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공부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대부분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석/박사 학위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나아가 본인의 식견을 높이고 왔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과정을 흔히 '유학'이라 한다. 대체로 대학 학사학위를 받은 이후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본인의 안목을 키운 이후에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사람들 중 교직에 몸담기를 희망하는 이들을 교수로 초방하고는 한다.

그리고 사정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야구에도 그동안 간헐적으로 '유학'을 경험한 이들이 있다. SK의 김동엽은 북일고 진학 이전에 일본에서 야구를 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은 해체된 독립 야구단 서울 해치에서 활약했던 내야수 김동민은 이이즈카 학원과 후쿠오카 경제대학교에서 유학을 했다. 넥센의 좌완 유망주 김성민도 상원고 졸업 이후 후쿠오카 경제대학교를 졸업했다. 물론, 유학을 경험했던 이들이 100% 프로야구에 진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생활을 하는 등 유의미한 인생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야구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가 올해에도 있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서울고 외야수 홍민재(18)는 미국 대학 야구 1부 리그에 속한 애리조나 웨스턴 칼리지(Arizona Western College) 진학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게 될 주인공은 야구 유학으로는 다소 생소한, 중국으로 진로를 결정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상우고 내/외야수 박우현(19)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이나 일본, 타이완이 아닌 국가에서 야구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일이지만, 향후 중국 시장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포천의 아들, 야구에 눈을 뜨다.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지었던 2008년, 중국 야구에서도 꽤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홈구장 이점을 안고 있었다고 해고 중국 야구가 타이완을 꺾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타이완 야구의 실태와 더불어 크게 부각이 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듬해 열린 WBC에서도 루지엔강의 역투와 마이너리거 창레이(Raymond Chang)를 앞세운 중국이 또 다시 타이완을 꺾었던 것이었다. 중국 야구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던 것이다. 수십 억 중국 인구 시장을 감안해 보았을 때 야구 역시 활성화될 수 있었지만, 정작 프로리그 출범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 중국에서도 프로리그 창설 움직임이 있었다. 구단 규모도 약 20개 정도로 감안할 만큼 꽤 큰 사업이었다. 향후 5~6년 이후 지금의 세미 프로 구단을 중심으로 창단 작업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박우현은 바로 이러한 중국 야구의 뼈대를 완성할 수 있는 시점에 유학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사실 박우현도 앞서 보도한 서울고 홍민재처럼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 다소 늦었다. 초등학교 입학 역시 고향 포천에 있는 학교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6학년이 되었을 때 야구를 위하여 일산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포천에는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찾다 보니, 일산까지 갈 수밖에 없었죠. 현산초등학교에서 6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 설악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상우고는 설악고 진학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전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안계장 감독, 그리고 중국 야구 시장

박우현이 상우고로 전학하게 된 데에는 안계장 감독의 도움이 컸다. 전남고에서 생물 교사로 근무하면서 야구부를 창단했던 안 감독은 이순철-김태업을 발굴한 데 이어 모교 선린상고 감독을 맡으면서 송구홍과 이병훈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모교 출신들이 항상 감독을 맡는 전통을 지니고 있던 휘문고에서도 '최초 타교 출신 사령탑'으로 근무하면서 고교 최초 4연타수 홈런의 주인공 故 박정혁과 에이스 임선동을 중용했다. 오랜 기간 야구계에서 큰 영향력을 미쳤던 안 감독과 인연이 닿았던 것은 박우현에게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

"사실 이번에 중국 유학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것도 안계장 감독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번에 입학하게 될 학교가 중국 남경 공업대학교인데, 안 감독님께서 입학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없었습니다. 상경대학에 진학할 예정인데, 경제학과나 무역학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대학야구연맹회장을 역임했던 안 감독은 건강 문제로 잠시 그라운드를 비우긴 했지만, 퇴원 이후 왕성한 활동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수십 억 인구가 내재된 중국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하면서 여러 차례 비행기를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6년 후 중국 프로야구 시장이 개장될 경우, 지금부터 유학을 선택하여 창단 멤버로 중국 야구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사실 중국 프로야구 창단 멤버 욕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욕심은 크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합류는 하고 싶으나, 유학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야구는 하겠으나, 지도자 혹은 에이전트 쪽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남경 공업대 재학 중 베이징 대학교 편입도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한 만큼, 중국어 학습은 필수라는 것이 안계장 감독과 박우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 중국 야구 시장이 크지 않고, 수준 역시 국내 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초반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심지어 박우현은 별도 테스트를 받지도 않았다. 서류 심사만 진행하여 바로 입학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한 만큼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 누구라도 도전을 할 수 있지만, 타국의 학생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박우현 역시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중국 유학이 결정된 이후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기초 중에 기초는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섬세한 감정 표현이나 회화는 아직 모자랍니다. 그래서 2년간 어학연수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우현은 야구 하나만 바라본다면, 중국에 오는 것보다 국내에서 2년제 전문대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본인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좋지만, 야구 하나보다는 사회를 배운다는 심정으로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박우현의 솔직한 이야기다.

"제가 내년에 만으로 20살입니다.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를 단정짓기에는 어린 나이죠. 그래서 저는 성공이나 실패를 가늠하는 것보다 용기 내어 도전한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야구 하나만 바라보기에는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받은 사랑이 많아 그런 분들에게 헌신하고 싶습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도와주신 안계장 감독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가볍게 해 주시는 조언으로 인하여 바로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장 신뢰하는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라도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특히, 중국으로 대학교부터 들어가는 야구 선수는 제가 처음이니까,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니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우현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 국내 아마야구 유망주들은 미국이나 일본, 타이완 외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필자 역시 그의 유학 생활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방법으로도 진학을 할 수 있고, 현지에서는 이렇게 생활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그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eugenephil@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