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심형탁, 려욱, 윤나무, 전성우, 배혜선, 김지현 출연

[문화뉴스] 2013년 올리비에어워드 7개 부문 수상. 2015년 토니어워드 5개 부문 수상. 드라마데스트어워드 6개 부문 수상. 비평가협회상 5개 부문 수상. 드라마리그어워드 최고프로덕션상 수상.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호평받은 굉장한 연극이 한국에도 오른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이 바로 그것. 김수로프로젝트 14탄이 되어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릴 '한밤개'는 지난 11월 27일 화려한 막을 올리며 내년 1월 31일까지 기나긴 대장정을 시작했다.

옆집 개 웰링턴의 죽음 때문에 드러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용감히 자신의 닫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디딘 열다섯 자폐아 소년 크리스토퍼의 놀라운 성장 드라마가 '카포네 트릴로지',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 등을 통해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믿고 보는' 김태형 연출과 만나 국내판 '한밤개'가 탄생했다. 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밝힌 연극 '한밤개'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 좌측부터 김수로, 심형탁, 려욱, 전성우, 김종철, 조창희, 김선영, 김바다, 신창주, 김지현, 배혜선, 양소민, 김로사, 한세라, 조한나, 김동현, 황성현, 김태형.

토니어워드 5관왕을 하며 주목받은 작품이다. 수상 당시 라이센스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작의 무대를 그대로 구현한 것인지.

ㄴ (품에 안은 강아지를 보며) 우선, 출연 중인 배우 '샌디'를 소개한다. 대본과 그대로 두 달 된 골든 리트리버다. 무대도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서 제안했는데 국왕이 밀어줘야 가능할 만한 어마어마한 금액을 부르더라. 그래서 다시 대본으로 선회해서 원작 이상 가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자는 포부로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했다. (김수로)

   
▲ 14번째 연극으로 '한밤개'를 선택한 김수로 프로듀서와 함께 열연중인 개 '샌디'

대극장인데도 불구하고 소품을 활용하기보다 연극적 요소를 활용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ㄴ 극장이 대단히 커서 상당히 많은 자본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어서 공연 컨셉을 화려하고 많은 무대장치로 만들기보다는 의미 있고 상징적인 무대를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몸으로 때우기로 하고 배우들 열심히 격려하고, 야단치고, 아이디어를 뽑아내면서 대도구를 배우들의 몸과 사운드로 해결하자고 했다. 자본 안에서 텍스트가 가진 풍성한 함의를 담아내고자 하려고 했고, 크리스토퍼가 바라보는 세계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렇게 보면 ATM기 안에 사람이 돈을 세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큰 무대를 많이 덜어내고, 비워내서 활용함으로써 크리스토퍼의 외로운 면을 강조해보려고 했다. (김태형)

   
▲ '한밤개'의 연출을 맡은 김태형 연출.

지난번 '택시 드리벌' 이후 점점 무대가 커지고 있는데 혹시 무대를 계속 키워가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는지.

ㄴ 일부러 무대를 키운 것은 아니다. 처음 이 연극을 대극장에서 관람했는데 대극장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택시 드리벌' 같은 경우 소극장에서도 해보고 중극장에서도 해봤는데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중극장을 택했다. 다음에 제가 직접 출연하는 작품은 다시 이백 석짜리 작은 규모로 갈 예정이다. 좋은 작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상황에서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이다. (김수로)

   
▲ 프레스콜에 참석한 전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려욱 배우는 첫 연극 도전인데 어째서 대사도 많고 자폐아 연기를 해야 하는 '한밤개'에 도전했고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ㄴ 뮤지컬을 해오다가 연극이라는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많이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고, 다른 배우들이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장르에 관계없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딱히 연극이라고 해서 '난 못할 거야' 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크리스토퍼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 제게도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대사량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이 작품을 해야겠다. 이걸 하지 못하면 다른 것도 못하겠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크리스토퍼 역에 도전하게 됐다. (려욱)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소년의 이야기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참고한 자료가 있는지.

ㄴ 영국에 가서 직접 연극을 봤다. 제가 생각하는 자폐아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테이블 작업을 많이 했고, 관련된 영화나 책을 최대한 보면서 디테일을 잡아갔다. 100% 크리스토퍼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려욱)

ㄴ 책이나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 지금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증세가 없어졌다고 알고 있다. 워낙 증세가 일률적이지 않아서 가장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부분을 크리스토퍼에 접목하려고 했다. (전성우)

   
▲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아이 크리스토퍼가 바라보는 세상은 괴롭고 두렵다.

심형탁 배우도 연극에는 첫 도전이다. 소감이 어떤지.

ㄴ 처음에 연출께서 책을 많이 주셨고 제 안에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의 입장이 돼서 상대방은 어찌 생각할까 고민했다. 제 역할은 세 명의 아들(려욱, 전성우, 윤나무) 뒤에서 빛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이라고 본다. 첫 연극에도 천 석이란 규모에서 연극을 하게 됐는데 굉장한 경험이자 도전이다. 끝날 때까지 아들들 잘 챙기도록 노력하겠다. (심형탁)

   
▲ 좌측부터 심형탁, 전성우, 려욱 배우.

몸을 쓰는 장면들이 매우 많은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ㄴ 은하수가 흘러가는 장면이 있다. 황성현 배우가 '멋진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우리도 그런 걸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걸 우리가 하고 있었다. '저런 건 오래 연습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하는 걸 보면서 '아 멋있다(웃음). 느낌 있다.'고 생각했다. 고생도 많이 하고 다치기도 많이 했다. 배우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많아서 한쪽 어깨만 커진 느낌이다. (신창주)

   
▲ 손수 바닥의 물병을 치워가는 김지현 배우의 모습만큼 따듯한 작품이 예상된다.

브로드웨이판, 일본판과 '김태형 연출'의 한국판은 어떤 것이 다른지.

ㄴ 일본은 대본만을 라이센스 해서 윤색을 했다. 지명이나 인명도 모두 일본인과 도쿄로 바꿔서 만들었다. 양쪽 모두 훌륭했다. 영국판은 굉장히 화려하고 만들어진 모양새나 테크놀로지도 훌륭했다. 그런 연극을 만들 수 있다는 자본과 인프라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멋졌다. 쿨하고 세련된 자세도 느껴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감각을 잃지 않은 느낌이 인상 깊었다. 일본 공연은 음악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단 한대의 피아노만을 이용했다. 전체적으로 훨씬 더 서정적인 느낌이었고 대본도 좀 더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일본 관객들은 많이 울면서 보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 공연은 이 둘을 적절히 섞어보자는 느낌으로 노력했고 쿨하고 세련된 부분을 가져가려 노력했고 어떤 부분에선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극에서 보여주려 했다. 배우들과 씬을 만드는 과정에선 좀 더 정서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만들었고 관객들에게 조금 더 아프고 서러운 태도를 '공감'하게끔 하려 했다. (김태형)

   
▲ '한밤개'를 통해 펼쳐지는 크리스토퍼의 성장 드라마에 주목하자.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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