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굳건한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리차드 2세'. 그는 자기 사촌인 '볼링브루크'와 '모브레이'가 서로 반역죄로 고소하자 둘을 불러 재판 대신 결투를 명한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삼촌 '곤트' 공작의 아들 '볼링부르크'의 야심을 알고 있던 '리차드 2세'는 고소를 핑계 삼아 '볼링부르크'에게 6년간의 유배를 명한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유배에 충격을 받은 '곤트'는 병이나 사망하고, '리차드 2세'는 '곤트'의 재산을 몰수하여 아일랜드 원정을 위한 군자금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볼링브루크'는 '리차드 2세'가 아일랜드 원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수도로 쳐들어와 아버지가 억울하게 뺏긴 자신의 땅을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헨리 4세'로 칭하며 왕권을 탐하게 된다.

'리차드 2세'는 폼푸렛의 성에 유배당하고, 그의 지지 세력들은 반란을 꾀한다. 그러나 '헨리 4세'에게 들키게 된다. '헨리 4세'는 자객을 시켜 '리차드 2세'를 감옥에서 살해하고 스스로 참회를 위해 수도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여기까지는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리차드 2세'의 줄거리다. 이렇듯 영국 역사에서 가장 민감한 왕위찬탈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정치적인 이야기다.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차드 2세' 작품이 발표될 당시 정치적인 목적으로 공연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년을 맞아 국립극단에서 올린 '리차드 2세'는 펠릭스 알렉사의 연출로 현대적인 접근을 통해 해석됐다. 예를 들면 첫 장면에서 볼링핀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배우들이 바와 비슷한 장소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하는 장면, 군인들이 칼이 아닌 총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그렇다. 정확한 국적과 시대를 알 수 없는 곳이기에 단순한 영국 왕조의 정치 싸움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이 내세우고 싶은 것은 셰익스피어의 원전 '리차드 2세'처럼 역사가 냉혹하게 원하는 사회 질서의 재정리를 위한 변화가 이뤄지는 단계에서 한 연약한 인간이 겪는 수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펠릭스 알렉사 연출은 한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탐색하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을 대변하듯이 이 공연엔 원작에 없는 '어린 리차드 2세'가 나온다. 이 작품의 첫 장면에서 '어린 리차드 2세'는 종이배를 접으며 명상을 한다. 그리고 '리차드 2세'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서도 나란히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리차드 2세'의 현재의 모습과 대비되며 연약한 내면의 순수함과 본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상징한다.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며 겪게 되는 '리차드 2세'의 절망과 성숙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원작에는 없는 왕의 시녀가 등장한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극의 시적인 흐름을 완성한다. 그리고 작품에서 음악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대가 상황에 따라 암전되면서 나오는 음악은 앞으로의 상황과 현재 상황을 관객들이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이번 작품은 무대 역시 훌륭하게 구성됐다. 원근법을 사용한 무대가 그러하다. 소실점이 하나인 '1점 투시'처럼 무대는 멀고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3톤에 가까운 물이 흐르고, 스티로폼이 아닌 실제 자갈이 깔린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무대로 극적인 연출을 도와줬다. 여기에 2층 공간이 나오는 장면은 장대함마저 느끼게 했다. '리차드 2세' 김수현, '볼링브루크' 윤정섭, '곤트의 존' 오영수 등 여러 작품에서 수상한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었다.

  * 연극 정보
   - 제목 : 리차드 2세
   - 공연날짜 : 2014. 12. 18. ~ 2014. 12. 28.
   - 공연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원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 연출 : 펠릭스 알렉사
   - 출연 : 오영수, 김수현, 윤상화, 백익남, 김태범 등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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