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4일 오후 백암아트홀에서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018년 2월 25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비밀리에 연애를 하고 있는 두 남학생 피터와 제이슨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랑, 현실 앞에서의 고민과 방황, 갈등을 담아 낸 작품이다. 청소년들의 말하지 못했던 성장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탄탄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사랑받았다.

 

제이슨과 비밀 교제 중이며 커밍아웃을 원하는 평범한 학생 피터 역에 윤소호, 강찬, 정휘, 학교 최고의 킹카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제이슨 역에 고상호, 임준혁, 노윤, 예쁜 외모로 인기와 질투를 받는 아이비 역에 양서윤, 허혜진, 제이슨에 밀려 2등 인생인 맷 역에 이동환, 도정연, 맷을 짝사랑하는 제이슨의 쌍둥이 남매 나디아 역에 김지혜, 신부 역에 제병진, 샨텔 수녀와 피터의 엄마 클레어 1인 2역에 정영아와 도율희, 루카스 역에 박성광, 잭 역에 김영오, 앨런 역에 김찬종, 타냐 역에 이다솜, 카이라 역에 박시인, 다이앤 역에 구다빈, 로리 역에 권소이가 출연한다.

▲ 원미솔 음악감독

원미솔 음악감독이 진행을 맡은 이날 프레스콜에는 'Are you there?', 'You & I', 'Bare' 등의 주요 넘버 11개를 시연한 뒤 맷, 나디아, 피터, 제이슨 역 배우들과 함께 이재준 연출이 자리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이어갔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삼연을 맞아 소극장으로 옮기며 큰 변화를 단행한 작품의 무대미술, 연출에 관계된 질문이 많았다.

▲ 이재준 연출

이재준 연출은 "극장이 달라지며 무대가 달라지고 동선이나 무대 구성이 변했다. 내용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고 초연에 참여한 윤소호 역시 "유일하게 초연시즌에 참여한 '고인물'로 알고 있다(웃음)"고 말한 뒤 "극장과 무대가 바뀌었고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던 것에서 MR로 바뀌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변했어도 본질적인 작품 자체는 그대로다. 극장이 작아졌다고 해서 작품이 작아진 게 아니기에 많은 분들이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베어 더 뮤지컬' 삼연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베어 더 뮤지컬' 삼연의 무대는 아쉬움을 남겼다. 소극장으로 옮기며 원작에 근접한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예고했으나 초재연 당시 호평받던 감각적인 무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주요 장소들이 무대 중앙에 집중된 형태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로 인해 소극장이라기엔 넓은 규모인 백암아트홀의 무대를 전체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배우들이 무대 동선에 맞춰 움직이는 느낌을 줬다. 높은 충성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베어 더 뮤지컬'의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가 모인다.

다음으로는 신인들이 대거 발탁되며 배우 중심으로 제작되는 시스템을 빗겨나간 것에도 관심이 모였다.

'베어 더 뮤지컬'은 초재연에 참여한 이상이, 민경아, 박강현 등이 이름을 널리 알리며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과도 같았다.

이에 이재준 연출은 "늘 오해랄까 이야기하고 싶던 부분은 초연, 재연 모두 제작사(쇼플레이)에서 오디션 보기 전 서류만으로 거른 적이 없다. 지원한 모든 분들을 다 오디션 봤다. 간혹 (서류 탈락했다는)오해가 있곤 하지만, 회사에서 탈락시킨 적은 없다. 저희는 (지원한)모든 분들에게 기대를 드리고 새로운 배우들의 등용문이 되도록 배려하고 그런 걸 찾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겪어왔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도 공연계에 새로운 얼굴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바지하고 배우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배우를 기용했다. 물론 오디션을 통해서 실력을 입증하고 참여한 분들이다. (선순환 구조가)쉬운 일은 아니고 100%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쌓여가면 좋은 일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라며 '베어 더 뮤지컬'을 통해 뮤지컬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려고 했음을 전했다.

 

다음은 청소년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기에 빠질 수 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고상호는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라고 전제한 뒤 "제 개인적인 것보다 '베어 더 뮤지컬'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 이 작품을 보고 또 다른 피터와 제이슨이 위안을 받을까. 아니면 암담한 현실에 가슴아파할까. 그게 신경쓰였다. 그래서 그 분들이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그럴려면 우리가 어떻게 더 조심스럽게 해야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며 어려운 과정이었음을 밝혔다.

이어 "이 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이 분들 대신해서 선 무대에서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 신중했고 피터들과도 정말 무대 위에서 진실한 사랑을 하려고 한다. 저는 또 다른 '사람과 사람의 사랑'으로서 그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고 답변을 마쳤다.

 

강찬 역시 "사실 요즘 사회적으로 혐오라는 단어가 무척 이슈가 되고 있는 시기다."라고 조심스럽게 밝힌 뒤 "저도 '베어 더 뮤지컬' 참여하면서 처음에는 무척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잠재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꺼려지는 부분이나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작품 연습하고 올라가기까지 과정이 저 역시도 그걸 이해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베어 더 뮤지컬'에 임했던 과정을 전했다.

이어 "제 생각에 '베어 더 뮤지컬'이 '동성애를 응원하자' 이런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피터의 마지막 노래 가사처럼 그저 사랑이란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를 떠나 어떤 프레임에 국한되지 않고 그저 사랑,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답변을 마쳤다.

 

이외에도 배우들은 고등학생 연기의 어려움을 표하면서도 단순히 외적인 모습보다는 진실한 연기를 선보이고자 하는 의지를 엿보였다. '베어 더 뮤지컬'만이 가진 의자를 활용한 안무, '911! Emergency!' 등에서 들려준 신나고 매력적인 음악도 여전했다. '베어 더 뮤지컬' 삼연이 앞으로 초반의 우려를 딛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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