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신인류의 김민정 작 최무성 연출의 가족의 왈츠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왈츠(waltz)의 기원에 대해서는 독일, 프랑스에서 각기 다른 설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왈츠는 각 나라에서 모두 3박자 느낌의 반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오스트리아·남독일의 렌틀러나 독일 춤곡, 또는 비엔나 춤곡이라 한 것에서 19세기 초엽에 독자적인 음악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으로, 베버(특히 <무도에의 권유(Invitation to the Dance)>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왈츠가 작곡되었다. 그 이전의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것은 렌틀러와 왈츠의 중간적인 것이라 해도 된다.

왈츠를 실제로 예술화한 것은 쇼팽과 슈트라우스 부자이다. 쇼팽은 피아노 독주용의 왈츠를 많이 작곡하여, 왈츠를 춤추기 위한 것보다 오히려 듣고 호소하는 춤곡으로 하였다. 그 형식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3부형식의 것이 많고, 때로는 서주(序奏)나 코다(結尾)를 두는 일도 있다. 한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는 춤출 수도 있고 예술적인 향기도 높은 왈츠를 작곡하였는데, 슈트라우스 부자의 힘으로 빈의 왈츠는 더 번성하였다. 그 왈츠는 원래의 왈츠보다도 리듬이나 악센트를 될수록 변화하여, 즉 제2박이 조금 짧아지도록 하여 그 위에 멜로디가 흐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빈 왈츠의 연주는 빈에서 생활하고 빈에서 왈츠를 몸에 익힌 사람이어야만 가장 이상적인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슈트라우스로 대표되는 빈 왈츠는 대체로 몇 개의 단순한 형태의 짧은 왈츠를 조합하여, 그 전후에 서주와 코다를 둔 것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서주와 코다 사이에 5개의 왈츠를 두고 있다. <빈의 숲이야기>, <황제>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개개의 왈츠 몇 개가 다른 곳에서 재현되는 일이 적지 않다. 또 서주나 코다는 반드시 3박자계가 아닌 경우도 있다. 또한 성악을 같이 하는 것도 있다. 쇼팽이나 슈트라우스에 의하여 왈츠는 각국으로 퍼져, 제각기 그 나라에서 훌륭한 왈츠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연극 <가족의 왈츠>는 왈츠로 인해 벌어지는 가족의 비극적 역사이다. 가장인 아버지가 처제에게서 왈츠를 배우게 된다.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고, 가장은 아내에게도 왈츠를 가르치며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아홉 살의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모가 함께 춤추며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아들은 이모를 따르고 좋아하며 함께 놀이를 한다.

언젠가 이모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남자친구와의 다툼을 형부에게 호소한다. 형부는 이모를 꼬옥 보듬어주고 위로한다. 그러는 광경을 지켜본 언니는 남편과 동생이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부지불식간에 격노해 식칼로 남편을 찌른다. 그런데 찔린 사람은 남편이 아닌 동생이라는 설정이다.

아내 대신에 남편이 살인죄를 범한 것이 되어 무기수로 복역하다가 18 년 만에 가석방된다. 돌아온 남편을 차마 정면으로 대할 수가 없어 모습을 숨기는 아내. 아버지를 혼자 맞이하는 아들의 모습과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아버지의 질문에 어머니가 안 계시다고 대답하는 아들, 아버지는 젊은 시절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때 모습 그대로의 아내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지만, 관객은 안타까운 심정이 된다.

연극은 복선으로 전개되어 이모와 가깝던 시절의 아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아버지가 뒷방에서 이모의 옷을 입혀주는 광경을 본 아들의 충격이, 회상장면이지만 현실처럼 연출된다. 교도소에서 나온 아버지의 귀가에 맞춰, 집을 떠난 아들이 18년 만에 돌아오고, 아버지의 상상 속에 어머니가 등장해 젊은 시절의 어머니의 모습과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던 정경이 실제처럼 연출되고, 아버지의 어머니의 왈츠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족의 왈츠>에서의 무곡은 아름답고 즐거운 왈츠가 아니라, 슬프고 애처롭게 들리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백색의 식탁과 의자, 흰색 액자 속의 검은 바탕뿐인 사진틀 두 개, 물론 큰 액자 속 사진은 경찰관 시절의 아버지의 정장사진, 작은 액자에는 가족사진이라는 설명이 대사로 전해지기는 하지만, 벽에 걸린 빈 액자와 무대 하수 객석 가까이에 세운 현관문의 앙상한 문틀, 그리고 뒷방으로 통하는 문과 방의 내부가 조명효과로 드러나고, 교도소에서 18년 만에 가석방이 되어 초라한 차림새로 조그만 가방을 메고 귀가한 아버지의 눈앞에 펼쳐진 아무도 없는 텅 빈 집과 그 어두컴컴한 방에서 가족의 왈츠가 운명처럼 흘러나오고 상상장면이지만 부부의 왈츠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대단원에서 중년의 사나이가 된 아들이 팔뚝에 상장(喪章)를 두르고 검은색 정장에 여행용 가방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와, 백색의 식탁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나란히 내려놓고, 가족들.... 어머니, 아버지, 이모의 모습을 아련히 떠올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서신우, 이현주, 강승민, 강현정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는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깊은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무대디자인 김윤미, 조명디자인 김용연, 음악 윤지환, 조연출 김경미, 기계작동 김태호 목충훈, 사진 박주혜, 안무 강은주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신인류의 김민정 작, 최무성 연출의 <가족의 왈츠>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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