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우의 뮤지컬 '헤드윅' 공연 모습. ⓒ 쇼노트

[문화뉴스] 조승우, 송용진, 오만석, 김다현, 엄기준, 이석준, 김수용, 조정석, 이주광, 윤도현, 윤희석, 최재웅, 송창의, 박건형, 손승원, 정문성, 변요한….

단순한 스타들의 라인업이 아니다. 10년간 스타 배우들의 등용문이 된 뮤지컬 '헤드윅'에서 '헤드윅'을 열정적으로 소화한 배우들이다. 2005년 4월 12일 서울 초연 이후 뮤지컬 '헤드윅'은 10주년 공연까지 총 아홉 번의 시즌을 거치며 전국 공연 통산 1,650여 회를 거쳐오며 매 시즌 한국 뮤지컬 역사를 바꿔나갔다. 특히 2005년 '헤드윅'의 열기는 대단했다. 7월, 한국 초연의 성공을 기념한 '헤드윅-더 콘서트' 당시 5,000석의 좌석이 8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헤드위즈'라는 마니아 그룹이 탄생했고,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이 진행됐다.

이처럼 트랜스젠더 록 가수의 이야기를 담은 '헤드윅' 초연의 성공은 묻힌 존 캐머런 밋첼 감독의 영화가 재상영에 돌입하게 하였고, DVD 타이틀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등 문화예술계 전반의 이슈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그해 열린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에서 '헤드윅'은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이 중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당시 오만석은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얻었다.

▲ 오만석 & 이영미의 'Tear Me Down' ⓒ Mnet 공식 유튜브

그렇게 열광한 뮤지컬 '헤드윅'의 이야기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동베를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한셀'은 소심한 소년으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좁은 아파트에서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빗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등의 록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군 병사 '루터'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한다. '한셀'은 암울한 자신의 환경을 탈출하기 위해,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수술의 실패로 생긴 '헤드윅'의 성기엔, 여성의 성기가 아닌 일 인치의 정체불명의 살덩어리만 남게 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헤드윅'은 '루터'에게 버림을 받고 홀로서게 된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새 출발을 꿈꾼다. 화장하고, 가발을 쓰고, 록 밴드 '앵그리 인치'를 조직하여 변두리의 바와 패스트 푸드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한 여인 '이츠학'을 만나게 되며, 다시 한 번 '헤드윅'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그 '헤드윅'을 연기한 국내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2005년 첫 공연부터 병신년 봄에 찾아올 새 공연 '헤드윅: 뉴 메이크업'까지 모든 '헤드윅'의 캐스팅을 찾아봤다. 단, 지방 투어 공연은 제외했다.

   
▲ 윤도현의 '헤드윅'도 오랜만에 관객들과 함께 한다. ⓒ 쇼노트

■ '헤드윅' 뮤지컬의 서울 공연 '헤드윅' 캐스팅 일람

2005년 4월 12일~6월 12일 대학로 라이브극장 - 조승우, 오만석, 송용진, 김다현

2005년 11월 1일~2006년 2월 26일 대학로 라이브 극장 - 엄기준, 송용진, 김다현

2006년 10월 14일~2007년 5월 13일 대학로 씨어터 SH - 이석준, 김수용, 송용진, 조정석

2008년 6월 27일~2009년 1월 11일 KT&G 상상아트홀 - 이석준, 송용진, 조정석, 이주광

2009년 11월 14일~2010년 2월 28일 KT&G 상상아트홀 - 윤도현, 윤희석, 최재웅, 송용진, 송창의, 이주광

2011년 5월 14일~8월 21일 KT&G 상상아트홀 - 김동완, 최재웅, 조정석

2012년 8월 11일~10월 28일 KT&G 상상아트홀 - 오만석, 박건형

2013년 6월 8일~9월 8일 백암아트홀 - 송창의, 조승우, 손승원

2014년 5월 13일~10월 19일 백암아트홀 - 송용진, 박건형, 조승우, 김다현, 최재웅, 김동완, 손승원

2016년 3월 1일~5월 29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총 10번의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시즌에 참여한 배우는 '쏭드윅' 송용진이다. 비록 이번 2016년 캐스팅엔 포함되진 않았지만, 그의 오디션 일화는 전설로 전해 내려온다. "'헤드윅' 오디션 소식이 들리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당첨된 영화 시사회가 바로 헤드윅이었어요. 그리고 대학 시절 유일하게 A+를 받았던 과목이 '헤드윅'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플라톤의 '향연'이었지요. 그리고 '헤드윅' DVD, 거짓말 안 하고 100번도 더 봤습니다. 가사는 이미 전부 외워요. 전 '헤드윅', 당연히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 그답게, '쏭드윅'은 광란의 공연을 선사했다.

 

   
▲ 가장 많은 관객들과 함께한 송용진의 '쏭드윅'. ⓒ 쇼노트

그다음으로 많은 시즌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오는 3월, 다시 '헤드윅'으로 모습을 선보일 조승우와 조정석이다. 조승우는 2005년 초연이 열리기 한 달 전, 본인이 출연하는 22회 공연 6천 석을 매진시켰다. 당시 쇼케이스에서 그는 "내가 아직 대본도 펼쳐보지 않은 상태에서 표가 매진되고, 관심이 좋긴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겠구나"라고 입을 열었다. 당시 일부 뮤지컬 팬들은 "흥행 배우인 조승우가 뮤지컬을 하면 망친다"라는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처음 영화 '헤드윅'의 DVD를 보고 느낀 충격과 감동을 표현하고 싶어 출연을 선택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하고요. 욕먹은 것의 배의 배로 갚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영화 '내부자들'과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모두 큰 사랑을 받았다.

많은 이들은 조정석을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헤드위즈'들에겐 '뽀드윅'으로 통한다. 그가 '뽀드윅'으로 불린 이유는 2006년 첫 공연 당시 20대 중반의 신예답지 않은 완벽한 캐릭터 이해와 '뽀얀 피부'의 개구쟁이 같은 얼굴, 그리고 애교 넘치는 발랄함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모든 이들이 아는 스타가 됐지만, 조정석은 뮤지컬 배우로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이후 2년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뮤지컬 '헤드윅'을 선택했다. 지난 2011년을 마지막으로 5년간 '헤드윅'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그를 애타게 기다려온 수많은 관객을 위해 조정석은 어떤 모습을 선보일까?

   
▲ '뽀드윅' 조정석도 이번 '헤드윅' 공연에 관객들을 찾는다. ⓒ 쇼노트
2009년 공연 이후 7년 만에 '헤드윅'을 연기할 록 보컬리스트 윤도현을 만나는 것도 이번 '헤드윅'의 관람 포인트다. 출연 전인 2008년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밴드 '내 귀의 도청장치'와 함께 여장하고 'Angry Inch'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고, 자기 역시 열정적인 '헤드위즈'라고 밝힌 바 있다. 연약하지만 때로는 무섭도록 비열하고,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타인을 용서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윤도현의 '헤드윅'은 역대 '헤드윅' 중 가장 완벽한 음악을 소화해냈다는 평을 얻었다. 파워풀한 라이브 무대로 관객들에게 듣는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한, '헤드윅' 역의 윤도현과 함께 '앵그리인치 밴드'로 새롭게 변신한 YB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헤드위즈'들의 사랑을 받았던 '헤드윅'이었다면, 여기 2016년 처음으로 '헤드윅'에 도전하는 배우들을 소개한다. 먼저 변요한이다. 독립영화계의 스타인 그는 '소셜포비아'를 통해 제24회 부일영화상 신인 남자연기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배우부문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미생', '육룡이 나르샤' 등 드라마까지 섭렵하고 있다. 그는 이미 '헤드윅'의 뮤지컬 넘버들을 모두 외우고 다닐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가창력 역시 뛰어난데, '육룡이 나르샤'에서 고려 민중의 삶을 담은 노래 '청산별곡'과 '무이이야'를 구슬픈 음색과 눈물 섞인 애절한 감성으로 불러 시청자들에게 '요한제라블'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변요한의 뮤지컬은 어떤 느낌일지, '헤드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 변요한(왼쪽 ⓒ씨네21)과 정문성(오른쪽 ⓒ악어컴퍼니)의 '헤드윅'도 첫 선을 보인다.
끝으로 올해 대학로에서 '두근두근 내 인생', '스피킹 인 텅스', '사의 찬미', '거미여인의 키스' 등 주목받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하는 정문성이 있다. 최근엔 '육룡이 나르샤'에도 출연하며 사랑을 받았다. 작품마다 뛰어난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며, 선이 굵은 남성적인 연기로 여심을 흔들었다. 정문성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여성스러운 면모를 선보이면서도 화려한 가발, 진한 메이크업으로도 숨길 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지닌 헤드윅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할 예정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헤드윅'에 '헤드위즈'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내년 3월이 벌써 기다려진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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