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애인의 투르게네프 원작 김지수 각색 강예슬 연출의 무무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극단 애인(대표 김지수)은 장애인이 출연하는 극단이다. 2007년에 설립이 되어, 뇌성마비(腦性痲痺), 척수마비(脊髓痲痺), 지체장애(肢體障碍) 연기자들이 출연해, 2009년 창단공연으로 <함께 부르는 노래>, 2010년 <장애인의 몸짓으로 풀어낸 고도를 기다리며>, 2011년 <고도를 기다리며>, 2012년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2013년 <손님>, 2014년 <너는 나다>, 2015년 8월 <제물포별곡> 등을 공연하고, 2013년에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밀양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투르게네프(Ivan S. Turgenev·1818~1883)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관료 생활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와 아들> <첫사랑> 등 휴머니즘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소설을 썼다. 특히 존 골즈워디가 19세기 세계 문학 중 가장 감동적인 소설이라 극찬했던 <무무>는 황제 알렉산드로 2세가 농노제 폐지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1854년 출간된 투르게네프의 단편소설 <무무(Mumu)>는 벙어리이자 귀머거리 농노인 게라심과 그가 사랑한 강아지 <무무>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다.

   
 

실제로 투르게네프 어머니의 영지에서 생겼던 일을 소설의 소재로 설정했다. 소설 <무무>에서는 여지주로 대표되는 비인간적인 인물과 농노 게라심 같은 심성이 착한 인물로 구성된다. 벙어리 세탁부 타티야나를 향한 게라심의 애틋한 첫사랑은 늙은 여지주의 변덕과 횡포로 결실을 맺지 못한다. 게라심은 타티야나 대신에 불쌍한 강아지 무무를 거두어서 사랑하고 보살피지만, 여지주는 무무에 대한 사랑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결국 무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변덕스럽고 무자비한 여지주의 성격은 농노제도가 만들어낸 기형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의 표상이다. 반면에 사랑하는 세탁부 타티야나의 행복을 빌며 그녀를 고이 떠나보내고, 자신의 분신 같은 무무를 여지주에게 넘겨주지 않고 스스로 물에 빠뜨려 죽이는 게라심, 그리고 여주인의 허락도 없이 달밤의 시골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게라심의 모습에서 우리는 서사시나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이나 거인과 같은 위풍당당한 풍모를 느낀다.

투르게네프의 단편 <무무>는 <사냥꾼의 수기>와 함께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제도의 폐지를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일찍이 영국작가 존 골즈워디(John Galsworthy,1867~ 1933)는 <무무>를 19세기 세계문학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지금도 러시아의 초,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작품은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커다란 가리개와 가리개 사이에 등퇴장 로가 있고, 그 안쪽으로 가로 늘어진 빨랫줄과 널린 빨래가 보인다. 가리게 앞에는 좌우로 통나무 장작더미와 볏짚 단을 썰어 쌓아놓았다. 출연자들은 환자이동전기의자나, 목발을 짚거나, 지팡이를 짚고 등장을 하고, 애써 장애증세를 극복하면서 열연을 한다. 대사를 할 때에도 힘과 공을 들이고, 동선을 따라 움직일 때에도 심신을 집중시키기에 출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열정과 기량이 무대 위에 제대로 드러난다. 객석 가까이에 앉은 여성 수화통역사가 수화(手話)로 내용전달을 한다. 연기자의 감정을 음악에 실어 전달하고, 조명의 변화와 강약으로 극적분위기 창출을 하기도 한다. 세탁부 역과 강아지 무무 역을 여성출연자가 1인 2역으로 호연을 보이고, 비록 지체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출연자들의 용모가 미남 미녀이기에, 관객의 시선이 시종일관 집중됨을 감지하게 된다. 대단원에서 자유를 향해 힘찬 걸음으로 걸어가는 게라심의 모습에, 관객의 갈채가 쏟아지며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게라심 한정식, 타티야나와 무무 이보원, 가브릴라 최종혁, 예로쉬카 백우람, 포타프 김휘경, 스테판 하시성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이수진, 움직임지도 김봉호, 무대디자인 김민지, 무대제작 서울무대장치(대표 이정조), 조명디자인 김종석, 조명 김민재·김은빈, 의상 박인선, 분장 지병국·변은주·채영주, 기획 홍민진, 사진촬영 이정률, 영상촬영 변자운, 그래픽디자인 권건하, 수화통역사 김미경·김윤진, 조명작동 이세영, 음향작동 왕희경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애인(대표 김지수)의 이반 투르게네프(Ivan S. Turgenev) 원작, 김지수 각색, 가예슬 연출의 <무무(Mumu)>를 감동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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