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선라이즈] "차선책은 없다.. 연기 하나만 생각하고 간다" 배우 정민섭
  • 김태민
  • 승인 201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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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션 없이 연기하면 죽은 연기"
배우 정민섭씨는 배우 생활에 대해 "힘든 길이지만 그 길을 같이 가는 동료들도 있고, 그 안에 분명히 행복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문화뉴스 MHN 김태민 기자] 인터뷰 끝무렵, 배우 정민섭씨의 말이 와닿는다.

그가 아직도 부모로부터 응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떠올라서다. '오랜 시간을 연기해온 배우인데다 부산행에도 출연했는데 관계가 좋지 않을까'하고 지레짐작하고 물어본 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동료들 덕분에 충분히 힘을 내고 연기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시작하는 후배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네요. 비행기는 250km부터 이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서 이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두 개의 날개로 엄청난 공기 저항을 이겨 내야만 이륙을 하고 하늘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배우로서 길을 갈 때 저항들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래도 그 저항들을 버티면 결국 하늘로 날아오르는 날이 분명히 올 거예요."

"정말 끝까지 할 거면 차선책은 생각도 하지 마라! 연기 하나만 생각하고 가도 힘든 길입니다. 그래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연기에만 전념하라고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죠. 배우로서 길을 간다는 게 정말 힘들 거예요. 오죽하면 연극 영화과를 실업자 양성학과라고도 농담 식으로 부르잖아요. 다른 어떤 부분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을 거예요.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생각되고, 이 일을 못하는 게 죽는 것보다 더 싫다고 생각이 든다면 끝까지 가보시길 바랍니다." 

'훈남이니 겉멋도 엄청 부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성'과 '인사'를 강조하는 부분에선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풍부한 상식과 경험을 버무려 넣는 글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다.

"연극이나 영화 현장에서 그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단 지각은 절대로 하면 안 돼요. 지각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본인 점수 깎아 먹는 데는 가장 큰 점수를 차지할 거예요. 물론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다음은 인사입니다. 어느 현장이건 '선배님이다' 싶으면 일단 무조건 인사부터 하시길 권합니다. 어색하다고 안 하고 지나치면 나중에 더 어색한 사이가 되죠."

▲ 영화"택시운전사" 촬영 때 배우 정민섭(오른쪽에서 2번째)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ㄴ "가장 좋은 연습은 뭐니 뭐니 해도 연극 공연이죠. 전 연극 공연 대본을 받으면 바로 대본 분석부터 시작해요. 일단 기본 두세 번 정도 읽어보고 가장 먼저 각 캐릭터 인물 분석을 하고, 다음에 인물 관계도를 그리고, 다음 인물 간 갈등 구조를 찾아요. 다음으론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극 전체의 목표와 각 장 별로 목표를 잡아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계획을 잡아요. 전 이런 과정들이 다 공부고 연습이라고 생각을 해요."

연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말하기와 리액션이라고 생각해요. 말하기와 리액션은 연극 무대나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서도 아주 중요하죠. 특히나 연극 무대에서 말하기는 현장의 관객들에게 직접 전달을 해야 되기 때문에 좋은 소리와 좋은 발음이 어느 정도 완성이 돼있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죠. 두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서로 간의 대사 리액션 없이 말하기만 한다면, 그냥 독백과 다를 게 없는 게 되고, 관객들은 전혀 몰입을 할 수도 없고, 배우들 본인들도 절대 몰입을 할 수 없죠."

리액션은 왜 중요한가?
ㄴ "리액션이란 상대방 대사나 행동에 대한 반응입니다. 관객 입장에서 대사를 던지고 있는 배우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대사를 받고 있는 상대 배우도 보게 되는데, 이때 관객은 대사를 받는 배우의 표정, 호흡, 행동 등의 변화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 사랑해, 영원히 너만 사랑하고, 너만 볼게."라는 말을 했을 때 관객들은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합니다. 이때 여자의 행복하거나 설레는 표정, 발그레 진 볼의 변화, 수줍어하는 행동, 남자에게 보내는 사랑스러운 눈빛 등을 보면서 관객들은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대사를 전달하고 있는 배우도 이런 리액션이 나오기 때문에 더 몰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대사를 전달하는 배우의 어깨 뒤에서(오버 숄더 샷) 대사를 받는 배우의 표정이나 행동을 카메라에 담는 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리액션 없이 연기를 한다면 그냥 죽은 연기가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마당극 "최용신" 에서 최대감역, 연극"처인성"에서 고종역, 연극"차탄,선비의 길"에서 이양소역

어떻게 하면 리액션을 잘할 수 있을지 
ㄴ 자연스러운 리액션이란 말 그대로 상대방 대사를 듣고 느껴지는 감정을 반응으로 바꾸면 가장 자연스러운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표정이나 눈빛, 그리고 호흡이 자연스럽게 반응할 때가 가장 좋은 리액션이라고 생각해요. 행동 리액션에 대해선 배우들 간에 사전에 합을 맞추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리액션을 잘 하려면 가장 먼저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는 게 중요해요. 대사를 외우지 못한 상태에선 상대 배우가 대사를 던지는 동안 내 대사를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좋은 리액션이 나올 수 없죠. 전 대사가 입에서 줄줄 나올 수 있게 외우는 편이에요.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는 게 리액션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 있다면 
ㄴ "김은성 작가님의 연변엄마라는 작품에서 전강동 역을 연기했을 때입니다. 이 공연은 제가 연극을 시작하고 두 번째로 참여한 작품이었어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아버지를 괴롭히고 미워하지만, 그렇게 된 과거의 이유도 존재하는 악역이었어요.

그래서 준비할 때 많이 힘들긴 했지만 막공까지 끝내고 나선 뭔가 해낸 거 같고, 후련하고 아쉬워서 눈물이 났던 역할이었어요. 그리고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먼저 친구가 있는데요. 공연이 끝나고 제게 와서 '공연 너무 잘 봤다. 민섭이 너 연극 계속해도 되겠다'고 말한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서, 이 역할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맡아 생소했던 연기가 궁금하다 
 "연극이나 영화를 하면서 생소했던 연기는 부산행에 좀비역이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출연했던 대부분에 배우들이 처음 하는 역할이라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부산행 좀비역은 영화 촬영전에 좀비역 배우들의 트레이닝부터 시작을 했어요. 이미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된 안무가 ‘전영’을 통해서 좀비 기본 동작부터 차근차근 트레이닝을 받고 영화에 투입이 되었었죠. 그리고 안무가가 영화 촬영 중에도 틈틈이 동작 지도를 해주어서 촬영이 잘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좀비 동작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몸을 평소와 다르게 쓰기 때문에 목과 허리에 통증이 많이 오더라고요~ 특히 머리를 위,아래,좌,우로 빠르게 확확 돌려야 하기 때문에 목 부분에 통증이 많았어요. 그리고 대부분이 뛰어 다니는 장면이 많았는데 눈에 백색렌즈를 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렌즈를 오래 끼고 있다보니 눈에 통증도 감수 하면서 촬영을 했었어요."

배우 정민섭씨는 "잘 안 나온 연기는 편집으로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데, 인성이 안된 배우는 살릴 수가 없다"고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민식 선배님은 본인 촬영도 없으신데 나오셔서 후배들 연기 지도 해주신다"고 하시는 글을 보았는데, 직접 본 최민식씨는 어떤 선배인가요? 정민섭님은 어떤 선배가 되고 싶으지 
ㄴ "최민식 선배님은 저희 후배들 입장에서 우러러보는 우상 같은 존재시죠. 선배님 연기를 보면서 공부도 하고 연습도 하니까요. 최민식 선배님은 대호 촬영할 때 뵈었었죠. 이미 소개된 내용처럼 본인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와서 후배들 연기 지도를 해주세요.

제가 직접 본건 대호 촬영 때 ‘정석원’배우에게 현장에서 연기 지도를 해주시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정석원 씨가 정말 부러웠어요. 저런 분에게 연기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나한테도 올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엄청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연기 내공을 많이 싸아서 후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네요."

이제 30대 후반을 달려가고 계신데 20대 후배 배우들이 조심했으면 하는 부분?
ㄴ "선배들이 제일 많이 보는 건 바로 인성이죠. 어떤 선배님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연기를 아주 잘 하지는 못해도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인성이 걸러먹은 놈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감독님도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잘 안 나온 연기는 편집으로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데, 인성이 안된 배우는 살릴 수가 없다'"

usedtog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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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민 | usedtog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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