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띠에터 까요] 소셜 댄스에 처음 접할 때부터 듣는 말이 있다. "춤을 추는 순간 파트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기고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춤추는 순간은 짧은 연애이고, 그 순간만큼은 연애하듯이 하라."고 이 말이 정말로 지켜진다면 춤을 추는 내내 서로 존중받는 따듯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춤을 배울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 있다면 "춤은 짧은 3분의 연애", "춤은 여자친구·남자친구에게 하듯이 하라."는 말일 것이다. 어느 소셜 댄스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소리를 수업을 들을 때마다, 뒤풀이 자리마다 수도 없이 들어 이제는 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내가 정상적인 연애를 시작하고,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발제한 어느 남녀관계를 다룬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춤을 배우기 전에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했었다. 짝사랑으로 가슴앓이 했던 사랑이 전부였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스윙 댄스에 입문할 때부터 들어온 저 말이 사실 실감이 잘나지 않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려 보기도 하곤 했었지만, 깊이 체감하지 못했었다.

연애란 나에게 글로 배우는 것이며, 남의 경험담과 이야기 속에서 대리만족하며(?) 배우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그러던 중에 춤을 배우던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춤이 성장하려면 연애를 좀 더 해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었고, 그렇게 내 춤의 한계는 여기까지 인가보다 싶어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연애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춤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춤을 출 때 느낌이 점점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스윙의 즐거운 느낌인 통통 튀는 듯 마치 경쾌한 장난 같은 느낌도, 첫사랑 같은 아련한 가슴앓이 하는 느낌도 아니고, 속칭 '끼를 부리는', '유혹하는 듯한' 섹시 어필도, 춤에서 표현할 수 있지만, 연애하는 느낌은 애초 모르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정상적인 연애를 해볼수록 춤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넓어진다.' 이 말은 사실이다.

누군가 "에이 그런 걸 누가 몰라? 그런 건 일기장에나 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소셜 댄스판이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정말로 당신은 '연애하는 기분으로 춤을 추고 있나?' 질문해 보고 싶다.

파트너를 서로 춤추는 기계가 아니다. 파트너는 내가 춤을 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파트너는 당신과 똑같은 댄서다. 온몸에 피가 흐르고 기분 감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그런 보통의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며 춤을 추고 있는가?

리더라면 팔로워가 유리그릇처럼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부드럽고 세심하게 걱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소심해져 있다면 소심하게, 장난기가 가득하다면, 장난기 가득하게, 끼를 부린다면 끼를 부려가며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지그시 천천히 부드럽게 상대방을 아주 소중하게 다루어 주는 것이다.

팔로워라면 천진난만한 아이를 다루듯이 엄마 미소로 따듯한 눈빛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마치 '우와 ~ 이런 것도 할 줄 알아?'라며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누구나 이런 반응이라면 자신이 대견스러워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부인할 사람 누가 있을까?-) 치켜 새워 주는 것이다. 자주 얼굴을 보며 홀딩한 사이라면 오늘은 어떤 점이 나를 기분 좋고 신나게 해주는지, 혹시나 힘들었다면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말해준다면 더~더~더욱! 좋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가벼운 춤의 대화를 넘어 깊은 춤의 대화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더 세심하고 편안하게 집중해야 한다. 천천히 부드럽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부드럽게 서로 이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둘 중 누구라도 긴장하거나, 혼자 음악에 심취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치 "베이직 패턴 몇 번, 일반적인 패턴 몇 번, 신이 났다 싶으면 화려한 패턴 주르륵, 주르륵 나열하고 끝" 이런 대화는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 소셜 댄스는 당신이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흥에 겨워서 추는 춤이 아니다.

사실 둘이 먼저 춤을 추기 이전에 혼자서도 음악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방에서 노래를 틀어 놓고 지긋하고 천천히 음악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나의 근육을 길들이며 음악이 내 몸에서 헤엄치면서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둘이 추는 춤도 서로 에너지가 교류되며 즐거울 수 있다.

더욱 천천히, 천천히 상대방의 호흡에 내 호흡을 맞춰가는 것이다. 그렇게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천천히 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악에 진동에 내 몸과 상대방의 몸을 같이 공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와! 이런 기본적인 패턴만으로도 음악이 이렇게 느껴질 수 있다니!" 하고 놀라는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태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 표현하는 음악을 나눌 때 진정한 기쁨과 환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 끼를 부리는 것 그 이상이다. 그 세계의 발을 들여 놓는다면 아마도 춤을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추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은 힘들 수 있다. 몸의 근육과 신경계가 익숙하지 않고, 누군가에겐 마음가짐조차 생소한 것일 수 있다. 상대방에 따라서 그런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저 춤을 해치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춤은 아주 천천히 지긋하게 소중하게 하는 것이 좀 더 좋은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한번 경험한다면 당신은 두 번 다시 해치우는 듯한 춤을 추고 싶어지지 않을 것이다.

'연애하듯이 춤을 추라.' 이 말은 소셜 댄스를 추는 세계에서 정말로 진실임을 경험했다! 

춤의 기본기도 체력도, 음악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방과 교감이 없는 춤은 혼자 자위하는 춤이다. 혼자서 즐기는 춤보다 서로 교감할 때 느끼는 춤이 좀 더 행복하고 따듯하고 포근한 기분 좋은 느낌임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듯이 스윙 댄스를 배우고, 소셜 댄스를 배우고 한발 한발 춤의 진정성에 다가갈수록 잃어버렸던, 잊고 있었던 인간성을 다시 찾게 되고, 알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리듬 타기 몇 번, 기본 패턴 몇 번, 화려한 패턴 주룩주룩 주르륵. 끝' 이런 짓거리보다는, 서로 감정이 이완하였다가 서서히 지그시 집중하는 교감의 '슬로우 댄스'를 소셜 댄서라면, 스윙 댄서라면 누구든지 맛보았으면 좋겠다.
 

[글] 아띠에떠 신일섭 invuni1u@mhns.co.kr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입니다. 이 코너는 문화예술 기사라기 보다 스윙댄서 까요의 일상다반사입니다. 90년도에도 사람은 태어났습니다.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려 이것저것 해보면서 꿈을 찾는 중인 청춘입니다. 총회신학교에서 신학을 잠깐 맛만 보았고 현재 딴따라땐스홀 공연팀 '땐서즈'로 일상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이 까요입니다! 그래서 [춤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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