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대표 윤 학)에서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의 유환민 지도신부, 최주봉 제작, 톨스토이 원작, 김석만 각색연출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관극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1885년 저술된 톨스토이(1828~1910)의 단편소설로 기독교 신앙이 돋보이는 종교문학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가 1885년 출판한 단편소설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다른 얘기들> 중 한 편의 이야기이다. 이 단편소설집에는 <세 가지 질문>, <수라트의 커피하우스>,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가 수록되어있다.

구두 장인인 시몬이, 하느님에게 벌을 받아서 세상에 온 천사 미하일을 돌보는 사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한 톨스토이의 러시아 정교회 신앙이 담긴 작품이다. 또한 미하일이 교회 앞에서 얼어 죽을 뻔했다는 설정을 통해, 민중들과 멀어진 당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식도 담겨 있다.

알렉산드로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2008)도 1967년 출판된 《암병동》(Cancer Ward)에서 그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소설가, 사상가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이자 문명비평가, 사상가다. 1852년 처녀작 <유년 시대>를 익명으로 발표하여 네크라소프로부터 격찬을 받았고, <소년시대>, <세바스토폴 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청년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결혼 후 문학에 전념하여 불후의 명작 <전쟁과 평화>를 발표하고, 이어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했다. 이 무렵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무상함으로 해서 종교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사상을 <톨스토이주의>라고 부른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지 않는 성령 부정 파 교도(聖靈否定派敎徒)들의 미국 이주 자금 조달을 위해 그 유명한 장편 <부활>을 집필 발표했다. 톨스토이는 1850년대에 이미 투르게네프(Ivan Sergeyevich Turgenev, 1818~1883)나 오스트로프스키(Alexandr Ostrovsky, 1823~1886)의 영향을 받아 극작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근대 연극사에서 유명하게 한 것은 주로 <어둠의 힘>(1886), <교육의 열매>(1891), <산송장>(1911) 등의 희곡작품이라 하겠다.

<어둠의 힘>은 실화에 의거해 러시아 농민의 음산한 생활을 그린 것으로 자연주의 희곡으로 뛰어난 작품이며 러시아에서는 공연이 금지되어 프랑스에서 초연되었다. <교육의 열매>는 시골 귀족의 무의미한 생활을 풍자한 것. <산송장>은 기독교적 자기희생과 결혼법의 문제를 다룬 희곡으로 유럽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소설 <안나 카레니나>와 <부활>은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각색, 공연했다.

김석만 (1951~)은 6·25 사변 중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반 활동을 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과 공연 학을 전공했다. 연우무대를 중심으로 창작극 연출에 몰두해 <한씨 연대기>, <변방에 우짖는 새>,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각색에 참여하고 연출했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거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기, 연출을 가르쳤다. 가극 <금강>으로 2005년 평양 초청 공연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전통의 현재화 작업에 주목해 <영원한 사랑 춘향이>,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세종조 회례연), 정가극 <이생규장전> 등을 연출하고, 이진순 선생 기념사업회의 연극 <현자 나탄>과 인천시립극단의 <꿈 하늘>을 연출했다.

[연기의 첫걸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폴롯], [통쾌한 희곡의 분석], [연출가처럼 생각하기] 등의 역서와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극론], [연기의 세계],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출] 등의 저서를 냈다.

무대는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구두를 만드는 작업대가 상수 쪽에 있다. 배경에 영상으로 건물과 실내가 장면변화에 따라 투사되고 함박눈이 내리는 영상도 투사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구둣방 주인인 세묜이 구두 외상값을 받으러 나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여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세묜은 아내 마트료나의 술을 마시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들으며 집을 나선다.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구두수선대금이나 제화대금을 받으려 하지만 선뜻 외상값을 갚는 사람이 없다.

아내를 위해 털옷을 사려고 했지만 외상도 잘 통하지 않는다. 결국 홧김에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세묜은 교회 옆에서 알몸뚱이 소년을 발견한다. 그는 이제껏 세상이 더럽다고 생각했기에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어쩐지 불쌍하게 여겨져서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당연히 세묜의 아내 마트료나는 세묜에게 욕을 하면서 남편이건 그 알몸뚱이 소년을 내쫓으려한다. 하지만 자신도 그 소년의 정체가 궁금했던 데다가 세묜의 "당신의 마음속엔 하느님도 없소?"라는 말에 마트료나는 마음이 누그러져서 소년에게 밥을 준다. 그러자 그 소년은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부부는 그 소년의 이름이 미하일이란 것을 알게 된다. 세묜은 소년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구두 짓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가 시종을 거느리고 와서는 고급 가죽이라며 장화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세묜은 자기 솜씨로 이걸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미하일은 무슨 이유에선지 부자를 보고 웃는다. 부자는 미하일에게 신발을 만들라고 시킨다.

미하일은 신발을 만들지만, 어째서인지 부자가 주문한 장화가 아니라 슬리퍼를 만들고 있다. 세묜은 이를 알고 나서 대경실색하지만, 놀랍게도 시종이 돌아와서는 "나리께서 집으로 가시다가 마차에서 돌아가셨다"며 장화 대신 슬리퍼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미하일은 미리 만들어 둔 슬리퍼를 건네준다.

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묜은 미하일을 아끼고 귀한 일꾼으로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아이들의 신발을 만들러 찾아왔다. 그런데 미하일은 평소와 달리 두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자세히 보니 한 아이는 한 쪽 발을 절고 있다. 게다가 그 여인은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마트료나가 묻자, 그 여인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여인은 두 아이의 진짜 어머니의 이웃이었는데, 두 아이의 아버지는 사고로, 어머니는 아기들을 낳고 나서 사망했다. 그리고 한 아이는 죽은 어머니에게 깔려서 다리를 절게 되었다. 착한 마을 사람들은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걸 도왔고, 그 동안 그 여인은 두 아이를 임시로 맡게 되었다.

이때 그 여인은 두 아기 중 두 발이 멀쩡한 아기에게만 젖을 주고 절름발이 아기에게는 젖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굳이 한 아기를 저버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여 두 아기 모두에게 젖을 주었다. 하지만 본래 자기가 키우던 아기는 2년 만에 숨을 거뒀고, 이후로도 자식을 낳지 못하게 됐다.

그리하여 두 아기를 계속 키워온 것이다. 그리고 그 여인이 아이들의 신발을 챙기고 떠나자, 미하일은 다시금 미소를 지었고 그의 몸에서는 빛이 났다. 세묜이 그 이유를 묻자 미하일은 그제야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실 미하일은 하나님을 모시던 천사였다.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는데, 그 여인이 바로 앞서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 여인은 미하일에게 '이 아기들은 부모 없이 살 수 없으니 제발 제대로 클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미하일은 하늘나라로 돌아가 "저는 그 여인의 영혼을 데려올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하느님은 "그래도 데려와라. 그러면 세 가지 뜻을 알게 되리라.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를 알게 되면 하늘나라로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라고 말한다.

결국 미하일은 여인의 영혼을 빼앗았고, 이 과정에서 한 아기는 다리를 절게 된다. 그리고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던 미하일은 폭풍에 휘말려 추락하고, 여인의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미하일은 자신은 날개가 부러진 채 교회 옆의 길에 누워 있다가 세묜에게 발견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미하일은 세묜의 첫인상을 보고 '저런 사람이 날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낙심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세묜은 돌아와서 자신을 구해주고, 그의 아내 마트료나도 처음에는 화를 냈지만 세묜의 말을 듣고 화를 푼다. 그리고 이때 미카엘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웃는다.

이후 부자가 와서 장화 타령을 했을 때, 미하일은 세묜이나 마트료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의 천사가 부자 옆에 붙어 있는 걸 보았고, 부자가 당일 죽으리라는 걸 부자 자신은 모르니,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다시 한 번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오늘, 죽었을 거라고 걱정했던 두 아이가 이웃 여자의 손에서 잘 자란 것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고 웃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알게 되었기에 미하일은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고, 세묜과 마트료나 앞에서 '모든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진리를 설파한 뒤 찬송과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며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심우창, 반혜라, 장영주, 이인철, 승주영, 김지원 김동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일생일대의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관객들이 손수건을 자주 눈가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필자의 손수건 역시 젖어있음을 감지할 즈음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 회장 최주봉, 담당사제 유환민, 무대디자인 임건수, 영상 조명 신재희, 의상 분장 손진숙, 무대장치 박재범 (태극무대) 소품 정윤정, 작곡 이유정, 무대감독 서원진, 연출부 강민수 신민경 최성호 한윤정 한정윤, 진행 강승원 김다올 송정희 김규남, 홍보마케팅 이태실 이종수, 기획 이종열 김은균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나,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의 톨스토이 원작, 김석만 각색 연출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성탄축하 성극으로 만들어 냈다.

 

▶공연메모
서울가톨릭연극협회 유환민 지도신부 최주봉 제작 톨스토이 원작 김석만 각색 연출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공연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공연단체 서울가톨릭연극협회
- 지도신부 유환민
- 제작 최주봉
- 원작 톨스토이
- 각색 연출 김석만
- 공연기간 2017년 12월 18일~20일
- 공연장소 흰물결아트센터
- 관람일시 12월 19일 오후 4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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