면은 몇 되지 않는다. 더구나 냉철함을 드러내고자 한 것 같은 장면들이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그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한편, '가야십이지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음악극창작과 출신들이 모인 창작집단 '기능재부'의 작품이다. 그래서 한예종 출신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며 공연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제작지원작으로,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개최한 2014 뮤지컬 신작 릴레이 공연 '쇼케이스 페스타'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십이지곡을 찾아 떠나는 악공 '우륵' 역은 배우 최재림이, 굶주림에 죽은 누이를 먹은 자괴감에 시달리던 전쟁고아 '니문' 역은 고은성이 캐스팅됐다.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를 모두 잃은 '소율' 역은 배우 안은진이 맡았다. 이 외에도 김지강, 나경호, 김정현, 이기현이 극에 풍섬함을 더한다.

  * 뮤지컬 정보
   - 제목 : 가야십이지곡
   - 공연날짜 : 2015. 1. 24. ~ 2015. 2. 1.
   - 공연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 작·작사 : 박소종 / 연출 : 육지
   - 출연 : 최재림, 고은성, 안은진, 김지강, 나경호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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