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연예계결산] 봉준호부터 킹덤, 숨듣명까지...연예계 사건 TOP 10 ①편에 이어...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다사다난 했던 2020년, 희비가 교차하며 우리를 웃고 울렸던 연예계 이슈를 돌아본다. 

 

"2020년 시청률 보증수표" 트로트의 성장

2020년은 단연 '트로트의 해'였다. 송가인, 임영웅 등 트로트 스타들은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사진=MHN DB

‘트로트 시대’다. 지난해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과 MBC ‘놀면 뭐하니 – 사랑의 재개발’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올 초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 그 배턴을 이어받으며 불을 지폈다.

1980년대 이후 ‘중장년층 음악’이라는 인식이 생기며 비주류 장르로 취급받던 트로트가 다시 대중문화의 중심에 들어온 모양새다. 최근에는 트로트가 방송계 ‘시청률 보증 수표’로 불리며 TV 조선 ‘뽕 따러 가세’와 ‘뽕숭아 학당’,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를 시작으로 SBS ‘트롯신이 떴다’, MBC ‘트로트 퀸’,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 편성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TV조선에서는 '대한민국 100년의 트로트 역사를 되짚어본다'는 슬로건 아래 트롯 어워즈, 즉 '트로트 시상식'을 이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열풍’의 중심에 선 트로트 가수들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트로트 붐' 시작을 알린 '미스 트롯' 가수 송가인, 홍자를 시작으로 '미스터 트롯' 출신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등은 각종 예능부터 드라마, 광고 시장까지 넘나들며 연예계 대표 '키워드'로 떠올랐다. '우리 영웅', '찬또배기' 등의 애칭을 통해 팬덤과의 두터운 관계를 형성했고,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임영웅은 ‘2020년 검색어 결산’에서 인물 검색 부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나훈아도 빼놓을 수 없다. 'KBS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공연을 통해 15년만에 안방을 찾은 나훈아의 무대는 비대면 방식임에도 큰 화제를 낳았다. 닐슨 코리아 기준 실시간 순간 시청률이 41.44%를 기록하는가 하면, 그가 공연에서 선보인 신곡 '테스형'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 곡은 '○○형', '○○형 △△이 왜이래’ 등의 유행어를 만들고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하면서 젊은 세대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그만큼 트로트가 어느정도 대중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왔다고도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뉴미디어 시장의 변화" 뒷광고 논란

'뒷광고' 논란에 휘말린 인플루언서들은 사건을 해명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순으로 엠브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보겸, 나름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안녕하세요 ○○○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섬네일과 자신이 누구인지만 밝힌 간결한 제목. 들어가보면 어두운 표정의 ‘익숙한 얼굴’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사과를 한다. 내용은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고도 광고임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 2020년 여름,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었던 ‘뒷광고 논란’이다.

보겸, 엠브로, 양팡 등 '인기 유튜버'부터 '슈스스'라는 별명으로 왕성히 활동하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까지. '뒷광고 논란'은 단순히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연예계를 포함, 인터넷방송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뒤'와 '광고'를 합성해 '뒷광고'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것은 2020년, 뒷광고 논란이 미친 파장을 짐작게 한다.

뷰티, 헬스, 육아부터 이른바 '먹방'까지 인플루언서들은 광고임을 밝히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해 물의를 빚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없는 유튜버들은 ‘자신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뒷광고를 찾아내 저격했고, 누리꾼은 ‘뒷광고 유튜버 리스트’, ‘뒷광고 사과 모음’ 등의 자료를 만들었다. 이들은 크게 ‘이 사람도 뒷광고를 했어?’ 혹은 ‘이것도 광고 상품이었어?’의 반응으로 나뉘어 ‘배신감’을 공유했다.

2020년을 뒤흔든 '뒷광고' 문제는 뉴미디어가 갖는 쌍방향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사건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전통적 미디어와 달리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의 ‘인플루언서’는 단순히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의 전달자가 아니다. 그들은 ‘구독자’ 혹은 ‘팬’이라 불리며 공동체의 독특한 ‘애칭’을 공유하는 사회의 중심이자 의사소통자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루언서의 뒷광고는 법적 문제보다 '광고이면서도 광고가 아닌 척' 시청자들을 속여온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이다.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올해의 '뒷광고 논란'이 앞으로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너 인성 문제있어?" 가짜사나이의 눈물

가짜사나이는 2020년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았지만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다.
사진=가짜사나이2

2020년의 콘텐츠로 '가짜사나이'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월 시즌1이 첫 방송된 '가짜사나이'는 특수부대식 훈련을 경험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취지의 유튜브 방송이다.

출연진은 물론 이근 대위, 에이전트 H 등 교관진도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고 "인성 문제 있어?", "개인주의야"같은 유행어와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특히 유튜브는 물론 지상파 방송도 ‘생존’, ‘밀리터리’, ‘특전사’, ‘훈련’ 등을 키워드 삼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명실상부 '2020년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는 듯했다.

인기에 힙입어 ‘가짜사나이 시즌2’도 시작됐다. 하지만 그 끝은 좋지 못했다. 10월 1일 첫방송된 가짜사나이2는 육체적·정신적 가학성이 꾸준히 지적됐다. '훈련생'이라 불리는 14명의 참가자들은 이름 없이 자신의 번호로 호명되었고 의사표현은 '악'이라는 구호('알겠습니다'의 의미)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이들은 기본적 식사와 물, 휴식 없이 바다와 구덩이를 오가며 밤샘 훈련을 했고, 이 과정에서 각막이 손상돼 실명 위기에 처한 훈련생이나 기합을 받다 다리를 다쳐 퇴소하는 훈련생도 발생했다.

'가짜사나이'를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 측이 해명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방송 열흘 만에 누적 조회수 3,000만 회를 넘길만큼 영향력 있는 콘텐츠가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누리꾼의 주된 의견이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4화였다. 권위적인 모습과 훈련생에 대한 인격 모독이 비춰지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가 나서 해명했지만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결국 가짜사나이는 두 달 가까이 방송을 중단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더이상 유튜브 방송 콘텐츠는 '하위문하'가 아니다. 때로는 전통매체보다 더 큰 파급력과 생산력을 보여준다. 콘텐츠의 '무게'를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2020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콘텐츠가 끝내 논란 속에 막을 내린 것은 새롭게 형성되는 문화의 범위에 주목해야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영통 팬싸부터 마스크 시상식까지... 코로나가 바꾼 연예계 풍경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예계는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였다. 사진은 '2020 MAMA'에 참석한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Mnet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연예계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쳤다. 대면 활동 및 언론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가 쉽지 않았고, 특히 가요계는 콘서트나 음악방송 등으로 팬들과 접촉할 기회가 줄었다. 해외 진출도 불가했다.

이들이 찾아낸 '살 길'이 바로 '온택트(Ontact, Online+Contact)' 그리고 '언택트(Untact, Un+Contact)'다. 가요계는 '온택트 공연'에 집중했다. 대형기획사들은 '위버스(빅히트 엔터테인먼트)', 'BCL(SM·JYP 엔터테인먼트)' 등의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방탄소년단은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팬과 만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면 팬사인회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대일 영상통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영통팬싸(영상통화와 팬사인회의 합성어)'가 새로운 팬덤 문화로 자리잡았다. 특정 장소에서 차를 타고 만나는 '드라이브 스루 팬미팅'이 개최되기도 했다. 가수들은 '브이앱'이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을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접촉했고, 영상 콘텐츠에 더욱 집중했다. 

방송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SBS ‘트롯신이 떴다’는 온라인 방식의 '랜선' 무대를 통해 김연자, 장윤정 등 가수들의 실시간 공연을 선보였다. 음악 방송은 무대 앞에 응원봉을 세워놓거나 팬들의 예전 응원 함성을 따서 무대를 채웠다. tvN '코미디 빅리그'는 방청객 없이 방송이 진행되자, 그 자리에 동료 개그맨들이 함께하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시상식에서는 시상자와 수상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영화계도 변화를 받아들였다. 신작이 나오면 배우들은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방식으로 홍보했고,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으로 눈을 돌린 작품도 많았다. 영화 '살아있다' 언론 간담회에서는 연출을 맡은 조일형 감독이 미국에 체류 중인 관계로, 간담회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례적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연예계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국내·외 소비층 확장의 계기로 삼으면서도, 위축된 문화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유있는 '봄날'... 방탄소년단의 활약

방탄소년단은 올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잇달아 정상을 차지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20년 '사회면'에 가장 많이 오른 그룹은 단연 '방탄소년단'일 것이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올해,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피처링곡 ‘세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약 3개월 사이에 세 번의 1위를 차지하며 오스트레일리아 그룹 '비지스' 이래 최단기간(2개월 3주) 1위 탈환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핫100'에 1위로 진입한 두 곡을 가진 첫 듀오/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라이브 고스 온'이 한국어 가사의 노래라는 점 또한 화제가 됐다. 외국어 가사의 노래인만큼, 현지 라디오방송에서 '라이프 고스 온'을 많이 틀어주지 않았는데도 다른 항목에서 압도적 점수를 확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빌보드는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에도 이름을 날렸다.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는 3관왕을 차지했고, 북미 3대 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상을 거머쥐었다. 내년 1월(현지시간)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해외에서만이 아니다. 국내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2020년 발매한 '다이너마이트'의 '퍼펙트 올킬(PAK)'. 이들은 멜론, 지니를 포함한 국내 8개 음원사이트와 통합 음원순위 차트 '아이차트(iChart)'를 모두 석권하며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 한국 음악가가 영어 곡으로 '퍼펙트 올킬'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방탄소년단 곡 'DNA' 가사의 일부다. 방탄소년단의 '봄날'은 결코 '우연'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방탄소년단은 이를 매번 증명해보인다. 이들이 만들어낼 앞으로의 '봄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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