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관습을 뛰어넘어 인류의 하나 됨을 노래하는 대작을 들으며 한 해를 의미 깊게 마무리해보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12월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그 시작으로 10년간 쾰른 귀체르니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지내며 이 악단의 위상을 끌어올린 마르쿠스 슈텐츠가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12월 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르쿠스 슈텐츠의 말러 교향곡 1번'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슈텐츠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과 말러의 청춘이 묻어나는 교향곡 1번 '거인'을 지휘한다. 협연 무대에는 대만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이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마르쿠스 슈텐츠는 2014년 2월 쾰른 귀체르니히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거침없고 야성적인 해석의 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선보여 갈채를 받은 바 있다.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RFO)의 수석 지휘자와 볼티모어 심포니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맡은 그는 탱글우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의 세례를 받았다. 런던 신포니에타의 음악감독과 멜버른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겸 예술감독을 거쳐 2002년부터 10년간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하며 이 악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뮌헨 필하모닉, 빈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등 세계 각국의 주요 교향악단을 두루 지휘했다.

슈텐츠가 서울시향과 함께할 곡은 말러의 가장 대중적인 입문 곡인 교향곡 1번이다. 말러가 만 27세 때 완성한 이 작품은 청춘의 환희와 정열 그리고 절망이 한데 얽힌 '1인칭 교향곡'이다. 애초 교향시로 연주되던 당시 붙였던 제목을 따서 '거인(Titan)'으로도 종종 불린다. 대개 작곡가의 초기 작품은 선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자신만의 완연한 세계를 보여주지 못하지만, 이 곡은 말러 스스로 결론지었듯이 "처음부터 구스타프 말러 자신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놀랍다. 욈스 레이블로 말러 교향곡 전집을 내 "거대한 힘을 다룰 줄 안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진 슈텐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협연 무대에는 대관령음악제 등을 통해 한국 청중들과 대면해온 대만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이 함께 한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이 곡은 베르크, 월튼, 코른골트의 작품과 더불어 20세기 바이올린 협주곡 레퍼토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강렬한 표현과 뛰어난 기교로 인정을 받는 폴 황이 바버의 협주곡을 어떤 해석으로 펼쳐낼지도 감상 포인트다.

   
 

이어 12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에선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 12월의 피아노 3중주'가 열린다. 서울시향 단원들의 기량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실내악 시리즈'는 애호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서울시향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낭만주의 주역으로 음악사에 길이 남은 두 작곡가의 걸작 피아노 3중주 두 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1번'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1번'을 서울시향 제1바이올린 수석 문주영과 첼로 단원 장소희, 실력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연주한다.

12월 1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서울시향 비바 시리즈 : 비바! 퍼커션'을 연다. 2014년에 첫선을 보인 '비바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의 고정관념과 경계를 허무는 프로그램에 친절한 해설이 어우러져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매회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악기군을 주제로 공연을 펼치며 오케스트라의 부분과 전체가 앙상블을 이루는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의 가장 뒤편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매력적인 조연, 타악기 파트가 무대 전면에 나서 유쾌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서울시향의 타악기 주자들로 구성된 SPO 퍼커션 그룹(아드리앙 페뤼송, 에드워드 최, 김미연, 김문홍)이 무대에 올라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다. 이들은 에드가르 바레즈 '이온화', 존 케이지 '크레도 인 유에스', 스티브 라이히 '육중주' 등 오늘 타악기 음악의 역사를 쓴 네 명의 작곡가의 작품을 친근한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이어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콘서트가 오는 12월 22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한일수교 50주년을 축하하고자 마련된 뜻깊은 무대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과 도쿄 필하모닉에서 명예지휘자를 맡은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일본 최고의 역사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 무대에 올라 환희와 인류애를 노래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100여 명의 연합 합창단과 양국의 정상급 성악가들이 솔리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시향, SBS,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며 양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뜻깊은 음악회다. 26일에는 일본 도쿄의 오차드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연주한다.

   
 

또한, 서울시향은 22일 도쿄 필과의 합동공연에 이어 12월 27일과 12월 30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연주한다.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향의 송년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가장 빠르게 매진 기록을 세우는 서울시향의 인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정명훈 예술감독과 함께 소프라노 홍주영,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김석철, 베이스 박종민과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이 무대를 채운다.

고전주의의 완성이자 낭만주의의 길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레퍼토리 중 하나이자 베토벤의 가장 위대한 마스터피스로 평가된다. 전 인류적 사랑과 자연에의 동경, 인간 내면의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는 관현악의 정수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베토벤 특유의 구도가 뚜렷이 나타나 있는 '교향곡 9번'은 이처럼 고난과 절망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찬미하는 작곡자 본인의 초인적인 자기 고백이며, 따라서 청자에게는 악성(樂聖)이라는 이름의 진정성이 실로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서울시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들을 무대로 이끌어 다양한 기회의 장(場)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비오티 국제콩쿠르, 베르디 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바 있는 소프라노 홍주영을 비롯해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김석철,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베이스 박종민 등 세계를 무대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 등이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에서부터 콘서트 무대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 활동을 구가하고 있는 이들은 탁월한 해석과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라고 밝혔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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