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작품으로 검증된 연극

   
오늘(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중인 (왼쪽부터) 한윤섭 연출가와 전지혜 배우

[문화뉴스] 우수한 이야기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연극이 있다.

오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하이옌'이다. 연극 '하이옌'은 2013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을 받으며, 2015 고마나루 연극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더불어 웰메이드 작품으로서 검증을 받은 이번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한윤섭 연출가는 2014 올해의 예술가상(연극부문)을 받기도 했다.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베트남에서 시집온 '하이옌'이 남편 '영천'이 없는 사이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당국에 의해 격리 수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이옌'은 요즘 다문화 가정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에 비해 그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이해부족으로 차별과 무시를 받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나타내며, 한국인의 시선과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겪는 부적절한 대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연출은 "'하이옌'에서 완벽한 인간상은 없다"라 얘기한다. "그저 표류하는 인간군들의 삶이 있을 뿐이며, 고귀하고 절대적인 삶의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 현대의 희극적인 삶을 풍자하고 있다. 그 희극적 삶의 중심에 '영천'이 있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그는 순수한 결혼관을 가지고 있고 '하이옌'에 대한 사랑도 순수하다. 그러나 그의 순수함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되고 만다. 결국, 현실에 굴복하고 마는 그는 가장 아이러니한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과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상황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하이옌'의 잔잔한 파워를 실감한 오늘(3일), 연극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한윤섭 연출(이하 한 연출)과 주인공 '하이옌' 역을 맡은 전지혜 배우(이하 전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 '하이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ㄴ 한윤섭 : '하이옌'은 전국창작희곡공모전과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 7월에 서울에서 초연을 시작해서 이번이 두 번째 앵콜 공연이다.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신부가 겪게 되는 아이러니하고 불편한 사회 문제들을 재밌게 연극으로 꾸며보려고 몇 년 전에 썼던 희곡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었다. 다문화에 대한 많은 문제가 있다. 연극 한 편으로 그 문제들이 고쳐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연극을 통해 한 번쯤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하루 만에 사랑에 빠졌으니…" 

연극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하이옌'은 어떤 인물인가?
ㄴ 전지혜 : 하이옌은 베트남 여성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결혼 중개 회사를 통해 조영천이라는 남자를 소개 받는다. 영천을 만나기 전까지는 취업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영천을 만나며 그런 마음이 무너진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순수한 사람이고, 하이옌을 정말 깊이 사랑해준다. 그녀도 조영천을 사랑하게 된다.

이 부부는 베트남에서 4일, 한국에서는 2주 동안 함께 산다. 그러나 둘은 진정한 사랑을 주장한다. 약 2주의 시간 동안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ㄴ 전지혜 :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하루 만에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다. 정말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진심이 통할 거라 생각한다.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ㄴ 전지혜 : 홍콩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서울예대 영화과에 들어갔고, 거기서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 다니고, 외부 연극 작품 하면서 연극의 현장감에 매료됐다. 사실 연극을 중간에 포기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간에 한 연출님을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대본을 가장 잘 쓰시는 분인 것 같다.

   
"'하이옌'에서 완벽한 인간상은 없다" 

'다문화 가정, 신종플루' 라는 소재가 이야기의 가장 굵은 줄기를 이루고 있다. 소재 선택의 배경이 궁금하다.
ㄴ 한윤섭 : 이전부터 다문화 가정 얘기를 하고 싶었다. 마침 그런 생각을 할 시기에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었다. 당시 신종플루 의심환자라면 가족들도 모르게 잡혀가 격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하이옌이라는 외국인 신부라면 이런 과정들이 충분히 인생을 휩쓰는 큰 사건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후 가짜 하이옌이 영천 앞에 나타나 옥신각신하는 과정은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 2011)'에서의 극적인 구조만 모티프를 땄다.

   
 "하이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이 시대에 '하이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ㄴ 한윤섭 : 하이옌은 가장 약자다. 결혼한 여자고, 외국인이다. 그녀는 우연에 의해 신종플루라는 큰 이슈와 연루된다. 이로 인해 사랑하는 남편을 잃게 되고, 불법체류자로 분류되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ㄴ 전지혜 : 대본의 대사들을 보면 각자 역할들의 대사가 각자의 입장에 꼭 들어맞는다. 이것은 작가님(한 연출)의 큰 힘이다. 모두 허무맹랑한 말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말들이다. '하이옌'을 보면 사람들의 목적이 다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야 한다는 목적, 개개의 그 목적이 다른 이와 부딪히지 않고 딱딱 들어맞으면서 아름다운 공존의 장을 이루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모두들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말을 내뱉지만,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변해가기도 한다. 영천이도 하이옌을 너무 사랑하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하이옌을 부인한다. 하이옌도 처음엔 취업을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했었지만 영천과의 사랑에 의해 변하고 말이다.

한 연출은 동화작가로도 유명하다. 2010년에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동화와 연극을 직접 창작하는 작가로서, 각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ㄴ 한윤섭 : 연극은 작업하는 과정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다. 살아있는 예술인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만들어낸 세상이 직접 눈에 보인다. 내가 한 작업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동화는, 곧 글이라는 건 그런 작업들을 거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으로 출판돼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새로운 독자들까지 만나는 것이다. 두 장르 모두 참 매력적이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장하기 때문이다"

호서예술전문학교의 교수직을 맡고 있는 한 연출은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실제로 한 연출이 이끄는 극단 'H-project'에 호서예전 출신 배우가 많은가? 서울예대 출신인 전지혜 배우와는 어떤 인연인가?
ㄴ 전지혜 : 한 연출님과는 학교에 계시기 이전부터 알던 사이다. 학교 다닐 때, 호서예전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연출님이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은 그 누구와도 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자를 직접 데뷔시켜주고, 외부 작품에서도 프로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외에 밖에서까지도 제자의 앞날을 제 일처럼 도와주시는 진정한 스승이시다. 그리고 호서예전은 학생들이 다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장하기 때문이다.

오는 6일에 마지막 공연을 한다. 앞으로 '하이옌'을 또 만날 수 있는지?
ㄴ 한윤섭 : 기획팀과 '하이옌' 앵콜 공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내년에 H-project에서 여러 작품을 할 예정이다. 다른 작품도 많이 다룰 거고, 하이옌도 다루게 될 것 같다. 확실히 내년 3, 4월 정도에는 어느 공연이든, 관객들과 무대에서 만날 계획이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