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컴퍼니의 이선희 작 김제훈 연출의 종일본가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종일본가(終日本家)>는 이선희 작가가 현재 영남남대학교 교수인 이동순(1950~) 시인의 시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소재를 따온 작품이다.

이동순 시인은 부친 사망 후, 부친이 남긴 일기장을 읽게 되었다. 일기에는 <종일본가(終日本家)>라는 글귀가 이어져 있었다. 시인의 아버지는 종일 집에 있었다는 것을 <종일본가>라고 기록하고, 시인은 일기장을 보면서 일찍 상처해 고독한 삶을 살아간 아버지를 헤아려보는 내용의 시(詩) <아버님의 일기장>을 써서 발표했다.

이선희(1978~)는 이선희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보고싶습니다> <행복> <종일본가> <모두 잘 지냅니다> <엄마의 18번> <어둠이 떠오를 때> <so love 시리즈> 외 다수 작을 발표 공연하고, <강풀의 순정만화> <30분의 7> <티레지아스의 유방> 등을 각색한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이자 출중한 연기력을 보유한 성격파 미녀배우다.

무대는 한적한 교외의 주택이다. 여러 그루의 나무가 울타리 앞뒤로 서있고, 울타리 가운데에 여닫이문이 있어 초인종으로 내방객을 알린다. 울타리 안 하수 쪽으로 승용차의 앞부분이 보이고, 상수 쪽으로는 나무와 울타리를 연결한 빨래 줄이 매어져 있다. 마당 가운데에 평상이 있고, 무대 전면에 좌우로 길게 연결된 마루가 있어 이집의 대청구실을 한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평상이 놓이고, 집의 본체는 객석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천정에 대들보와 연결된 나무 조형물을 만들어놓았다. 음성녹음으로 해설과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경쾌한 대중음악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소품으로 밥상과 술상, 배달된 상자 곽, 여행용 가방, 막걸리, 걸레, 빨래, 사진기와 움직이는 동물인형, 포대기에 싼 아기 등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의상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출연자들이 바꿔 입는다. 대단원에는 천정에서 꽃잎형태의 눈발이 날리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인 독거노인이 승용차를 닦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웃노인이 막걸리를 들고 등장해 노인과 막 무관하게 지내는 정경이 펼쳐지고, 노인의 딸 내외가 아버지를 찾아온다. 노인에게 찬거리와 용돈을 전하면서 복스럽게 생기기는 했지만 딸은 찌푸린 얼굴에 성질까지 드러내고, 이와 반대로 훤칠하고 잘 생긴 사위는 밝고 명랑한 성품이지만 공처가인 듯 보인다. 가끔 배달청년이 헬멧을 쓰고 등장해, 김과 그 밖의 식품을 배달하고 간다.

   
 

이집에 젊은 여인이 여행 가방을 끌고 등장한다. 그리고 죽은 노인의 장남 이름을 대며 장남이 주소를 일러주어 찾아왔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노인의 승낙이 있건 없건 당연지사처럼 이 집에 들어와 그냥 눌러 앉는다. 여인은 나이 어리고 예쁜 모습인데다 붙임성도 있기에, 이 여인으로 해서 쓸쓸해 뵈던 집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이웃과도 금세 친근해져 이웃집 노인에게도 귀여움을 받고, 배달청년까지 이 여인에게 관심을 드러낸다. 노인도 죽은 자식과 연관이 있다고 하니, 깊이 따져 묻지 않고 가족처럼 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여인이 헛구역질을 하게 되고, 노인은 여인의 임신사실을 알게 된다. 여인도 자신이 임신 중임을 고백한다.

해설과 함께 계절이 바뀌면서 여인의 배가 불룩해져 간다. 현재 고령인구 증가와 소일꺼리로 사진촬영에 취미를 가진 노인이 증가하듯, 이 극의 주인공 노인도 사진촬영에 마음을 붙이고 암실작업까지 벌이는 것으로 설정된다. 젊은 여인에게 점점 관심을 보이는 배달청년은 여인에게 최신형 사진기까지 선물하면서 연모의 정을 드러낸다.

김장철이 다가오니, 여인은 김장을 담그겠노라고 해, 이웃노인이 커다란 배추포기를 잔뜩 들고 들어온다. 그 때 노인의 딸 내외가 등장을 한다. 딸은 여인의 불룩한 배를 보고, 신분을 따져 묻기 시작한다. 자신의 죽은 오빠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젊은 여인이 대답을 잘 못하니, 딸은 여인의 가슴까지 쥐어박으며 진실을 말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보다 못한 노인이 딸을 말리고, 사위까지 아내의 행동을 제지한다. 공처가로만 보이던 사위가 어엿하고 제대로 된 남편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노인의 딸이 불임여성이고, 임신을 한 여성에게는 딸이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을 폭발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와중에 여인은 죽은 장남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출산을 할 때까지만 노인의 집에 머무르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인이 철야 암실작업을 하며 인화한 사진을 용액에서 건져 빨래 줄에 매달아 말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여인이 다가와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복통을 호소하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노인은 방으로 들어가 자동차 키를 들고 나와 "제발 시동아 걸려라"라고 소리를 지르며 차에 키를 꽂는다. 잠시 후 우렁찬 시동소리와 함께 암전된다.

조명이 들어오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노인이 방에서 포대기에 싼 아기를 안고 나온다. 아기가 울어도 아기엄마인 젊은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아기 엄마가 이집으로 처음 올 때 가져온 움직이는 장난감 인형을 작동시켜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노인이 안고 흔들어주니 그제야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친다. 잠시 후 이웃노인이 등장하고, 배달청년도 등장한다. 노인은 배달청년에게 젊은 여인에게 준 사진기를 되돌려준다. 그러나 청년은 돌려받지 않고 노인더러 사용하라며 되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젊은 여인이 아기 출산도중 사망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대단원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노인의 머리 위로 꽃잎처럼 생긴 눈발이 흩날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해설자의 종일본가의 해설과 함께 마무리가 된다.

   
 

김태훈, 이도엽, 김민경, 오주환, 이선희, 전익수, 라경민, 김두희(음성녹음)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정선하, 조명디자인 백하림, 의상디자인 김미정, 제작피디 김현민, 분장 김미숙, 무대제작 수무대, 포토그래퍼 이원표, 공연사진 김수진, 김재억, 허선영, 박인용, 조연출 류광환, 기획 장유진, 홍보마케팅 김유진 김수진 유지희, 디자인 유지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조은컴퍼니의 이선희 작, 김제훈 연출의 <종일본가>를 연출력이 감지되고,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발휘된 한편의 서정시극 같은 감성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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