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전문인시음회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오지현 1004clay@mhns.co.kr. 프랑스CAFA 소믈리에 한국과정을 수료하고 기업체 및 대학교에서 와인비즈니스전략강의, 와인행사 기획, 회사컨설팅 등 다양한 와인 및 미식관련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뉴스] 매년 이맘때쯤 모든 와인업계 종사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음회가 있다. 바로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전문인 시음회'다.

프랑스 보르도 최고의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음회이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와인들이 매년 새롭게 탄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크뤼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위엄을 가진 존재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매해 새롭게 선보이는 빈티지의 그랑크뤼 와인들을 시음하면서 그 해의 날씨와 포도밭의 상태, 그리고 만들어진 와인종사자들에겐 전공필수과목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서로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서로 근황을 확인하는 만남의 장이 바로 그랑크뤼 시음회이기도 하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전문인 시음회'는 보르도 그랑크뤼연합이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음회 중 하나다. 보르도 그랑크뤼연합은 1973년 프랑스 보르도 포도재배자들에 의해 설립됐다.

   
 

보르도 지역 내 최고의 와인들이 생산되는 포도밭들을 가진 134개의 샤또(크뤼), 즉 그라브, 페샥 레오냥, 생떼밀리옹, 뽀므롤, 물리스, 리스트락, 메독, 오메독, 마르고, 생 쥘리엥, 뽀이약, 생떼스떼프, 쏘테른, 바르삭 등 보르도 지역 내 주요 13개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있는 샤또들이 모여서 만든 연합모임이다.

이들은 전 세계 각국의 전문기자 및 와인 유통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출시된 빈티지의 와인 시음회를 주최하고 프레스티지 디너를 개최한다. 그리하여 포도 수확이 끝나고 이 지역들의 샤또 오너들과 대표자들이 직접 방한하여 자신들의 포도밭과 와인에 관한 이야기로 국내 업계 와인종사자들과 소통하고 유익한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다.

   
▲ 히딩크가 사랑한 와인으로 유명해진 샤또 딸보와인. 시간이 갈수록 더 퀄리티가 좋아진다는 평을 받고있다.

올해 12회를 맞이하는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전문인 시음회'에는 2012년 빈티지의 그랑크뤼들이 선보였다. 2012년은 어려운 해였다. 여름은 대체로 그리 덥지 않아서 과실이 충분히 익기가 어려웠으나 그나마 수확기에 가까운 시기에 날씨가 좋아 평년 정도의 퀄리티는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확기에 비가 온 곳도 간간이 있어 와인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는 경향도 보였다. (수확기에 비가 오면 과실의 수분이 증가하여 양은 증가하지만 묽어지게 된다) 또한 꽃이 빨리 피었던 해라 빨리 수확할 수 밖에 없어 응축력이 떨어지게 된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와인이 너무 무겁지 않고 부드러우며 빨리 열려서 마시기 쉬운 스타일의 와인들이 생산됐다.

   
▲ 스미스 오 라피트.매년 잘 만든 화이트와인으로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오가닉 와인으로 생산되고 있다

좋은 해의 그랑크뤼와인 시음회에서는 대부분 열리지를 않아서 사실 잠재력만 추측할 뿐 제대로 제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은 만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시음회에서는 시음회장에서도 이미 즐기기 쉬운 스타일의 와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더 인기가 많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뭄이 와도 관개가 허용되지 않고 비가 많이 오면 오는 대로, 그저 하늘이 주는 날씨와 토양을 그대로 반영하여 자연의 이치대로 만드는 와인.

그러나 그 안에서 최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들. 바로 이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 와인인 것이다. 농사지은 이의 수고로움이 담겨있는 이 한잔이야말로 우리가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이것이 바로 와인을 주는 대로 마구 들이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셔야 할 이유다.

   
▲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생떼밀리옹의 1등급 그랑크뤼 라 갸펠리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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