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만석(왼쪽)과 황정민(오른쪽)이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관객들이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스태프에 관해 관심을 가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황정민, 오만석, 송영창, 김원해, 서범석, 김재범, 윤공주, 박혜나 등 뮤지컬을 아는 팬들이건 혹은 낯선 이들이라도 뮤지컬 '오케피'의 나오는 출연진의 리스트를 보면 한 번쯤은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뮤지컬 '오케피'는 뮤지컬 무대 아래 공간에 있는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를 무대화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 번쯤 궁금했지만 제대로 본 적 없는 무대 아래 공간에서의 웃지 못할 사건과 사고의 연속을 극적 구성으로 잘 묘사한다.

오는 12월 18일, LG아트센터에서의 공연 개막을 앞두고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뮤지컬 '오케피' 연습 시연 공개 행사가 열렸다. '베테랑', '국제시장'으로 '쌍 천만 배우'라는 칭호가 붙은 배우 황정민이 오케스트라를 총괄하는 '지휘자'인 '컨덕터' 역과 함께 연출을 맡았다. 또한, '레베카'와 '킹키부츠' 등의 뮤지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오만석이 더블 캐스팅됐다. 두 배우의 사회로 연습 시연이 진행됐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취재진의 입가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뮤지컬 연습 시연 후, 주요 배우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열렸다. 김문정 음악감독, 황정민, 오만석 배우에게 관심이 쏠린 가운데, 오케스트라의 모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하프' 연주자로 '아리랑'에서 감동을 선사한 윤공주,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로 인정받은 린아, 지휘자의 아내이자 오케스트라의 2인자 '바이올린' 역의 박혜나, 카사노바 같은 매력남인 '트럼펫' 연주자를 연기한 최재웅, 김재범, '피아노' 연주자로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인 송영창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시간 관계상 출연한 모든 배우의 이야기를 들을 순 없었지만, 답변한 배우들에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 현장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 뮤지컬 '오케피' 출연 배우들이 단체 포토타임을 가졌다.

작품을 소개해달라.

ㄴ 오만석 : 이렇게 일찍부터 모여서 연습한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것 같다. 황정민 선배님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서 즐겁게 연습 중이다. 뮤지컬 '오케피'는 무대 위의 화려한 배우 이야기가 아니라 무대 밑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소시민들의 이야기라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뮤지컬이다.

옆에서 보기에 평소 황정민 연출은 어떻게 작품을 연습하고 있나?

ㄴ 오만석 : 연습실에서 연출을 하다 보니 내가 연습을 많이 해서 본 적이 별로 없다. (웃음) 평소에 본인 순서만 빼고 모든 캐스트의 대사를 다 직접 녹음을 한다. 연습에 방해되지 않도록, 본인은 다른 배역의 대사를 녹음하고 녹음기를 통해 빈 부분의 자기 대사를 연습한다. 저희의 연습을 먼저 시켜준다. 치밀하게 연습을 준비하는 스타일이라 어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컨덕터'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흥행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일 것 같다. 그런 점에 완벽한 '컨덕터'를 연기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맡은 계기가 있다면?

ㄴ 김문정 : 2012년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을 같이할 때, '오케피'의 대본과 CD를 건네줬는데 두 가지 면에서 깜짝 놀랐다. 첫 번째로, 피트에서 있는 미주알고주알 같은 일들이 재밌어서 작품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대본의 내용을 보고 난 후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것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다. 두 번째는 화려한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배우가 어떻게 이런 스토리에 관심과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보여서 놀라웠다.

믿을만한 연출과 동지애가 있어서 우선순위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연습과정 중 캐스팅된 배우가 음악팀과 오케스트라들이 가끔 와서 박장대소하고 웃고 가고 있다. 이분들의 캐스팅은 악기와 연기 스타일을 맞춰서 했다. 더블 캐스팅임에도 불구하고 악기 성격과 피트에서 어떠한 행동, 역할을 하는지가 매치가 잘된다. 한 장면과 용어 하나까지도 재밌게 보고 있다. 관객들이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스태프에 관해 관심을 가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 배우 송영창(왼쪽)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같이 작업을 하면서 선배 배우로 어떤 자극을 받았나?

ㄴ 송영창 :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연출로는 별로 믿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보고 연출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섬세하고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의 감성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런 이해력이 좋다. 배우들이 보통 게으른데, 황정민 연출은 아니었다. 오후 12시 연습이 시작되고 내가 아침 9시 30분쯤 연습실에 올 때, 오만석 씨 이야기처럼 혼자 녹음 틀어놓고 연습을 한다.

올 때마다 일찍 와서 저렇게 열심히 하면 무엇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성실함이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본다. '웃음의 대학' 연기하면서 어떤 작품이 있는데, 4년 전부터 이 작품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작품인지 꿈에도 몰랐다. 나 역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 놀랐다. '베테랑'에서도 같이 호흡을 맞췄지만, 내가 존경할 수 있는 후배 배우이자 연출가여서 너무 행복하다.

뮤지컬 '오케피'를 연출하겠다는 계기는 무엇이었나?

ㄴ 황정민 : 2008년 '웃음의 대학' 연극을 할 때였다. 여기 있는 송영창 선배님과 초연을 같이 했는데 난리 났었다. 작품이 워낙 좋아서 작가인 미타니 코키의 작품을 보며 어떤 사람인가 했다. 그러다 뮤지컬 한 편이 있다는 것을 보고 DVD를 구하게 됐다. DVD를 보는 순간 "나는 이걸 해야겠다. 분명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당시 한국에서 보여주는 뮤지컬은 쇼적인 것이 많을 때였다. 화려한 쇼 같은 느낌이 많았는데, 이건 연극적이면서도 뮤지컬의 감동도 있었다. 이걸 관객들에게 보여줘 "이런 뮤지컬도 있다"고 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원작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

ㄴ 황정민 : 예술의전당에서 한 뮤지컬 '원스'를 보면서 잘 만들었고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객분들이 "이게 뮤지컬이야, 연극이야"라고 한 것에 충격받았다. "이런 형태의 뮤지컬도 있는데"라고 생각해서 겁이 났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실제로 한 세트로 무대가 움직이지 않는데, 준비하면서 좀 더 뮤지컬답게 하려고 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뮤지컬로 보이게 하려고 무대 감독님과 올 초부터 만나 계속 준비를 해서 이런 움직이는 형태의 무대가 나왔다.

   
▲ 김재범(가운데)을 비롯한 배우들이 연습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트럼펫' 연주자의 캐스팅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어떤 점이 닮았나?

ㄴ 김재범 : 굉장히 치열한 경쟁률의 역할인지 오늘 알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하다. 한마디로 나쁜 남자이나, 나쁜 놈이다. 그 점이 나랑 닮지 않았나 싶다. (배우들이 다들 기침을 한다) 감사합니다.

최재웅 : 저희가 20년 가까이 되는 친구다. 둘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둘이 뭐가 다른가 보다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웃음) 둘 다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되니 어느 때보다 공연을 보러오기 더 좋을 것 같다.

'하프' 역시 캐스팅 경쟁이 치열했다.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뒀나?

ㄴ 윤공주 : 하프가 오케스트라 악기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 하프 연주자라 하면 화려할 것 같고, 부잣집 딸일 것 같은 그런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배역을 연기할 때,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고 싶었다. 진짜 나의 모습을 뒤로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게 되니, 외롭기도 하고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보이는 것 같다. 화려한 겉모습 뒤의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역할이다.

린아 : 방금 윤공주 언니처럼 배우가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인다. 그 이면엔 외롭고 우울한 면도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무대 위에 화려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무대 아래에선 어렵고,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다. '하프'의 역할에 관심 가고 공감이 많았던 것이 있다.

바이올린을 직접 구매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ㄴ 박혜나 : 여기 나오는 모든 배역이 다들 성장을 하는 역할이다. '바이올린' 또한 '하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진짜 나 자신이 뭘 까라는 생각, 내가 정말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통해 그 계기를 점차 찾아가고, 판단을 내리면서 '나 혼자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역할이다.

   
▲ (왼쪽부터) 배우 오만석, 황정민, 김문정 음악감독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실제 뮤지컬 오케스트라의 피트 풍경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

ㄴ 김문정 :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컨덕터'라는 중심축이 있다. 보통 주·조연을 앞세워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뮤지컬이지만, 이 작품엔 모두가 주연이다.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 주제이고 중심축이다. 실제 현장과 무대가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피트가 '구덩이'라는 의미처럼 꺼져있는데 그걸 표면으로 올려야 했다.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이 함께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있는데, 같이 보여줘야 하므로 구조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컨덕터'를 중심으로 음악을 시작하고 끝내는 동안 나오는 돌발상황의 에피소드, 대처능력, 센스를 발휘하는 부분은 80~90% 흡사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모든 장면이 신선하고 새롭게 보일 것이라 본다.

초호화 캐스팅이다. 캐스팅 배경을 듣고 싶다.

ㄴ 황정민 : 여기 있는 배우들이 다른 곳에선 주인공을 하신 분들이라 한 분 한 분 캐스팅하기가 솔직히 힘들었다. 다들 솔로만 하던 분들이니 합창도 힘들었다. (웃음) 캐스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처럼 '오케피' 배우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봤다. 유명하거나, 유명하지 않든 간에 그 역할에 딱 맞는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수많은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저 배역은 저 사람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레고 퍼즐처럼 조합했다. 한꺼번에 캐스팅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캐스팅을 조금씩 해왔다.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웃음)

개런티 문제는 어떤가?

ㄴ 황정민 : 개런티 문제는 제작사가 처리해서 잘 모르겠다. (웃음) 이 분들 중에 나를 도와주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작품이 좋아서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섭외는 내가 몇 년 전부터 공연 보며 이 역할엔 이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PD와 음악감독 등과 같이해서 도움을 많이 줬다. 500명 정도 오디션을 봤었다. 몇 가지 역할을 보여주면서 된 분도 계시다. 그렇게 섭외가 이뤄졌다.

   
▲ 배우 황정민이 뮤지컬 '오케피'의 연출을 맡았다.

5년 전부터 준비했다면, 창작극으로 해볼 생각은 없었나? 라이센스를 올려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ㄴ 황정민 : 창작의 아쉬움은 당연히 있다. 그 정도 할 능력이 나는 안된다. 안 되는 것을 어쩌겠는가? (웃음) 이런 톱니바퀴 식의 좋은 작품을 쓸 능력이 있는 분이 없다는 것은 내 얼굴에 침 뱉기다. 하지만 대극장에서 연극이나 뮤지컬 하는 것을 보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 분이 있으면 당연히 했을 것이다. 외국 작품을 사 와서 하는 죄스러움은 있다.

이 작품도 원작이 일본 작품이기 때문에, 배역이 모두 일본 이름이었다. 일본 원작자를 만나며 이야기를 해 그런 부분을 고쳤다. 그래서 "이게 일본 작품이었어?"라고 할 정도로 한국식으로 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 여기 제작사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5년 후엔 제대로 된 창작품을 해보자고 제안을 드리곤 있다. 5년 후엔 이 질문의 해답이 나올 것이라 본다.

앞서 뮤지컬처럼 무대를 바꾸게 됐다고 말을 했다. 정확히 어떤 이유였나?

ㄴ 황정민 : 뮤지컬이기 때문에, 무대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구조적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생각에 무대가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봤다. 중요한 건 나는 소를 따르지 않고 대를 따른다. 관객이 원하는 대로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관객의 70%가 "이게 뮤지컬이야? 연극이야?"라고 말하면 내가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런 작품이 있다고 보여야 할 이유는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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