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비보이(B-Boy) 문화의 역사를 새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비보이 40년 역사상 세계 최초로 월드 5대 메이저 비보이 대회를 모두 재패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진조크루'다. 초청공연, 각종 대회 심사, 뮤지컬, CF, 방송 등 웬만한 곳에서는 진조크루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조크루와 춤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진조크루의 실력파 비보이, 플레타(Fleta, 본명 : 이승진)을 만났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ㄴ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팀 '진조크루'에 속해있는 비보이 플레타, 이승진이라고 한다. 나는 스스로를 진조크루의 숨길 수 없는 캐릭터라고 소개한다.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않았는데 지인들이 '이번 무대 정말 좋았다. 너밖에 안 보이더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존재감이 넘치는 강한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Q. 자신 있는 모습이 멋지다. 진조크루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ㄴ 먼저 진조크루의 뜻에 대해 설명하자면, '진조'는 오를 진(進)에 불사를 조(㷮)로 이뤄진 한자어로, '불사르며 올라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고난과 시련을 겪어도 사그라지지 않는 저희의 열정을 타오르는 불꽃에 빗대어 표현해봤다.

진조크루는 세계 5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팀이다. 2001년 팀이 결성된 이후,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열심히 노력했는데 감개무량하다.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리고 비보잉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서로가 좋아서 뭉친 팀이기도 하다.(웃음)

나는 진조크루의 3기 멤버로, 2005년에 처음 진조크루에 들어왔다.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멤버가 세 명밖에 없었다. 이후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대여섯 명의 소수로 활동하다가, 팀이 계속 성장해서 현재는 스무 명 남짓한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Q. 진조크루와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ㄴ 우선 비보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말하자면, 나는 김수용 작가의 만화 '힙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지금 활동하는 비보이 중에 이 만화를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우가 꽤 있다.(웃음) 당시에는 취미로 활동하다가, 입시 때문에 1년간은 쉬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자연스럽게 내가 다시 춤을 찾고 있더라. 당시에는 많은 비보이들이 따로 연습실을 빌리는 게 아니라 근처 수련관에서 연습하곤 했다. 나는 성남 근처의 수련관을 찾았는데 그 곳에서 진조크루를 만났다. 워낙 실력이 좋고 멋있어서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친해지고 싶어서 매일 쫓아다녔다.

진조크루는 멤버를 뽑을 때 실력보다는 팀원들과 잘 맞는지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그 당시 나는 1년 간 춤을 쉰 상태였기 때문에 체중이 불어있었고 실력도 별로였다. 그런데 스킴(Skim) 김헌준 단장이 나를 멤버로 받아줬다. 지금까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스킴, 그때 고마웠어.(웃음)

Q. 진조크루가 세계 대회를 재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ㄴ 우리는 연습을 절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년 가까이 항상 새벽연습을 했다. 주위에서 진조크루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새벽연습이라고 할 정도였다. 낮밤이 완전히 바뀐 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도 많이 좁아졌다. 오히려 우리끼리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웃음) 크루를 이끌어 주는 비보이 스킴, 그리고 즐겁게 연습하는 팀원들이 있어서 나 역시 항상 행복하게 연습했다.

   
 

▲ 세계 5대 비보이 대회 중 하나인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펼치는 진조크루의 모습.

 

Q. 플레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진조크루의 팀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ㄴ 2005년에 들어왔으니, 진조크루와 함께한지 어느새 10년째가 됐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거의 매일을 연습하며 함께 지냈다. 사이가 돈독할 수밖에 없다.

팀 분위기가 좋은 비결은 앞서 얘기했던 비보이 스킴과 비보이 윙(Wing)이 팀을 이끄는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 활동에 있어서 필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두 사람의 의견에 따른다. 다른 팀원들도 의견을 내긴 하지만, 그건 의견일 뿐이다. 보통 군말없이 두 사람의 말에 따른다. 그래서 가끔씩 내 의견을 수용해줄 때는 꽤나 기쁘더라.(웃음)

Q. 현재 진조크루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ㄴ 2012년까지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크루가 되기 위해, 비보이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배틀 대회 위주의 활동을 했다. 덕분에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 5대 메이저 대회를 재패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우리는 비보이가 세계적으로 봤을 때 효자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보이하면 한국'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진조크루를 알리는 것을 넘어, 한국적인 음악, 테마를 가진 공연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려왔다.

약간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목표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2013년부터는 비보이 문화를 대중에게 알리고 발전시키자는 보다 궁극적인 목표를 세웠다. 잡지,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비보이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Q. 진조크루는 앞서 말한 것처럼 비보잉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천 홍보대사도 맡고 있던데.
ㄴ 스킴과 윙이 어느 지역에서 춤을 알리고 춤에 빗대어 인생 상담도 해주는 내용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부천시 관계자가 우리를 좋게 봤고 먼저 우리에게 연락을 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서 부천시 홍보대사까지 하게 됐다. 내가 숫자에 약해서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안 나는데 대략 4년 정도 된 것 같다.

'과학 없이는 예술을 할 수 없고, 예술 없이 과학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부천시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 단체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다른 분야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진조크루의 한계치를 넘는 기회로 삼고 있다.

   
▲ "진조크루와 함께 한 이후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비보이 플레타.

 

Q.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플레타에게 춤의 매력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
비보잉, 힙합뿐만 아니라 예술은 기본적으로 항상 신선해야 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기존의 것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 비보잉을 하려면 기존의 실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테크닉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작품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 창작의 고통과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매력이면서도 힘든 게 아닌가 싶다.

Q. 조금 민감한 질문이지만, 윤택하게 살고 있는가.
도끼 같은 래퍼처럼 외제차를 끌 정도로 윤택하게 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갈수록 예술인 복지 등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향후 10년 안에 우리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웃음)

Q. 10년 뒤의 진조크루, 그리고 플레타는 어떤 모습일까.
대중들에게 비보이를 널리 알리며 비보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팀이 될 것이다. 진조크루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진조크루 빌딩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Q. 마지막으로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나는 이 일을 좋아서 시작했다. 나에게 춤, 비보잉은 일이 아니라 즐거움 그 자체이다. 항상 팀원들에게 하는 얘기지만, 나는 스무살 때 진조크루를 만난 이후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즐거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 '진조크루'의 매력적인 퍼포먼스는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다.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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