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31일까지 공연 중인 뮤지컬 '쓰루 더 도어'는 바쁜 남편을 기다리기만 하다 지쳐버린 아내 '샬롯'의 집 다용도실 문에 신비한 일이 생겨 18세기 파리로 가는 통로가 되고, 그곳에서 만난 왕자 '장 피에르'와 남편 '레니'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코믹하고 따듯하게 풀어낸 동화 같은 이야기다. 현재 '쓰루 더 도어'에서 열연 중인 김수용, 박성환, 소정화 세 배우를 작품이 공연 중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 밝고 활발한 느낌 뒤에 애잔함이 매력적인 소정화 배우.

소정화 배우는 현재 '머더발라드'에서 '나레이터' 역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둘이 캐릭터가 너무 다른데 두 작품을 같이 하면서 오는 혼란이나 애로사항은 없었나? 

ㄴ 소정화: 캐릭터 색깔이 완전 달라서 노래 부를 때 내는 목소리 자체가 달라서 초반에는 애를 먹었다. 하루는 뉴욕 클럽에서 놀고, 하루는 파리에서 동화같이 놀고…. 제 입장에선 나레이터의 경우 초연 때부터 쭉 해왔었다. (편집자 주: '머더발라드'는 4번째 공연을 하고 있고 소정화 배우는 4번 모두 출연했다) 반면 샬롯같은 경우엔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하는 건 도전이라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어려웠지만, 연습을 충분히 한 후 작품에 들어가게 돼서 두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다면 나레이터와 샬롯 중 어느 쪽이 더 본인에…

ㄴ 소정화: 둘 다 있는 것 같다. 제가 구현하기에 저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나레이터의 성향, 샬롯의 성향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샬롯일 때는 장난기도 많이 있고 씩씩하고 털털한 모습도 있고, 여리기도 하고… 반면 나레이터일 때는 음울한 저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참 재미있다(웃음).

샬롯은 마지막 순간에 레니를 택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소정화'라면 어떻게 했을까 

ㄴ 소정화: 늘 고민을 한다. 사람은 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소정화라고 해도 레니를 선택했을 것 같다. 다만 그만큼 괴로웠을 거다. 왕자를 만날 때의 설렘은 진짜일 테니까. 하지만 사람이 지나가는 것과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은 다르다. 같은 자리에 있어 줄 수 있는 레니에게 돌아갔을 거다.

   
▲ '믿고 보는 배우' 김수용.

최근 얼마 전에 결혼한 신혼 부부다. 공교롭게도 레니 또한 행복했던 신혼 시절 이후 너무 많은 일에 치여 살면서 점점 샬롯의 소중함에 무뎌지는데… 소중한 아내에게 한마디 하면 어떨까.

ㄴ 김수용: (크게 웃음) 아 아내가 이런 것에 굉장히 약하다. 오글거린다고…(웃음). 라디오스타 나갔을 때도 영상편지를 못 했을 정도다. 그래도 말해보자면 레니처럼 성공이란 것에 얽매여 가족을 돌아보지 못하는 타입은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 박성환 배우는 특별히 왕자님 느낌으로 찍어 보았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ㄴ 박성환: 82년생 뮤지컬 배우 박성환입니다. 78년생인 동명이인이 있는 데다 같은 작품을 뒤이어 한 적도 있어서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웃음).

장 피에르 왕자는 레니와 샬롯의 갈등 사이에 등장해 많은 부분을 고생하는 역할이다. 결혼도 취소되고 나중에 칼도 맞고(웃음). 제가 보기엔 희생당하는 캐릭터 같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감정 소모가 심했을 텐데

ㄴ 박성환: 처음에는 장 피에르의 역할이 너무 빈곤했다. 레니와 샬롯은 극의 주연으로 갈등과 해소, 결말까지 갖고 있지만 장 피에르는 그저 나와서 개그나 치는 왕자에 불과했다. 지금은 관객이 좋아해 주시긴 하지만 그때는 저로서 상당히 모험이었다. '과연 이걸 좋아할까?' 싶었지만 나 스스로 믿음이 없다면 관객이 다 눈치채기에 스스로 믿음을 갖고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희생당하는' 캐릭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결국 레니에게 돌아가긴 하지만 샬롯을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만나는 과정을 진심으로 하려고 했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는 것을 '희생한다'고 하진 않지 않나.

   
 

'쓰루 더 도어'는 쉽게 보자면 불륜극으로 치환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정서상 '결혼한' 사람이 다른 만남을 가진다는 부분에서 주인공과 함께하기에 어려워하는 관객이 많다. 특히 국내에선 페미니즘 정서상 '여성'이 선택의 한가운데 속해 있다는 점에서 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수 있다. 어떤 연기를 통해 관객을 설득시키고자 하는지.

ㄴ 소정화: 샬롯의 행동은 성별을 떠나서 도덕적으로 볼 때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관객이 샬롯을 비판한다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흔들림에 대해서 '이해'를 하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설정의 큰 장점이 바람의 상대 남자가 왕자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현실적인 남자와 만나는 거라면 정말 바람 난 여자의 이야기가 될 텐데 '18세기 왕자'와의 만남이니까 있을 수 없는 이야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결국 돌아가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아"라고 봐주신다면 '샬롯'의 행동을 비판하되 마음으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ㄴ 김수용: 처음 대본만 봤을 때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왜 샬롯이 장 피에르에게 마음을 줄까?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왜 이렇게 해야 할까?'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습을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회사에서 쫓겨나기까지의 레니를 샬롯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는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 연습 당시에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저 정도로 레니에게 상처를 입는다면 샬롯이 장 피에르에게 마음이 가는 게 이해되지 않을까?' 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정당성'이라고는 했지만 어떤 터부를 뛰어넘는다거나 바람피우는 걸 인정받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 정도는 돼야 관객이 볼 때 샬롯을 이해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ㄴ 박성환: 특별히 이해를 시키려고 어떻게 한다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사랑해주고 힘들어할 때 기쁘게 하고, 온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고. 대사나 가사에 불과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 외에 다른 장 피에르는 없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진심이 통하면 관객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매번 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세분 다 대극장, 소극장 공연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대극장 공연과 다른 소극장의 매력이 있다면?

ㄴ 소정화: 바로 앞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중극장에서 하는 '머더발라드'의 경우엔 아예 스테이지석이 따로 있기도 하다. '쓰루 더 도어'의 경우 리차드 경이 등장하는 부분이라거나 줄리엣을 피해 관객 사이로 숨는 등의 재밌는 부분이 있다.

ㄴ 김수용: 배우들의 끈끈함이 많이 살아난 것 같다. 치정극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작품을 위트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있게끔 만들어오는 힘이 아닌가 싶다. 또, 대극장에 비하면 다 R석 급이다(웃음). 배우의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기에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커다란 자극 없이도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좋은 리얼함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ㄴ 박성환: 소극장은 3년여만인데 일단 티켓값이 저렴하다. 대극장에서 볼 값이면 3~4번도 볼 수 있다. 카페 식구들이 여러 번 볼 수 있기에 무척 좋아한다(웃음). 또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디테일한 연기가 보이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즐기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큰 공연에선 '돈 값'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내 팬이 아닌 다른 배우의 팬들도 많다. 하지만 소극장은 작은 무대, 적은 배우와 함께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관객도 '좋아해 주기 위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커튼콜 서비스 같은 것도 하려고 한다.

나만의 (샬롯, 레니, 장 피에르)는 ○○○이다.

ㄴ 소정화: '현실적인' 샬롯을 표현하고 싶었다. 파리에서의 동화 같은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반대로 현실적인 고루함, 지루함, 평범함에 지쳐가는 진짜 있을 법한 느낌의 여자를 표현하려 했다.

ㄴ 김수용: 나만의 레니는 '보통사람'이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고 착하기도 속 좁기도 한 평범한 인간 중 하나다. 중간에 레니와 샬롯의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에서도 보면 "나 좋자고 이런 줄 아느냐" 면서 샬롯에게 화를 내곤 하는데 연인들이라면 흔한 오류지 않나. '이러이러하면 상대방이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해서 벌이는 행동들. 그런 부분들을 첫 씬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으려고 노력했다.

ㄴ 박성환: 저는 특별히 색깔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지휘는 너무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고, 정우는 묵직하고 강인한 남자의 이미지 속에 엉뚱한 매력이 있다. 반면 저는 유부남에 애도 있고…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살도 빼봤다. 도로 쪘지만(웃음). 저는 그래서 최대한 상황에 맞게끔 하려 했다. 웃길 땐 웃기고 노래할 땐 노래하고. 왕자일 땐 왕자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했다. 다른 두 친구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웃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누굴까? 

ㄴ 소정화: 줄리엣?(웃음) 사실 모두 매력 넘치는 캐릭터지만 그래도 역시 샬롯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갈등이 가장 많은 캐릭터다. 고민도 많이 하고 그 부분을 관객이 함께한다. 순종적인 아내부터 일탈을 즐기는 모습, 실수하기도 하고 다시 되돌리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마지막엔 돌아가야 할 곳을 찾는 깨달음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다.

ㄴ 김수용: 특별히 하나가 매력적이라기보단 모두 다 똑같은 느낌이다. 앞서 레니를 말했듯 누구든 사람과 관심과 애정이란 명제로 흔들리는 사람이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적인 의미로 꼽아보자면 '줄리엣'을 꼽고 싶다(웃음). 떡 벌어진 어깨에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면 반할 수밖에 없다. 3인의 줄리엣이 모두 다 다른 매력이 있다.

ㄴ 박성환: 처음에 노래를 듣고 장 피에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보니 레니도 매력적이었다. 유부남이라 그런지 내가 생각하는 또 다른 레니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장 피에르가 많이 희생하고 고생하는 캐릭터로 비칠 수 있는데 제가 레니를 했다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장 피에르를 연기 하고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이 집에 생긴다면 가고 싶은 곳은?

ㄴ 소정화: 베네치아에 가보고 싶다. 물 위에 앉아 노래도 듣고, 이색적인 느낌을 즐기고 싶다. 아니면 요즘 너무 추우니까 따듯한 나라에 가서 쉬고 싶기도 하다. 보라카이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다(웃음).

ㄴ 김수용: 시간까지도 되돌릴 수 있다면 대학교 입학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젊을 적이 좋다는 이야긴지?) 그런 것이 아니라 항상 연기하며 부족함을 느낀다. 단 한 번도 '아, 내가 완벽하게 해냈어'란 느낌이 들어본 적이 없기에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차곡차곡 배워보고 싶다. 아직도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정도로 부족함을 느낀다.

ㄴ 박성환: 음…(한참 동안) 은행 금고? 인간 박성환으로선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하므로 스위스 은행 금고가 좋겠다. (시간도 되돌릴 수 있다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서 뮤지컬 하나만 바라보고 싶다. 다른 것 안 하고 나쁜 것 안 배우고(웃음).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게 있기에 역시 은행 금고가 좋겠다.

'쓰루 더 도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넘버를 꼽는다면 

ㄴ 소정화: 마지막에 셋이 마주치게 되면서 부르는 레니, 샬롯, 장 피에르의 삼중창이 있다. 미묘한 긴장감과 혼란, 괴로움, 갈등이 보이는 씬이다.

ㄴ 김수용: 역시 '줄리엣'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처음 대본 나온 뒤 연습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줄리엣이 나올 때만큼은 모두 웃으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넘버를 꼽자면 레니와 샬롯이 만나 왈츠를 추며 그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장면이 있다. 레니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자신이 하고 싶던 말'을 다 건네기도 하고.

ㄴ 박성환: 장면은 꼽기 어렵고 좋아하는 넘버라면 역시 마지막의 삼중창이다. 그 곡의 멜로디가 매우 좋아서 '쓰루 더 도어'를 하고 싶었다.

반면 가장 힘든 장면은 어떤 것이었나 

ㄴ 소정화: 왕자와의 첫 만남?(웃음) 처음 연습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상상해보라. 문을 열었더니 18세기 파리가 나타나고 그곳에 왕자가 서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비상식적인 장면을 관객에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엔 그 느낌 그대로 풀어가고 있다. '와? 이게 뭐야. 말이 돼?'라는 느낌. 그리고 중간에 7-8분 정도 되는 넘버가 있다. 파리와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소화해야 하는 정신이 없는 장면이라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ㄴ 김수용: 레니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움직이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첫 씬에서 만약 와이프가 삐졌다면 상냥하게 달래줬을 텐데 레니는 그럴 수 없었다. 레니라는 인물의 정당성을 만들어내고, 샬롯의 정당성을 만들어주고, 나와 다른 성향의 캐릭터인 것이 티가 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어려웠다. 다른 두 명의 레니(박유덕, 양승리 배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ㄴ 박성환: 힘든 건 손에 꼽을 수가 없다. 처음 연습할 때는 샬롯과의 첫 만남이나 목걸이를 찾아주는 장면을 비롯해 장면 장면이 힘들었다. 관객들과의 피드백을 통해 애드립도 들어가고 샬롯과도 호흡을 맞춰지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지금 우리의 시점으로 보자면 처음 보는 여자한테 다가가서 코를 킁킁거리고, 이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 있어 아예 코믹한 느낌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관객들이 '쓰루 더 도어'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ㄴ 소정화: 있어서는 안 될 이야기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다. 예술이라 함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안에 담긴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봐주셨으면 한다. 도덕적인 이야기, 반면 그걸 넘어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교감과 이해도 담겨있다. 모든 사람이 고민하며 살아가고 선택의 연장에 서 있다.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일탈하는 재미를 대리만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샬롯을 너무 미워하지 않으시면 좋겠다. 저조차도 처음엔 미웠지만 '미워. 그러나 어느 정도 이해는 돼' 란 생각이 드신다면 성공이겠다.

ㄴ 김수용: 드라마들 많이 보시는데 인과관계가 얽히고설킨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 같다. '쓰루 더 도어'도 그런 인과관계와 갈등이 녹아있는 거창하게 말하면 휴먼드라마다(웃음). 팝콘 같지만은 않게 재미 속에서 메시지도 생각해볼 수 있고, 위트와 '빵 터지는' 웃음도 있는 다양한 매력이 있으니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배우들 모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날씨도 추우니 따듯한 곳에서 데이트하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웃음).

ㄴ 박성환: 깊은 고뇌와 성찰보다는 드라마 한 편 본다는 느낌으로 웃고 즐기시면 좋을 것 같다. "어우 장 피에르 불쌍해, 어쩜 남편이 저래?" 이런 식으로(웃음). 오래된 부부나 연인 등 권태기에 빠질 수 있는 분들이 본다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ㄴ 소정화: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소수 매니아층을 위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그렇지만 이 부분에 있어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역할을 시도해보고 싶다. 또 좋은 이야기들로 관객을 찾아가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늘 객석 채워주는 관객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ㄴ 김수용: '믿고 보는' 배우라는 칭찬이 한없이 감사하다. '믿음'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믿음을 받는 것도 좋아하는 데 그 말씀들 부끄럽지 않게끔 하고 싶다. '김수용은 어떤 배우인가?' 하고 물어봤을 때 '그 사람 참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

ㄴ 박성환: 그때그때 많이 바뀌는 편이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맡은 배역에 충실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어떤 역할을 하든 '배우 박성환'이란 느낌보다는 '캐릭터 자체'로 비춰 보이고 싶다. '내가 캐릭터가 되느냐', '캐릭터를 내 캐릭터로 만드느냐'고 한다면 전자 쪽이다. 거지를 하든 왕자를 하든 그냥 그 캐릭터처럼만 보이고 싶다.

기사에 담지 못한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세 배우 모두 작품에 대해 충실히 하는 것을 증명하는 듯, 단순히 대본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생각한 흔적이 남은 인터뷰였다. 다들 인터뷰 중간 중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다"며 짧은 인터뷰에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

화장빨도 사실은 '원판 불변'이듯이 무대 아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세명 모두 캐릭터란 화장에 취하지 않고 민낯을 가꾸는데 충실한 매력적인 배우들이었다. 이처럼 매력적인 배우들이 만나 풀어가는 뮤지컬 '쓰루 더 도어'는 31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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