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사진은 영어로 'Photograph'라고 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빛인 'Phos'와 그리다인 'Graphos'가 합쳐진 것이다. 그러니까 '빛으로 그린 그림'이 사진이다. 사진작가는 이런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세상을 써내려가는 사람이다.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므로 사진의 어원으로 출발한다. 어원의 의미 풀이 후 영화는 흑백 사진들로 표현된 브라질 금광을 보여준다. 떨어지면 죽음뿐인 사다리를 위태롭게 올라가는 인간 군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원시 부족들의 모습들과 현재 우리의 모습,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이 파노라마처럼 공개된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설명하는 이는 이 사진들을 찍은 세바스치앙 살가두다. 브라질 출신의 사진작가인 그의 일생과 사진이 이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 '피나'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감독 빔 벤더스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아들인 훌리아노 리베이로 살가두가 공동으로 연출과 내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들은 자연스레 존경하는 사진작가이자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따라간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나오는 세 명의 코멘터리들은 우리가 사진 전시회를 갔을 때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다.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자연을 찍는 사진작가라기보단 '르포 사진작가'였다. 그는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비극적인 전쟁과 기아의 현장에 항상 찾아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100개가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서 그 실상을 알리는데 주저함이 없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사진 저널리즘'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신화로 불린 인물이다. 물론 일부 비평가들은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심미적으로 표현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는 아프리카 각국의 내전 현장을 돌아다니며 그가 찍은 여러 사진을 통해 잔혹한 현실을 인간들에게 보여준다. 에티오피아에선 반군 헬리콥터의 기관총 난사에 수단으로 쫓겨가는 난민들의 모습을 본인도 죽음을 무릅쓰고 취재했다. 말리에선 뼈만 앙상히 남은 엄마와 굶주려 죽은 아이를 찍었다. 특히 그는 르완다의 참혹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영화 '호텔 르완다'를 통해서도 알려진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란을 통해 그는 "인간이란 종족은 어떤 구원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사헬, 이 길의 끝', '아더 아메리카'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인간의 폭력성에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고국 브라질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이 있는 열대우림은 역시 인간의 폭력 아래 황폐해졌다. 이에 아내 렐리아 와닉 살가두와 더불어 열대우림을 되살리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스티투토 테라'를 세워 10년이 넘는 시간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황폐한 땅이 다시 나무로 우거진 숲이 되며 동물들도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의 삶도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잡은 그는 태초의 지구를 기록하고 싶어 했다. 창세기의 영어 표현인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가 오랫동안 셔터를 눌렀던 황폐해진 인간의 모습과 지구를 담은 것이 아닌 긍정적인 세상의 빛과 소금을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 탐험을 떠났던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 등 지구의 여러 동식물과 풍경에서 태초의 자연을 담아냈다. 그의 사진들은 지구에 바치는 헌사이자 세상에 보내는 사랑의 편지였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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