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잘한다프로젝트의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작, 박성찬 각색 연출의 <반쪽가리 자작(Il visconte dimezzato)>을 관극했다.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1923년 쿠바에서 출생하여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이름의 유래는 비록 쿠바에서 태어났으나 이탈리아인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버지인 마리오 칼비노는 농학자였고, 어머니인 에바 마멜리는 식물학자였기에 자연과 밀접한 생활을 하였고, 이는 그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1944년 2차 세계대전에 이탈리아가 독일에 점령당한 상태에서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한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오리얼리즘적인 소설인 <거미집의 오솔길>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한다. 레지스탕스 활동 이후에는 이탈리아 공산당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1952년 반쪼가리 자작과 1956년 이탈리아 동화집을 발간 이후 그는 네오 리얼리즘적인 성향을 벗어나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환상 소설을 발표한다.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하버드 문학 강연 초청을 받아 강연을 준비하다가 1985년 9월 19일 뇌일혈로 사망했다.

박성찬은 극단 잘한다프로젝트의 상임연출로 극작가 겸 연출가다.

2007 국제뮤지컬페스티발 대상, 전주 및 제주 월드컵문화행사 총감독, 현 전주대학교 영상 예술학부 연극전공 겸임교수다.

<헨젤과 그레텔> <애기똥풀> <누드왕> <시르릉 삐죽 할라뿡> <루틴> <토끼야 용궁을 부탁해> <동물의 사육제> 그 외 다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무대는 유랑극단의 거주지다. 중앙에 커다란 궤짝 형태의 조형물이 있어 장면변화에 따라 궤짝 조형물을 이동 배치하고 그 속에서 인형을 꺼내 무대에 흩어놓기도 하고, 그 위에 눕거나 올라서기도 한다. 접는 나무사다리 두 개가 무대 좌우에 놓였다.

휘장을 친 막사 같은 조형물이 상수 쪽에 자리를 잡고, 하수 쪽에도 극단의 소품이 흩어져 있다. <반쪼가리 자작>은 여섯 명의 극단 배우가 펼치는 연극이다. 유럽풍의 간편한 의상과 분장, 목검과 지팡이 그리고 말(馬)로 설정된 긴 지팡이 같은 도구와 인형을 사용하고, 시종일관 아크로바틱한 연기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극의 주인공인 메다르도 자작은 투르크인과의 전투에 참여한다. 자작의 집안이 나름대로 그 일대의 명문가여서 귀족의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참전한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그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적이 어떻게 생겼는지 만나서 직접 보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뿐이다.

황제의 군대와 투르크인들은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자작은 상대가 적이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서 싸운다. 부관인 쿠르치오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자작이 상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타던 말을 양보하고, 자작은 말을 타고 대포를 향해 달려간다.

대포를 정면으로 맞은 자작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지만 다행히 의술로‘선한 반쪽'과 ‘악한 반쪽'으로 갈라져 살아남는다. 악한 반쪽은 테랄바로 돌아가서 마을을 지배하는 자가 되고, 선한 반쪽은 작은 선을 실현하며 세상을 구하는 야인이 된다.

‘악한 반쪽'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공포정치를 행한다. 악한 자작은 아무 이유 없이 꽃과 열매를 양분하고, 암살 기도를 하며, 재판의 기회가 있으면 광범위하게 사형을 선고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의 악행이 계속된다.

한편, 선한 반쪽은 아무 이유 없이 타인을 돕기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내어준다. 반쪽자리 몸으로 다니면서도 할아버지에게 지팡이를 내어주고, 자기가 독거미에 대신 물리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행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선을 구현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하면서 마찰을 빚게 된다.

위그노들은 자신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악한 반쪽보다도 자신들이 생산하는 곡물 가격을 낮추어 경제적 이익을 박탈할지 모르는 선한 반쪽을 더 미워하게 된다.

이런 중에 선한 반쪽과 악한 반쪽이 동시에 한 여인 파멜라를 사랑하게 된다. 흙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파멜라는 오리와 염소를 위해 그네를 만들어주는 사랑스러운 여자다.

사랑의 표현으로, 악한 반쪽은 파멜라를 탑에 가두려 하고 선한 반쪽은 파멜라와 함께 산 속에 살면서 빨래를 시킨다. 파멜라가 어느 쪽을 사랑하는지, 둘 중 하나를 사랑하기는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신체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 선한 반쪽과 함께 있는 편을 택한다.

선과 악은 파멜라와 동시에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식장에서 선과 악은 대결을 벌이고 둘 다 쓰러진다. 사람들이 갈라진 둘을 하나로 봉합해 놓는다.

그러나 선과 악으로 완전히 양분되었다가 다시 결합되어 재탄생한 자작도 세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세상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함께 해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맺음말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함수연, 이경민, 정재진, 전민영, 최예경, 백호성 등 출연자 전원의 아크로바틱한 연기가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최혜승, 작곡 배미진, 움직임 김선권, 무대디자인 SCV Project, 조명디자인 김종석, 의상디자인 김정향, 음향 김기성, 기획 조혜랑(잘한다프로젝트) 홍보 이지은(모슈컴퍼니) 사진 옥상훈,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잘한다프로젝트의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작, 박성찬 각색 연출의 <반쪽가리 자작(Il visconte dimezzato)>을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합하여 새로운 표현양식의 독특하고 아크로바틱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극단 잘한다프로젝트의 이탈로 칼비노 작 박성찬 각색 연출의 반쪼가리 자작
- 공연명 반쪼가리 자작
- 공연단체 극단 잘한다프로젝트
- 작가 이탈로 칼비노
- 각색 연출 박성찬
- 공연일시 2017년 12월 14일~31일
- 공연장소 알과핵 소극장
- 관람일시 12월 22일 오후 8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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