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소극장 공유에서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정아미와 이종승 출연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김담희 정성호(12월 1일~10일)의 원맨쇼를 시작으로 오민애 윤이준(12일~17일), 권남희 장원영(19일~24일), 정아미 이종승(25일~31일)의 공연으로 이어지고, 2018년에는 김담희 공재민(1월 2일~7일) 권기대 신형종(9일~14일) 송예리 맹봉학(16일~21일)의 공연으로 2개월 간 계속된다.

정아미(본명: 정선자, 1964~)는 연극 《환도와 리스》를 통해 데뷔했다. TV 드라마 《블랙》 《황금빛 내 인생》 《언니는 살아있다》 《크리미널 마인드》 《돌아온 복단지》 《품위 있는 그녀》 《쌈 마이웨이》 《군주 - 가면의 주인》 《사랑이 오네요》 《다시 시작해》 《불어라 미풍아》 《닥터스》 《굿 와이프》 《가화만사성》 《돌아와요 아저씨》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하고,

영화에는 《오늘》 《댄싱퀸》 《나는 아빠다》 《용의자》 《순수의 시대》 《늙은 자전거》 《커터》 《연애담》 《불청객 - 반가운 손님》 《해빙》 등에 출연하고, 연극 《집나간 아빠》 《이구아나》 《비껴치기》 《챠이카》 《마요네즈》 《사라와 제니퍼》 《베드룸 파스》 《생사계》 《로베르토 쥬코》 《상계동 덕분이》 《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 《굿닥터》 《미아모르》. 《블라인드》 《적빈》 외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거창국제연극제 연기대상, 전국청소년연극 경연대회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미녀배우다.

이종승은 나는 강원도 탄광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생이던 1988년 8월 서울에 왔다. 지하철 1호선 석계역 근처 봉제공장에서 보조(시다)부터 시작해 안 해본 일이 없는 배우다. 당시 근처 '참빛야학에서 '전태일'을 하며 처음 연극을 접했고, 20살이던 1993년 극단에 들어갔다. 한국방송통신대학에 들어가고 전문대, 4년제 편입,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마로니에에서 몇몇 연극인들이 모여 추모를 하기 시작하고, 연극인의 환경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동료들과 만나 토론회를 한 후 공연예술인 노동조합창립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배우다.

연출가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 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이고,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원맨쇼>는 치매와 관련된 연극이다. 주인공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2015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4천6백만 명의 사람들이 치매를 앓았다. 이 중 약 10%는 같은 시점(나이)에 치매가 발병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치매가 더 잘 나타난다.

2013년에는 치매로 인한 죽음이 1990년의 80만 명에 비해서 약 170만 명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의 수명이 더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치매라는 병이 더욱 흔해졌다. 치매는 노인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치매를 앓는 환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신체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서 인권에 관한 논쟁도 일으킨다. 치매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도 흔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젊은이라고 해서 치매를 앓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대는 배경 가까운 오른쪽에 여러 개의 옷걸이와 옷이 보인다. 배경 왼쪽에는 작은 선인장 화분이 나란히 놓였다. 배경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상수 쪽 벽에는 트렁크를 쓰러뜨려 놓았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마이크를 연상시키는 높다란 전기스탠드가 놓였다.

하수 쪽에는 기타가 보이고, 작은 교자상 같은 낮은 상과 그 위에 쓰러진 전기스탠드가 눈에 띄고 전화기가 놓여있다, 무대 전면에도 축음기를 비롯한 잡동사니가 흩어져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소파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채 나자빠져 있다.

마징가 Z의 조형물을 몸에 부착하거나, 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을 하고, 노란 블라우스를 착용하기도 한다. 교자상에 담요를 덮어 무덤으로 설정하고, 정사각의 작은 상에 제기와 제사음식 그리고 정종 병이 등장하고 바로세운 소파를 다시 쓰러트린다.

후반에는 무대를 가로지르는 빨래 줄에 백색 천을 널어놓고 그 앞에 긴 직사각의 평상형태의 벤치를 놓는다. “엄마와 들꽃” 관련 <원맨쇼> 주제곡과 남진의 가요 “님과 함께”, 카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와 닐 세다카(Neil Sedaka)가 불러 히트시킨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같은 경쾌한 재즈곡, 장덕수 작사, 하덕규 작곡, 양희은 노래 “한계령”, 마징가 모자와 의상을 착용하고 “마징가 Z”의 주제가와 생일축하 노래가 등장한다.

연극은 도입에 등받이가 바닥으로 간 소파에 얇은 천을 덮고 코를 골며 잠이든 엄마와 아들의 모습과 아들이 일어나 엄마를 깨우려고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치매에 걸렸다는 설정이고, 아들은 엄마를 위해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엄마를 돌보면서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옷걸이에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아들은 주치의의 역할, 아버지 역할, 아들의 어린 시절 역 그리고 마징가 역할 등 다양한 변모로 치매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고 약을 복용시킨다. 아들은 아버지 노릇을 하며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도 말씨를 쓰면서 엄마와 함께 춤을 추고 엄마를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겠다며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현수막을 꺼낸다. 현수막에는 잃어버린 고양이 마징가를 찾아주면 1백 만 원을 주겠다는 글씨가 크게 써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왜 이런 현수막을 만들어 내다 걸려고 그러느냐며 소리를 지른다. 엄마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니,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마징가 차림으로 등장해 춤을 추며 마징가 주제가를 엄마와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묘소를 방에 꾸며놓고 제사를 지낸다. 아들의 효성심이 제대로 드러나지만 엄마는 견딜 수가 없는지, 덮은 담요를 치우고, 아들에게 이런 짓을 그만하고 새 장가를 들라고 권한다. 그러다가 아들의 죽은 색시이자 엄마의 며느리인 “수진”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 부르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들은 술을 병 채로 들이킨다. 엄마가 술을 그만 마시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들이 계속 폭음을 하자 엄마는 술병을 빼앗는다.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생일상을 들고 나와 몹시 취했는지 엄마를 수진이라 부르며 생일노래를 부르고 엄마에게 노란블라우스를 입히고 춤도 함께 춘다.

엄마는 힘들어 하며 바닥에 나둥그러진다. 아들은 내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엄마의 소리 없는 오열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잠시 후 전화가 온다. 엄마가 받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전화다.

장면이 바뀌면 엄마는 돌아가신 것으로 설정이 되고, 아들은 엄마의 고향인 남쪽의 비잔 도라는 외딴섬으로 이사를 해 평상에 앉아 컴퓨터 노트북으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소설을 쓴다. 아들은 나이 지긋한 이웃여인과 대화를 하고 여인의 빨래 너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다가 기타를 연주하며 이웃 여인에게 “엄마 들꽃”의 악보와 가사를 보여주며 함께 노래도 부른다. 아들은 이웃여인으로 대하지만 이웃여인의 모습은 엄마와 똑 같다. 이웃 여인은 과연 엄마가 아니고 정말 이웃여인일까? 아들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엄마인가? 아들인가?

정아미가 엄마로 출연해 감성표현이나 연기력에서 탁월한 기량을 드러낸다. 이종승이 아들로 출연해 실제 엄마와 아들인 것처럼 호연을 펼쳐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2인의 연기력은 젊은 관객은 어머니를, 나이든 관객은 아들을 생각하게하며 각기 자신의 처지와 비교를 하고 깊은 상념에 빠진다.

 

기획 장봉태, 사진 김명집, 음악 박진규, 조연출 서이주, 홍보마케팅 이세희 백유경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를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한편의 명작감성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연극집단 반의 박장렬 작 연출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
- 공연명 원맨쇼
- 공연단체 연극집단 반
- 작 연출 박장렬
- 공연기간 2017년 12월 25일~31일
- 공연장소 소극장 공유(옛 키 작은 소나무 극장)
- 관람일시 12월 29일 오후 7시 30분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