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017년을 맞아 대학로의 진주들이 꿰어지고 있다.

최근 대학로의 화제라면 박해수 주연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오승훈, 김동원, 전성우 등이 출연하는 SBS 드라마 '의문의 일승' 등도 있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배우 진선규의 '재발견'일 것이다.

'재발견'은 식상하기까지 한 표현이지만, 이미 예전부터 동료들에게 인정받던 그가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긴 무명기간을 벗어나 대중에게 자신의 '낮은 코'보다 더 소중한 '연기력'과 '매력'을 각인시켰다. 그것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과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이란 상징적인 결과를 통해서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에게 주어진 '무명 배우'라는 표현이 의아할 것이다. 그는 2004년부터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만들어 한국 단편소설을 무대화한 '쿵짝'을 비롯해 90년대 감성을 접목한 '유도소년', 아카펠라와 아크로바틱을 활용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TV프로그램 포맷과 교육적 효과를 도입한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연기 잘하는 배우'였을지언정 '무명 배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대학로의 현실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연의 메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대변되는 자유와 열정이 가득한 모습은 '이미지'에 가깝고, 어느 정도 이름을 알만한 배우들도 아무렇지 않게 '연기 외의 돈 되는 일'을 함께해야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거와 달리 연예인, 아이돌들의 대거 진입과 함께 공연계에서만 일이 잘 풀려도 출연료나 인지도를 상당히 높일 수 있게 됐는데 왜 진선규는 '무명 배우'로 불려야만 했을까?

▲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에 출연 중인 배우 진선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건강하지 않은 공연계 때문일 것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를 조사한 결과 공연 시장에서 관객 점유율 42%, 매출액 점유율 63%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뮤지컬의 경우 연 3천억원대로 시장 규모가 추산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우들은 연봉이 가장 낮은 직업(2016년 한국고용정보원 기준/평균 연봉 980만원)에 뽑히고, 대형 제작사들이 도산하며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제작사 대표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등 규모만 커진 채 속이 곪아들어간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의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상황은 요원하다. 대형 뮤지컬의 연말 특수, 단체 판매 등을 통한 수익창출과 대학로에서 이른바 '회전문 관객'을 양산하며 자기복제를 벌이고 있는 작품들로 양분된 현재 상황에선 시장 확대의 한계치가 분명하다. 게다가 이러한 방향성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현재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내고자 노력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창작 초연에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창작보다는 라이선스 작품의 공연이나 검증된 기존 작품들이 다시금 올라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으며 최다 관람자에게 특별한 애장품을 건네는 이벤트 역시 일상화되는 중이다. 물론 좋은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공연의 재미 외의 동기가 부여되는 다관람이 과연 공연문화에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창작에 더 공들여야 한다. 창작 뮤지컬, 창작극이라고 해서 밀어주자는 고리타분한 '국산 애용' 캠페인을 벌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만들어낸 우란문화재단,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을 만든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등의 프로그램은 개발 초기부터 지원하는 과정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극이 올라오는 과정'에 더 공들여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드는 곳이 늘어나야 한다.

언론들은 현재 진선규를 보고 '대학로의 송강호'라고 부른다. 마치 영화 '더 킹'에서 배우 김소진을 두고 '여자 송강호'라고 부르던 것과 반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부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대학로에는 또 다른 송강호, 수 많은 진선규가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더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처럼 관객층, 공연 지역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은 물론 최근 막을 올린 아이엠컬쳐의 연극 '더 헬멧'처럼 공연계에 뿌리 깊게 박힌 남성 위주 서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재, 신선한 접근을 추구해야 한다.

이야기만 변한다고 해서 공연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1차로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그 컨텐츠를 둘러싼 시장의 외형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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