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지난 20일에 개봉한 '위대한 쇼맨', 뮤지컬 영화라 좋아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현지에서는 비난의 손가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휴 잭맨과 미셸 윌리암스, 레베카 퍼거슨 등이 출연하는 '위대한 쇼맨'은 19세기 미국 쇼비즈니스 사업가로 알려진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다. 오랫동안 '울버린'으로 활약했던 휴 잭맨의 '엑스맨' 시리즈에서 벗어난 첫 영화이자, 지난해 연말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라라랜드' 음악팀이 합류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누적관객 수 392,319명(12월 24일 기준)을 기록하며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 개봉한 미국에서는 이 '위대한 쇼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미국 비평가들은 '위대한 쇼맨'을 "왜곡 영화"라고 혹평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분노하게 했을까?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실체, 그는 사업가 아닌 "사기꾼"

미국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사항 중 하나가 '위대한 쇼맨'을 연출한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이 바넘을 미화했다는 점이다. 그가 서커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것은 맞지만, 그의 또다른 별칭은 '사기꾼'이었다. 한마디로, 대중을 속여서 돈벌이를 했다는 점이다.

극 중에서 바넘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지만, 틀렸다. 오히려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랐던 인물이었고, 독립하기 위해 집에 뛰쳐나와 여러 일을 전전했다. 그러다 흑인 여성 조이스 해스를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간호사다"라는 거짓말로 돈벌이를 하기도 했다.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이번에는 "조이스가 인조인간"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즉, 그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는 문구를 앞세우며 관객을 속였다. 조이스 해스 이야기 이외에도 캐나다 챔플레인 호수에 산다는 전설의 괴물 '챔프' 목을 가져오면 거액의 현상금을 주겠다던지, 원숭이에게 물고기 몸통을 붙여 인어라고 속이는 일도 있었고, 그 외 카디프 거인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내며 돈방석에 앉았다. 침몰한 선박으로 대출한 것만 봐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어림짐작 할 수 있다. 

 

바넘이 이끌었던 '프릭쇼(Freak Show)', 알고 보면 인종차별 쇼

또 하나 지적받고 있는 문제는 극 중 바넘이 서커스 일환으로 이끌었던 쇼다. 극 중에서 바넘은 뉴욕에서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기형적인 외모의 사람들을 자신의 쇼 단원으로 모아 서커스처럼 관객에게 하나의 구경거리로 보여주었다. 이른바, 프릭쇼(Freak Show)의 전형이다.

특히, 다인종주의를 표방하며 소수자 인권을 차별하는 걸 끔찍하게 여기는 미국 사회에서, 신체적으로 기이한 사람들이나 유색인종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멸시 받고 공연의 한 부품 취급으로 이용당하는 걸 거리낌없이 보여준 것이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극 중 배경이 19세기 중반인걸 감안하면 인간 취급도 받기 힘들었던 인물들을 착취했기에 이 비난에서 피할 수 없게 된 것.

그렇기에 극 중 바넘을 혹평하는 비평가처럼 현지 전문가들도 "사기꾼이다", "저질이다" 평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이 바넘이 돈벌이로 앞세운 프릭쇼는 현대에 와서 인권의 발전과 함께 '야만적인 3류 오락'으로 낙인찍혀 대중의 인식에서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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