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의 예상치 못했던 전화, 일면식 없는 사람의 연락으로 잠 못 이뤄

▲ 목동구장은 고교야구 선수들의 땀이 서린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웃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08년 11월부터 뒤늦게 이 일을 시작, 2009년부터 본격으로 그라운드에 나섰습니다.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았지만,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만나는 것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9년째에 접어들면서 전국대회 결승전 등을 통하여 많은 선수들의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봤고, 프로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프로야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아마야구의 뒷이야기들, '김현희의 야구돌 시트콤'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 8편은 다소 독특한, '새벽 3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다소 엉뚱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새벽 3시에 전화벨이 울리거나 문자메시지 수신음이 울린다면 여러분은 어떠한 느낌이 드실 것 같습니까? 한 번만 경험해도 섬뜩한 느낌이 오겠지만, 본인은 유독 새벽 3시에 이러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웃지 못할 이러한 새벽 3시에 대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술 취한 학부모님의 전화,
궁금한 것이 있다며 울리는 새벽 3시의 문자메시지 수신음

'새벽 3시 소동'의 시작은 아마 2010년이었을 것입니다. 직업 특성상 지방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던 본 기자는 당시에 전국 각지에서 좋은 선수들을 키워 내신 고교/대학 야구 선수들의 학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글로 표현한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면, 명함을 건네 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같이 동반하신 학부모님들과도 명함 교환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서울로 돌아 온 이후 여전히 목동 야구장을 전전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수면 도중 전화 벨소리가 들려와 잠이 깬 일이 있었습니다. 안 받아도 됐었지만, 본인은 왜 잠결에 그 전화를 받은 것일까요? 휴대폰 화면을 보니, 지방 모 고등학교 OOO 투수의 어머니라고 씌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 온 들려 온 소리가 또 기가 막혔습니다.

"김기자님이시죠? (딸꾹) 감독님이 왜 우리 애는 경기에 안 내보내는지 모르겠어요. 나 지금 한 잔 했시다. 지금 애들 학교 숙소에 있는데, 숙소 가서 난리라도 쳐야 우리 아들 등판시켜 주지 않을까요? 지금 뒤엎으려고요."

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본인은 술에 취한 어머니께서 아들의 등판 횟수 때문에 홧김에 전화를 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이후 출근해서 해당 학교 코치님께 '지난 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설마 학교에 별 일이야 있겠느냐?'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자마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문자를 보낸 해당 학교의 A코치님이셨습니다.

"아이고 기자님!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사실 저희 지난 밤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OOO 선수 어머니께서 숙소 유리창 깨고, 난동 부리는 통에 또 다른 코치도 도둑 든 게 아니냐면서 제 방으로 달려오고, 선수들은 잠에서 깨고 곤욕을 치렀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뿔싸! 새벽 3시에 걸려 온 전화는 술에 취한 어머님의 단순한 넋두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정말로 학교 숙소 유리창을 깨러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후 어머님께 몇 번 전화가 더 왔었지만, 단호하게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학생은 감독님께서 전학을 보내려고 했으나, 선수 본인이 감독님께 배우고 싶다는 강한 뜻을 드러내어 해당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본 기자는 명함 교환을 할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사건 이후 한동안 새벽 3시에 연락이 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이 새벽 3시의 공포(?)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새벽 3시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궁금한게 있다고 연락 오는 경우도 있었고, 또 SNS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연락이 와도 잠이 깨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공교롭게도 그럴 때마다 잠이 깨어 다시 수면에 들어야 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연락 중에는 단 한 번도 "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 없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 OOO은 왜 빠졌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받는 경우입니다.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말입니다.

제 아무리 친한 경우라 해도 새벽 3~4시에 연락을 취해 온다면, 그것은 친구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도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간을 따지지 않고 연락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근무 시간을 전후하여 서로 예의를 갖춘 후 연락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새벽 3시의 공포(?)는 이제 그만!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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