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사랑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17일 개봉했다.

작은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사는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가 15년 전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나면서 시작된 네 자매의 새로운 일상을 담아낸 가족 드라마다. 제6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2분 30초 만에 전석 매진되는 관심을 받았다. 감독이 직접 뽑은 영화 속 명장면을 살펴본다.

   
 

히로세 스즈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매실 열매 씬'
네 자매가 모여 매실 열매를 따고 즙이 잘 나오게 하려고 열매마다 구멍을 내는 장면이 감독이 뽑은 첫 명장면이다. 이는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촬영 중 히로세 스즈가 이쑤시개로 열매에 '스즈'의 '스'를 새기기 시작했고 이를 인상 깊게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네 여배우에게 극 중 자신의 이름 한자를 새기게 하며 탄생한 것이다. 이후 매실주를 마시는 장면에서 매실 열매에 찍혀 있는 글자를 보며 자매끼리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 역시 앞서 애드리브로 탄생한 장면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배우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로 인해 장면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이 굉장히 행복하다"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으로 손꼽았다.

   
 

각자 할머니와 아버지를 추억하는 두 자매의 대화, '카레 먹는 씬'
두 번째로 손꼽은 장면은 바로 극 중 셋째 '치카'와 이복 여동생 '스즈'의 대화 장면이다. '치카'가 만든 카레를 먹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치카'와 '스즈'. '치카'는 엄마가 만들어준 카레는 너무 어릴 적이라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모의 부재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추억한다. 이에 '스즈' 역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는다. "아버지는 별로 기억이 안 나 네가 얘기해줘"라는 '치카'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왠지 미안해지는 '스즈'이지만 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을 나누며 두 자매는 점점 가까워진다.

   
 

카마쿠라의 아름다운 봄을 통해 아버지를 추억한 '벚꽃 터널 씬'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란 질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언급한 장면은 바로 '스즈'와 친구 '후타'가 자전거를 타며 벚꽃 터널을 지나가는 장면이다. 친구들과 잔멸치 토스트를 먹은 후 아버지에 대한 추억에 빠진 '스즈'. 병든 아버지와 벚꽃 구경을 했던 이야기를 하며 벚꽃은 다 졌겠다고 아쉬워하는 '스즈'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친구 '후타'가 '스즈'를 데리고 카마쿠라의 벚꽃 터널을 달린다. 이름대로 양쪽 길게 늘어진 벚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 장관을 연출해내는 벚꽃 터널씬은 카마쿠라의 완연한 봄과 친구를 위한 '후타'의 마음, 그리고 잠시나마 아버지를 추억하는 '스즈'의 모습이 아름다운 연주곡과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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