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혜화동 소극장 천공의성에서 극단 민예(대표 이혜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원작, 김성환 극작 연출의 <유 햄릿(You Hamlet)>을 관람했다.

김성환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으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퍼포먼스 연기학원 입시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 극단 민예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 <지금, 식민지를 살다> <햄릿왕 피살사건> <구몰라 대통령> <연꽃 속의 불> <템프파일> <누가 살던 방> <사람을 찾습니다> <지옥도> <장화홍련 실종사건> <고수부지를 떠나는 사람들> <천태만상: 절대사절/대가> <바람의 딸> <퍼포먼스 –1, 0, 1>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수상작으로는 2013년 <2인극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지금, 식민지를 살다”(김성환 작/연출), 2009년 D-FESTA 금상수상(“템프파일” 통영연극축제 공식 초청작)을 했다.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 흔히 줄여서 <햄릿>은 1599년에서 1601년 사이에 쓰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다.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클로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보여준다.

햄릿이 보여주는 이야기 구조와 인물의 깊이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공연에서는 액션이 주요 플롯 장치로 등장하고 다른 공연에서는 잔인한 살인을 둘러싼 복잡한 철학적 사색이 보다 중요하게 부각된다. 비평역시 관점에 따라 햄릿의 무의식적 욕망에 초점을 두기도 하고 여성주의 비평가들은 오필리어와 거트루드에 주목하기도 한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긴 작품으로 영어로 된 문학 작품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품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햄릿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의 하나이며 오늘 날에도 햄릿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누군가에 의해 공연되고 있다.

'햄릿'의 배경은 12세기 덴마크 왕가이며,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느 한 시대의 범주에 갇혀 있진 않다. 이 작품에 인간 본성과 복수 윤리에 대한 당대의 사고가 드러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시대에만 한정될 수 없는 보편성과 심미적 가치를 또한 지니고 있다.

'햄릿'에 재현된 한 왕가의 갈등은 현재 어떤 계층의 집안과 어느 집단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 할 수 있으며,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 진실과 허구라는 문제를 둘러싼 햄릿의 갈등과 경험은 어느 시대에 한정된 문제만은 아니다. 햄릿의 경험은 우리들 중 어느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부패한 사회의 한 도덕적 주인공 햄릿의 체험은 우리들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한 양식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경험을 이 작품에 투사하여 해석한다. 햄릿은 어긋난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의 전형으로 보이며, 그의 주저함은 이항대립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렇게 하지도 저렇게 하지도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 작품은 햄릿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동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정의라는 것이 선한 자의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결코 쉽게 성취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햄릿의 시대나 지금이나 정의와 불의, 실체와 허구, 이성과 격정, 사랑과 미움은 항상 서로 대립하고,

질서를 유린하는 힘은 항상 존재하며, 삶에 있어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그러나 극은 희생과 상실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깨어진 질서는 언젠가는 다시 복구된다는 믿음이 있고, 삶의 균형은 다시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존재한다.

셰익스피어가 처음으로 공연한 햄릿은 전해지지 않는다. 지금 전해지는 희극은 초연이 있은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셰익스피어가 다시 작업한 판본이다.

<유, 햄릿(You, Hamlet)>은 원작<햄릿>을 변형한 작품이다. 내용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1인 다 역으로 출연하고 연출가의 새로운 표현형식으로 창출된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극이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서부터 객석 가까이까지 여러 개의 발을 무대 좌우에 늘어뜨리고 출연자들이 발 뒤쪽에 등장해

발의 살을 헤치고 객석을 바라보며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천정에는 양복점의 목이 없는 마네킹의 상체부분이 몇 개 매달려 있고, 백색의 의상과 흑색의 의상을 착용하고 머리에 금색, 백색 물을 들인 출연자들이 흡사 햄릿의 독백장면처럼 각자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이 계속되듯 이어진다.

3막 1장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를 출연자들이 저마다 읊어대고, 클로디우스의 후회와 번뇌장면도 여러 출연자가 읊조린다. 폴로니우스를 여성출연자가 하는가 하면 햄릿 역을 하는 배우가 클로디우스 역을 하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장면은 목검으로 처리되고, 클로디우스가 햄릿의 칼에 찔려 쓰러지면, 암전되면서 첫 장면에서처럼 출연자들이 전원 여러 개의 발 뒤로 가 각자 자리를 잡은 뒤에 발을 헤치고 내다보며 독백하듯 대사를 읊은 후 전원 퇴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구본임, 홍광표, 송정아, 이동환, 김기영, 김시원, 박인아, 고균희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병행한 독백을 하는 듯싶은 대사표현, 각 개별 연기와 공동 연기가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표현주의 연극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획 이혜연, 움직임지도 천창훈, 조연출 심민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민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원작, 김성환 극작 연출의 <유 햄릿(You Hamlet)>을 기억에 길이 남을 신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극단 민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성환 극작 연출의 유 햄릿
- 공연명 유 햄릿(You Hamlet)
- 공연단체 극단 민예
-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 극작 연출 김성환
- 공연기간 2017년 12월 5일~17일
- 공연장소 소극장 천공의성
- 관람일시 12월 9일 오후 4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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