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한 연출(왼쪽 위)을 비롯한 연극 '취미의 방'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한때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 등 특정 취미나 사물엔 깊은 관심이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은 떨어지고 사교성 역시 모자란 인물이라는 부정적 어휘로 쓰인 '오타쿠(おたく)'. 어느덧 '오타쿠'는 특정 취지에 강한 사람을 넘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의미로 그 뜻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작가로 알려진 코사와 료타가 치밀한 구조와 미스터리한 사건 전개, 그리고 코미디를 갖춘 작품 '취미의 방'을 쓴 것이다. 2013년 일본 초연 당시 화제를 일으켰고, 지난해 한국적인 정서도 추가한 '연극열전' 작품으로 대학로에 상륙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월 21일까지 쁘띠첼씨어터에서 앙코르 공연을 열게 됐다.

연극 '취미의 방'은 남부러울 것 없는 네 명의 성인 남자들이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비밀의 공간인 '취미의 방'에 모인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캥거루, 악어, 에뮤의 알 등 특이한 음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아마노'(서범석, 김진수, 유태웅), 지구연방군 복장을 착용하고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가네다'(최진석, 맹상열), 고서를 수집하며 오래된 종이 냄새에 설레는 '미즈사와'(김늘메, 정희태), 그리고 '취미 찾기'가 취미인 '도이'(주민진, 지일주, 안재영)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취미 활동만을 즐기기 위한 비밀기지 '취미의 방'을 만든다.

그러나 평화로운 취미를 즐긴 네 남자의 일상은 바뀌고 만다. '여자 출입 금지'를 외치던 '취미의 방'에 여경 '미카'(송유현, 백은혜)가 그들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다. 실종자와의 관계를 의심한 경찰과 각자 기발한 알리바이를 내세우는 네 남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담고 있다.

이런 소재로 다시 대학로를 찾으며, 프리뷰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낸 연극 '취미의 방' 앙코르 공연의 프레스콜이 3일 오전 쁘띠첼씨어터에서 열렸다. 주요 출연진이 전막 시연을 펼친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 봄, 창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연출한 김재한 극단 타임 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지난 초연에도 최강의 팀워크를 선보인 서범석, 김진수, 최진석, 김늘메, 안재영, 지일주, 백은혜와 더불어 유태웅, 맹상열, 주민진, 송유현이 새롭게 공연에 합류해 프레스콜에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김재한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ㄴ 김재한 : 뒤늦게 합류했는데, 새로운 관람 포인트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의 집중하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결국, 사건 전개가 연속적으로 물려가고, 따라가게 되면 재밌다. 또한, 추리극을 보면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다. 올해는 그 이야기를 부각하기 위해 조명, 음향에 좀 더 효과를 뒀다. 집중하시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취미는 무엇인가?
ㄴ 서범석 : 일하거나,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도 그럴 수 있다. (웃음) 스트레스 때문에 숨을 쉴 공간을 찾기 위해 다양한 취미나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많은 일반인이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취미를 찾을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이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본다. 그런 공감이 있는 이런 공간을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 (김늘메 : 서범석 씨의 취미 공간은 '쿠키런' 게임인 것 같다. 평소에 즐겨한다. (웃음))

김진수 : 작년에도 똑같이 말했던 것 같다.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하고 있다. 또 여기에 배우들끼리 격투기팀을 만들었다. 박건형 씨가 단장이고 나랑 한지상 씨가 있는 '패대기'라는 이름의 팀인데, 운동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하고 있다. 가정사는 문제가 없다. (웃음) (서범석 : 나도 문제가 없다!)

유태웅 : 이번에 진수 형에게 스카우트되어서 격투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골프를 하고 있는데, 조그마한 모임의 협회 홍보대사로 있다. (편집자 주 : 배우 유태웅은 지난 6월, 대한아마추어골프협회 홍보위원으로 위촉됐다.)

   
▲ 최진석(왼쪽)과 맹상열(오른쪽)은 '건프라'를 만드는 '가네다'를 연기한다.

건담 프라모델(건프라)을 실제로 만들고 있는지?
ㄴ 최진석 : 예전에 중고등학교 때까지 실제로 건프라를 만들었다.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시가 7~80만 원어치를 질러서 열댓 개를 만들고 진열하고, 디테일 작업을 하려고 한다. 여기서 번 돈을 고스란히 건프라 만드는 데 썼다. 얼마 전에 친구가 와서 건프라를 망치려고 해서 나도 '가네다'처럼 분노가 나올 뻔했다.

맹상열 : 건프라는 진짜 취미가 아니고 작년 초연 때 처음 접했다. 의식적으로 건프라의 이름을 알게 됐고, 동시에 내 삶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연습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김늘메 : 연습을 하는 하루하루와 순간이 에피소드다. 연극을 하면서 배우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지만, 연습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들과 맞추는 연습 시간도 행복하다. 그중 대표님이 한 번은 수고한다고 전을 사오신 적이 있다. 김진수 씨가 "전을 사 왔으니 막걸리나 한잔 하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이른 시간에 한잔 하고 저녁 타임 런을 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여기 백은혜 씨는 최근에 Jtbc 드라마 '송곳'도 나오고, 저와는 뮤지컬 '심야식당'도 했는데 요즘엔 약간 건방진 느낌이다. (웃음) 농담이고 은혜 씨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여기서 시연하면 좋을 텐데, 연습하면서 그 동작에 빵 터진 때가 있었다. 뜻밖에 관객분들이 심각하게 보신다.

   
▲ 백은혜가 기자간담회 중 작품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이 작품을 접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ㄴ 김재한 : 이 훌륭한 희곡을 접하고 굉장히 웃기도 했지만, 씁쓸한 마음도 있었다. 일본에 실제로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듣고, 개인적인 취향에 너무 빠져들어서 사회적 대인관계가 떨어지지 않겠냐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 한국에도 취미의 방 같은 공간이 마련됐다는 뉴스를 봤다. 하지만 이 이야기로 취미에 굉장히 빠져서 다른 사람이나 가족을 위해 살다가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에피소드로 빠지면서 굉장히 재미난 추리극들이 이어진다.

'도이'를 연기한 소감을 해달라.
ㄴ 주민진 : 작년에 공연을 봤는데,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재밌어서 올해는 더 재밌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무대가 업그레이드되었고, 앞으로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안재영 : 작년에 이 대본을 일본에서 메일로 읽었는데, 일본어로 보니 정서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웃음) 공연을 올리고 보니 더 좋았고 올해도 같이하니 더더욱 재밌어서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일주 : 작년에 '취미의 방'을 하고서 이번에 다시 한다는 이야기 듣고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런저런 연습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선배님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좋다.

   
▲ (왼쪽부터) 유태웅, 서범석, 김진수가 질문을 듣고 있다.

유태웅은 이번이 첫 번째, 서범석과 김진수는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
ㄴ 유태웅 : 이번에 연습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관객들이 이야기를 놓치면 안 되니 될 수 있는 대로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한 점이었다. 극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극을 읽을 때 리딩을 하고 나서 이해한 부분이 있다. 반전과 반전이 마지막에도 있어서, 관객들에게 재미난 코드를 드렸으면 좋겠다. '아마노' 역할이 재미나기보단 정리를 하는 역할이다. '가네다'나 '미즈사와', '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미카'를 속이는 중점적인 역할이다. 이중적 연기를 보여야 하는 것도 있는데, 즐겁고 재밌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

서범석 : 작년과 올해 이 연극에 출연한 것은 재밌어서다. 그리고 배우로 소극장 무대에 서서 리얼과 과장이 모두 포함된 배역을 하는 것은 연기자로 욕심이 나는 부분이다. 대사분량도 많고, 극 전체를 이끌어야 하고, 나중엔 변하는 장면도 있어서 애정을 품고 있다. 작년에도 대본 적으로 분석을 많이 해서 연기로 큰 변화는 없다. 그래서 내가 평가하기엔 이번엔 좀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 것 같다. (주변에서 웃음) (김진수 : 좀 퇴보된 것 아닌가?) 조명과 음향 도움 없이 저희가 풀로 관객들과 대결했었는데, 확실히 도움을 받으니 실질적으로 공연할 때 체감하는 시간이 짧아진 느낌도 있다. 저희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작년보다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김진수 : '취미의 방'이 고마운 작품이다. 코미디언 생활을 오래 해서 기존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어도 제작사 쪽이나 관객분들이 어색할 것 같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하고 싶은 배역이었다. '아마다' 역할이 나에게 고맙다. 한 작품 안에 여러 모습, 특히 내 나름대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덕분에 공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년과 올해는 여러 가지 조명, 음향 효과 등 관객분들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장치를 더 했다. 개인적으로 작년보다 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객석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작년보다 힘을 빼고 편안하게 하자고 생각해서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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