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의 '플래시백' #005 '강철비'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 앞에 공개되고, 그 중 일부 영화만이 박스오피스를 차지하곤 합니다. 그 중 필자는 해당 주에 개봉하는 '요주의 영화'를 '영알못의 플래시백'을 통해 사정없이 파헤쳐봅니다.

시놉시스
북한 내 쿠데타 발생 직후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긴밀한 접근을 시도하는데...

 

'쉬리' 이후 사골처럼 등장했던 남북문제 영화, 우려 속에 등장한 '강철비'
1999년 강제규 감독이 연출했던 '쉬리'는 지금까지도 한국영화계에 엄청난 획을 그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초대형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였던 점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도 거의 최초로 한국과 북한의 남북관계를 직접 다룬 대형영화는 '쉬리'가 처음이었기 때문. 특히나, 1994년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채 몇 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사회에 들고 나왔기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쉬리'를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등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사골처럼 우려먹는 이 남북관계 영화 때문에 언제부턴가 관객들마저도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예로, 올해 1월에 개봉했던 '공조'만 하더라도 남북영화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까지 했다. 그만큼, 신물이 난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 같은 소재의 또 다른 영화 '강철비'가 등장했다. 게다가 최근 뉴스에서 수없이 접했던 북핵 문제까지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은 '또, 뻔한 내용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강철비'는, 확실히 달랐다.

 

'강철비'는 다르다! 왜 다르게 봐야하는 걸까?
그동안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들과 달리 '강철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을 언급한다면, 현실성이 강하고 상당히 전문적이라는 점이다. 웹툰 '스틸레인' 때부터 보여주었던 것처럼,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서 현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북핵 문제를 비롯하여 북한의 정치상황과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포괄적으로 그려내 마냥 픽션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웬만한 군사전문가 못지않은 전문지식까지 뽐내기까지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강철비'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과 이야기의 완성도 또한 상당히 뛰어났다. 대한민국과 북한 양 국가에 속한 인물들 모두 저마다의 신념과 성격, 이해관계를 가진 채 입체적으로 표출하여 왜 이들이 이런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충분한 논리와 정당성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대부분 후반부에 힘을 잃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끝날 때까지 힘주어 끌고 가는 이야기는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순삭'하듯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변호인' 신드롬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철비' 속 배우들은 어땠나?
양우석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각본만 강했던 건 아니다. 그의 연출대로 120% 역량을 발휘해 각자 배역을 소화해냈던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강철비'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한다는 순수함으로 자신을 내던진 '엄철우' 정우성과 국가위기사태를 막고자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곽도원의 남다른 케미와 이분법적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두 명의 대통령 김의성과 이경영, 그리고 북한 간부로 강력한 존재감을 피력했던 김갑수까지 모두 "그뤠잇" 그 자체였다.

이 중에 잘 언급되지 않는 배우가 있어 이번 기회에 언급하고자 한다. 바로 북한 암살요원 '최명록'을 연기한 조우진이 그 주인공이다. '내부자들' '조 상무'로 처음 대중에게 각인되었던 그가 '도깨비'의 '김 비서', '보안관'의 '선철', '남한산성'의 '정명수'까지 카멜레온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했으나, 액션 연기는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랬던 조우진이, 연기인생 최초로 첩보액션에 도전했고,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결과물을 보여주며 '신스틸러'를 재입증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강철비'를 향한 총평
이 땅에 강철 같은 차가운 비가 아닌 미래의 한 걸음을 위한 씨앗 뿌리는 양우석, '쉬리' 이후 가장 현실적으로 남북관계를 되짚다. (★★★★)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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