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여행자극장에서 극단 여행자의 라디오극장, 작가 미상, 김세한 각색, 이준우 연출의 <박씨전>을 관람했다.

이준우(1985~)는 홍익대학교 영상영화학과 출신으로 영화 '유리' 출연, 연극 '막차탄 동기동창' 및 '가위손' 출연한 배우 겸 연출가다.영화 “장례” 15 Minutes of Fam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공식경쟁부문 (2011. USA) Hollywood Reel Independent Film Festival 공식경쟁부문 (2011. USA) Cambridg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공식경쟁부문 (2012. UK) European Film Festival 공식경쟁부문 (2012. France)를 감독하고, 청춘 단막극장, 청춘 여행자, 내 아내의 모든 것,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씨전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박씨전'은 역사 군담 소설로,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변신 모티프를 중심으로 우부현녀(愚夫賢女) 설화와 전쟁 이야기를 이중 구성의 형식으로 배치하여 흥미롭게 구성한 작품으로, 이시백의 아내 박씨가 영웅적 기상과 재주로 청나라 왕과 적장을 농락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인 구성을 가미한 역사 소설로,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 사건과 전란의 패배감을 정신적으로나마 보상받고 싶어하는 민중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창작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남편 이시백은 평범한 인물인 데 비해, 박씨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비범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봉건적인 가족 제도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와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국란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구성상 추녀 박씨가 변신하기 전까지 가정 내의 갈등을 그린 전반부와 변신 후에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영웅으로서 활약하는 전쟁담을 그린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조선 인조 때 서울에서 태어난 이시백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고, 문무를 겸비하여 그 명망을 조정과 재야에 떨쳤다. 아버지 이 상공이 객으로 찾아온 박 처사의 청혼을 받아들여, 시백은 박 처사의 딸과 혼인을 하게 된다.

시백은 신부의 용모가 천하의 박색임을 알고 실망하여 박씨와 대면조차 하지 않는다. 이에 박씨는 이 상공에게 청하여 후원에 피화당을 짓고 소일을 하며 홀로 지낸다. 박씨는 여러 가지 신이한 일을 드러내 보이지만, 시백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시기가 되어 박씨가 허물을 벗고 절세가인이 되자, 시백은 크게 기뻐하며 박씨의 뜻에 따른다. 이때 청나라의 가달이 삼만의 병사를 거느린 용골대 형제를 앞세워 조선을 침략한다. 그러나 박씨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오랑캐를 물리친다. 박씨와 이시백은 국란을 극복하고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

병자호란은 인조 14년인 1636년 청나라의 침입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군신의 관계를 맺자는 청나라의 요구에 조선이 불응하자, 청나라 태종이 직접 20만 대군을 이끌고 침략하였다.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피란했으나 결국 삼전도에서 항복하여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했고, 청나라와는 군신의 관계를 맺고 해마다 조공을 바쳐야 했다. 뿐만 아니라 두 왕자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한 3학사는 볼모로 연경에 잡혀갔다.

'박씨전'은 인조반정(仁祖反正)에 공을 세우고 영의정에까지 오른 실제 인물 이시백과 허구적인 인물인 그의 처 박씨를 등장시켜 이야기로 엮은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청나라 태종이 조선을 침공해서 인조가 항복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일치한다.

그러나 용골대가 직접 군졸을 지휘해 싸움에 나선 것이나, 박씨가 신통력을 부리는 것 등은 꾸며 낸 내용이다. 무엇보다 조선의 패배로 끝난 병자호란이 이 작품에서는 승리한 것으로 그려져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박씨전'에서는 신선의 딸인 박씨와 시비 계화(桂花), 만 리를 훤히 내다본다는 호왕후(胡王后) 마씨와 여자 자객 기홍대(奇紅大) 등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작품 전개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병자호란 때 나라를 지키지 못한 남성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여성 주인공의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 주는 '박씨전'은 필사본으로 전승되면서 여성 독자층에 깊이 파고들었다. 특히 오랜 기간 가부장제에 억눌려 온 여성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요컨대 '박씨전'은 많은 여성들을 애독자로 끌어들여 소설 향유층의 저변을 넓히는 데 공헌한 작품이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에 연주석이 있어 신디사이저와 타 악기 그리고 기타와 피리를 연주한다. 연주석 앞쪽으로 의자 여러 개와 악보를 올려놓는 받침대에 대본을 놓고, 출연자들이 가로로 나란히 앉아, 각자 해설자를 비롯한 배역 이름을 펼쳐가며 낭독공연을 한다. 비록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것 같은 낭독공연이지만 실제와 방불한 연기와 기량으로 관객을 공연에 몰입시킨다.

김세한의 각색은 밀도 있게 축약되고 연극성과 대중성을 가미해 흥미롭게 각색이 되었고, 이준우의 연출력과 조화를 이루어 수준급 낭독공연이 되었다.

김은희, 장현석, 손승범, 박명기, 김호준, 박신애 등 출연진의 실제공연에 방불한 감정 설정과 연기는 갈채를 받는다.

 

음악 김은정, 조명 여국군, 음향 정혜수, 피아노 박이현, 오퍼레이터 정희권 최민수, 조연출 최민수 등 스텝진과 연주자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여행자의 라디오극장, 작가 미상, 김세한 각색, 이준우 연출의 <박씨전>을 성공적인 낭독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공연메모
극단 여행자의 라디오 극장 작가 미상 김세한 각색 이준우 연출의 박씨전
- 공연명 박씨전
- 공연단체 극단 여행자
- 작가 미상
- 각색 김세한
- 연출 이준우
- 공연기간 2017년 12월 7일~10일
- 공연장소 여행자극장
- 관람일시 12월 7일 오후 8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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