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데카이' 스틸컷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조니 뎁, 기네스 펠트로, 이완 맥그리거. 과연 상위 1% 캐스팅이라 할 만 하다. 화려한 별들로 수놓아진 영화 '모데카이'는 한 때 잘나가던 영국 귀족이었으나 이제는 자칭 아트 딜러 타칭 사기꾼인 찰리 모데카이(조니 뎁 분)가 그의 기상천외한 동료들과 함께 의문에 싸인 명화를 추적하는 범세계적 소동극이다.

어느 날 모데카이의 옛 동창이자 현직 특수요원인 마트랜드가 모데카이를 찾아온다. 그의 용건은 도둑맞은 명화를 되찾아 달라는 것. 모데카이는 마트랜드의 제안을 거절하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세간에서는 모데카이가 그 명화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고, 설상가상으로 알고 보니 그 명화에는 나치의 비밀 계좌 번호가 숨겨져 있어 모데카이는 등 떠밀리듯 명화의 행적을 좇아 나선다. 모데카이는 명화를 쫓고, 모데카이가 그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러시아 큰 형님들, 테러리스트와 중국 마피아들은 모데카이를 쫓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 '모데카이' 스틸컷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찰리 모데카이를 통해 조니 뎁은 관객들이 으레 조니 뎁에게 거는 기대를 충족시켰다. 모데카이는 조니 뎁만이 소화할 수 있는 능청맞고 익살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과거 그가 거쳐 왔던 여타 캐릭터들과는 묘하게 다른 매력을 풍긴다. 난관에 맞닥뜨리면 도망치기 바쁘고, 하인에게 칭얼대기 일쑤인 데다 대책도 없고 철도 못 든 사기꾼. 겁 먹을 때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다람쥐 같은 표정을 짓는 모데카이는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럽다.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모데카이 스스로만큼은 멋지다고 자부하는 콧수염 또한 관전 포인트.

   
▲ '모데카이' 스틸컷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모데카이'에 스파이 작전 뺨치는 멋진 예술품 사기극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느낌은 마치 영화 '셜록 홈즈'를 봤을 때의 그 복잡다단한 감상과도 같다. 셜록에 기대한 추리극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주드 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유쾌하고 멋들어진 액션을 보여줬으니 괜찮아. '모데카이'도 비슷하다. 뚜껑을 열기 전 기대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실 '모데카이'는 대놓고 판타지 명함을 내걸진 않았으나 다분히 판타지적인, 만화적인 요소가 많다. 성性과 죽음은 희화화되고, 몇 번이나 총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남자, 남자라면 누구든 반하게 만들 수 있는 여자 등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설정들이 등장한다. 개그 코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 어설프게 발 걸치고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확 비뚤어져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유쾌하다. 말하자면 '막장스러운'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 '모데카이' 스틸컷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전개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성큼성큼 뛰어넘는다. 3D 월드맵을 통한 공간 전환 장면은 마치 관객까지 이 나라 저 나라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주고, 보여 줄 것만 속도감 있게 잡아내는 화면은 '모데카이'의 만화 같은 내용과 어울린다. 다만 '모데카이'를 3인 3색 컨셉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남는다. 조니 뎁의 모데카이 원맨쇼, 혹은 기네스 펠트로와 조니 뎁의 부부 사기극 정도가 더 걸맞지 않을까.

문화뉴스 유하영 기자 young@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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