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극장 혹은 집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최근 작품을 보면 항상 뜨는 파란색 바탕 화면이 있다. '토토로'의 실루엣이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로고 화면이다. 당분간 이 로고를 재개봉이 아닌 이상 극장에서 볼 수 없다.

지난해 여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선언과 재정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잠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장편 신작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소식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18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5만 관객을 동원했다. 아직도 스튜디오 지브리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추억의 마니'는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사실상 해체' 선언이 나올 무렵 개봉했다. 물론 일본에서의 흥행은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즈니의 '말레피센트'와 '극장판 포켓몬스터 XY : 파괴의 포켓몬과 디안시'에 밀려 3위로 출발했기 때문에, 지브리의 해체 이유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당시 일본 현지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뛰어난 작화와 음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삿포로에 사는 12살 소녀 '안나'(타카츠키 사라)는 친구도 없이 마음의 문을 닫고 산다. '안나'는 요양차 방문한 바닷가 마을에서 어디서 본 듯한 저택을 발견한다. '안나'는 아무도 살지 않는 흉가 같은 저택에서 소녀 '마니'(아리무라 카스미)를 만난다. '안나'는 '마니'의 초대로 저택 파티도 참석하지만, 다음날 낮에 찾아간 저택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로 남아있게 된다. 그 이후 '안나'와 '마니'는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니'가 사라져 버리고 그 저택엔 소녀 '사야카'(스기사키 하나)가 이사를 오게 된다. '사야카'는 자신의 방에서 우연히 '마니'를 발견하고, '안나'와 '사야카'는 '마니'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추억의 마니'는 1967년 출판된 조앤 G.로빈슨의 영국 아동문학 작품 'When Marnie Was There'를 원작으로 했다. 이 책엔 아름다운 습지와 옆에 있는 저택의 정원들에 대한 묘사, 그리고 '안나'와 '마니'가 달빛을 받으며 왈츠를 추는 모습을 섬세하게 화면으로 옮겼다. 3D, 심지어 4D로도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공세 속에, 연필선이 살아 있는 주인공의 그림체와 삿포로의 도시적인 풍경, 바닷가의 모습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정경 등은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마루 밑 아리에티'를 연출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이번 작품을 "성인들의 아픔만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 버림받은 소녀들의 영혼을 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작품이 꼭 10대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작품은 아니다. 어른들도 이 작품을 통해 무언가 고립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통해 힐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보는 이의 감수성에 따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실제로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린 CGV 왕십리에선 일부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여운을 느끼기 위해 프리실라 안이 부른 주제가 'Fine On The Outside'가 나오는 엔드 크레딧엔 극장 불이 켜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관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끝으로, 이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30주년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과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모습은 마치 이번 작품에서 '안나'가 요양차 바닷가 마을로 향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치히로'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담은 것처럼, '안나'도 자신의 과거 아픔을 딛고 성장한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추억의 마니'는 제목처럼 스튜디오 지브리 30년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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