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호양 ctiger661@mhns.co.kr습작가 겸 대중문화소비자이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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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서는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왜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대로 주인공이 승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다룹니다. 칼럼은 총 2편으로, 이번 편은 1편입니다. 1편에서는 인류 공적인 관점에서 울트론이 왜 인류의 적인지를 다룹니다. 

   
 

▶ 울트론은 어떻게 인류 공공의 적이 되었나?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은 그다지 위협적인 악당은 아니다. 울트론의 외형은 아이언맨과 같은 다른 로봇처럼 멋진 것도 아니며, 첫 등장은 지리멸렬했고(빌딩 한 채도 아니고, 고작 파장 다 되어가는 파티 하나를 망쳤다!), 무엇보다 너무 수다스럽다. 그러나 적어도 후반부 삼분지 일에서는, 울트론은 분명 위협적이다. 두 가지 순간에 특히 그렇다. 하나는 스칼렛 위치가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순간이다. 다른 하나는 블랙 위도우 앞에서 자신이 진화할 수 있다고 자랑하던 순간이다.

이 두 장면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로봇이 인류로 거듭나거나 혹은 그에 근접하는 장면이다. 감정과 마음은 인간성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진화 역시 인간의 상징이다. 기계는 "수리"되거나 "개조"되면 되지만, 인간은 (진화론에 입각한다면)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전형질을 전달함으로써 완벽성에 조금씩 수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고유한 특성을 흉내 내는 것은, 로봇에게는 인류 공공의 적이 되는 최단 루트다. 인간을 파멸시키려고 하는 로봇 외에도, 인간을 닮고자 하는 로봇은 인간에게 로봇을 파괴할 대의명분을 제공한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그랬듯이.

   
 

▶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와 기계인간

인형이나 로봇, 혹은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면 "언캐니 밸리"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로봇이나 인형과 같은 비인간이 일정 수준 이상 인간을 닮는 순간, 인간은 그것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느낀다. 그 이전까지는 귀엽다거나 신기하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언캐니 밸리와 같은 생물학적 증거를 가져오지 않아도 좋다. 인간을 닮은 로봇, 혹은 만들어진 인간에 대한 공포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독일 대문호 에른스트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라는 소설을 잠시 들여다보면, 일견 완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동인형(올림피아라는 이름을 가진)을 배척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도 마찬가지다. 이성과 지성을 갖추고 육체마저 완벽한, 모자란 것은 외견뿐인 괴물에 대해 인간은 끝끝내 편견을 지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대는 인조인간을 인류의 일부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적어도 필자는 이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몇 가지 예시를 보자. 동화 <피노키오>의 피노키오. 그가 양부 제페토와 함께 끊임없이 배척된 끝에 인간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막바지에 그가 아예 피와 살을 가진 인간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 그는 애초에 기계가 아닌 오리지널 "인간"이다. 인간성 덕분에 그는 기계와 달리 "태생적 혈통의 우수성," 혹은 신이 될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 정통성을 바탕으로 네오는 영화 내내 기계를 물리치거나 회유하거나, 혹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세상을 "창조"한다. 영화 <루시>의 루시. 그녀는 화학적 조작을 통해 "완벽"해졌지만, 그 완벽성을 인간의 몸이 버텨낼 수 없으므로 물질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죽었다고 단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모호하다-).

요컨대 현대 창작물은 아직도 다분히 인간 중심적이다. 당연하다. 창작물은 인간 사회의 산물이므로. 닥터 헬렌 조가 아이언맨을 향해 인간 생체 조직에 기반을 둔 기술을 로봇과 비교해가며 찬양하는 것만 보아도 이 점은 명확하지 않을까.

이렇듯 (기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편협한 사회에 진입하면서, 어쩌면 울트론은 인간과 같은 육체, 인간과 같은 진화를 통해 인간성을 획득하고자 했을 것이다. 미천한 기계 출신인 그에게, 인간 사회에 군림하는 신으로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성의 획득이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패로 끝나자 인간을 공격하여 힘으로 압도하려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어벤져스는 왜 승리했고, 헐크는 왜 격리되어야 하는가

어벤져스가 울트론에 승리할 수밖에 없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대의명분"이다. 울트론이 위에 적은 대로 인류를 흉내 냄으로써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불쾌감을 안겼고, 그 결과 인류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주의할 점은, 어벤져스 역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어벤져스가 울트론과 다른 점은 자신이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하고, 인간으로부터 자신을 겸손하게 격리한다는 데에 있다. 예컨대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으며, 그것을 사람을 구하는 데에 쓴다. 헐크는 자신이 인간과 어울리지 못할 것을 깨닫고 도시를 피하려고 한다. 실드, 혹은 어벤져스 기지는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다. 이러한 "비인간의 겸손함"은 인간 종족이 관대하게도 그들을 배척하지 않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물론, 대의명분만으로 울트론이 패배할 수는 없다. 대의명분은 단순히 큰 틀에서의 명분일 뿐이다. 울트론이 죽는 과정, 어벤져스의 액션, 새로운 캐릭터의 능력 등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에 대의명분을 넘어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고, 그 감정에 관객이 (인간적으로) 이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②편에서 계속.

(사족: 혹 울트론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장면에서 단지 스칼렛 위치의 신체적 반응(놀란 표정, 동작 등) 때문에 관객도 같이 놀랐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 될 것이다. 관객은 초장부터 어벤져스 멤버들이 (마치 한국 드라마처럼) 해설을 하는 과정에서 울트론이 인류 멸망을 기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칼렛 위치와 퀵 실버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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