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검심: 도쿄 대화재편' 포스터 ⓒ 아뮤즈코리아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세일러문 실사판. 코난 실사판. 독수리오형제 실사판. 그동안 일본의 애니메이션 실사화는 많은 '덕후'들의 꿈과 순정을 무참히 짓밟아왔다. 그나마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작품이라고 한다면 L의 마츠야마 켄이치가 높은 싱크로율로 활약한 '데스노트', 그리고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정도가 있겠다. 하지만 숱하게 쏟아진 실사판 작품 중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이니 타율은 그다지 높지 못한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 부질없는 실사화 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가운데 '바람의 검심'이 등장했다. 사실 탐탁치 못한 전례가 많았던바 '바람의 검심'에 대한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바람의 검심' 원작 만화는 일본에서도,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고, 우려의 목소리는 높았다.

그러나 팬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바람의 검심'은 예상외의 선전을 이뤄냈다. 상처 입은 '덕후'들의 마음을 약소하게나마 달래줬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뜻밖의 위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바람의 검심: 도쿄 대화재편' 스틸컷 ⓒ 아뮤즈코리아

이유 그 첫 번째는 제작비를 아낌없이 쏟아 부은 듯한 세트와 배경이다. 스케일이 클 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살아있다. 폐허, 불탄 마을, 시시오의 요새, 그리고 메이지 시대의 일본 거리까지 만화 원작 영화의 틀을 벗어나 일본 시대극 영화로의 한 발을 내딛은 퀄리티다. 거기다 과거의 느낌이 묻어 있는 화면 색감도 한몫했다.

이유 그 두 번째로는 히무라 켄신 역을 맡은 배우 사토 타케루의 공이 크다. 사실 원작 만화의 켄신은 3D로 구현해내기 까다로운 설정의 캐릭터다. 예쁜 외모와 순박함을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그 이면에는 카리스마와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녀야만 한다. 그런데 사토 타케루는 이 까다로운 조건 대부분을 합격점 수준으로 충족시켰다. 외모나 분위기의 싱크로뿐만 아니라 과감한 액션도 수월하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람의 검심'이 괜찮았던 이유 그 세 번째이자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는 바로 액션이다. 실사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탓인지 서로 검을 들이댄 채 온갖 과거와 죽어간 동료들을 회상하다 몇 번 챙강챙강 하고서 어물쩍 넘어갈 것을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습 투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절도 있고 빠른 액션으로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또한 현대 액션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검, 진검 퍼포먼스로 액션에 화려함과 기교를 더했다. 어물어물 넘기는 것 없이 검이 맞붙는 순간을 화끈하게 보여준다.

   
▲ '바람의 검심: 도쿄 대화재편' 스틸컷 ⓒ 아뮤즈코리아

하지만 이러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한들 '바람의 검심: 도쿄 대화재편'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바람의 검심: 도쿄 대화재편'도 일본 실사판의 한계를 온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원작 만화의 기나긴 이야기를 2시간 남짓에 압축시키려니 생략되고 왜곡되는 부분이 많아 영화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고 부산스럽다. 또 내용상 유치한 부분도 있다. 물론 "원작이 만화니까" 하며 넘어가 줄 만한 단점일 수도 있으나, 일단 극장 스크린에 걸린 이상 한 편의 영화로서 독립적인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사토 타케루의 켄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실사판 전례들도 피해가지 못한 배우-원작 캐릭터 간의 간극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최대한 원작을 그대로 옮겨오려 애쓴 것은 알겠으나 결과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오글거릴 뿐이다.

그러나 유효타가 적었던 실사판 대열에서 준수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 훌륭한 액션 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의 검심' 원작 만화를 본 팬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문화뉴스 유하영 기자 young@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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