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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소문난 잔치 뮤지컬 '영웅', 그 결과는?

뮤지컬엔 '음악'이 있다.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야 음악의 힘이 오롯이 발휘될 수 있겠지만, 음악 자체가 극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대사나 장면이 음악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많아서 사람들이 더 큰 감동을 하고 여운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음악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이 오케스트라다.

보통의 대극장 공연의 경우 대다수가 오케스트라를 활용한다. 기계음(MR)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생생한 음악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 오케스트라들이 악기의 음을 다듬는 과정을 들으며 극에 녹아들 준비를 한다. 인터미션 때 오케스트라가 있는 곳을 살짝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이 있기에 극은 활력을 얻는다.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극의 풍성함을 더해줄 뿐 아니라, 관객과의 더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고조되는 분위기에 따라 관객들도 그만큼 감동하고 박수를 보낸다. MR의 경우 기계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장감을 배려할 수 없지만, 오케스트라는 경우가 다르다. 배우와 상황에 맞게 오케스트라 속도를 조절하고 관객들의 박수가 길어질 경우 잠시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연의 가장 처음과 마지막 박수가 그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오케스트라의 긍정적 영향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최근엔 중, 소극장 공연에서도 오케스트라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며, MR을 활용하다가 오케스트라를 도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뮤지컬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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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은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 중장 안중근이 1909년 2월 단지동맹을 맺고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과 실행, 그리고 1910년 3월 사형이 집행되던 시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009년 초연과 2011년 브로드웨이, 2015년 중국 하얼빈 공연 이후 이번이 아홉 번째 공연인 '영웅'은 그동안의 공연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월 중국 하얼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본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무엇보다 최초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훨씬 더 웅장하고 현장화된 음악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실제 공연에서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현장감이다. 민족적인 정서를 고려할 때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배우가 아무리 열연을 한다고 해도 관객에게 그는 일본인이자 적으로 인식된다. 그렇기에 배우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관객들은 대게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자칫 배우는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 오케스트라는 적재적소로 음악을 활용한다. 다음 장면과의 공백을 음악으로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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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의 힘은 추격 장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여타 뮤지컬과는 달리 '영웅'에서는 노래나 대사 없이 아크로바틱, 무술 등 배우들의 움직임으로만 구성되는 장면이 있다. 안중근 의사와 그의 일행이 일본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인데 무대 구조물을 넘나들며 긴박하게 그려낸다. 배우들의 빠른 움직임에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더해져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덕분에 관객들이 자칫 지루해할 수 있는 장면을 극에서 가장 손꼽는 장면으로 기억하게 해준다.

마냥 강한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극 초반 이토 히로부미가 '설희'를 만나는 장면에선 배경에 맞게 일본 곡이 연주된다. 이 장면은 오케스트라가 아니었다면 강렬한 다른 곡들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섬세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오케스트라의 강약 조절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다만, 음악의 힘에 비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음악이 고조되는 만큼 이야기의 기승전결도 뚜렷했더라면 시너지 효과를 냈겠지만, 구성이 약하다 보니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영웅 안중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척점에 서 있는 '악인'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작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악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그는 설희를 통해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그래서 안중근과 대립하는 인물이라기보다 설희라는 여인 때문에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같은 아쉬움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단지동맹과 이토 히로부미 사살과 같은 그의 업적을 제외하곤 딱히 주인공이 왜 안중근이어야 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장면마다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것은 참신한 시도고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만큼 설득력도 갖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영웅'은 소문난 잔치였다. 중국 하얼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다 배우 정성화가 5년 만에 안중근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란 말처럼 '영웅'에서 먹을 것이 명성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느낌이다. 음악의 힘으로 이 아쉬움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

  * 뮤지컬 정보
   - 제목 : 영웅
   - 공연날짜 : 2015. 4. 14. ~ 2015. 5. 31.
   - 공연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극본 및 가사 : 한아름 / 연출 : 윤호진
   - 출연배우 : 정성화, 민영기, 강태을, 리사, 오진영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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