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7전시실에서 전시
로테 라이니거, 오스카피싱거, 렌 라이, 카렐 제만, 노만 맥클레런의 애니메이션 24편 감상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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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장연서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전시를 9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은 20세기 초반 애니메이션 고전 작품과 제작 기법을 함께 살펴보며 오늘날 중요한 영상예술로 자리 잡은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맥락을 조명하는 전시다.

애니메이션은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으로 촬영, 조직하여 화면 속 대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촬영한 영화와 그 기술을 지칭한다.

영화만큼이나 오래된 영상 장르인 애니메이션은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시도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0-40년대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을 선도한 작가 5인의 대표 영화 작품과 그들의 기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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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작가들은 세계대전의 격동기 속에서도 보다 실감 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작품 제작을 지속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 제한적인 도구와 재료, 수작업만으로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그들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역사의 전환을 이룬 고전으로 남아 후대의 창작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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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 라이니거: 실루엣 에니메이션으로 동화 속 세계를 탐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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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표는 자신의 진정한 재능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발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기술적 도구라기보다는 그 뒤에 있는 영혼의 표현이다. 그 영혼이 촬영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당신의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수천 장의 종이 인형을 만들고 그 그림자를 촬영하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대가 로테 라이니거는 '신데렐라(1922)'와 '카르멘(1933)', 최초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사랑에 빠진 마음의 장식'을 만들었다.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란 역광을 통해 보이는 그림자의 실루엣을 이용하여, 검정의 캐릭터들과 후광으로 비치는 빛의 조화로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1940년, 로테 라이니거가 실루엣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그녀는 독일에서는 오랫동안 조명되지 못하다가 1972년에 뒤늦게 인정받게 되었으며, 여성 영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조명 받고 있다. 

오스카피싱거: 추상영화의 선구자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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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예술가는 항상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훨씬 앞서가며 홀로 최선을 다해 작업한다. 그리고 우리의 기본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 창조적인 영혼은 이러한 절대적인 순수 창조를 망치는 현실 또는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오스카 피싱거는 동료 추상 영화 제작자들과 달리 처음에는 화가가 아니라 엔지니어 겸 발명가였다. 그는 액체, 왁스, 그림자,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등을 실험하고 독창적인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밀랍 절단기계와 같은 도구를 발명하면서 1919년 애니메이션 영화 실험을 시작했다. 

1920년대 피싱거는 광고와 장편 극영화 및 자신의 추상 영화들을 위해 특수 효과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멀티플레인 애니메이션, 그림자 액체, 3D 물체 및 흰 종이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 애니메이션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작품에 색채를 더하기 위해 미사용 필름을 틴팅 및 토닝 하기도 했다.

1920년대 말, 유성 영화 기술(필름에 사운드트랙을 프린트하는 기술)이 가능해지자 그는 음악과 동기화된 흑백 추상 애니메이션 '연구' 연작을 시작했다. 그는 1936년에 할리우드로 옮긴 후 유럽 아방가르드 영화 업계와 서부의 실험적 영화 제작을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사진=문화뉴스DB /(오) 밀랍 절단 기계
사진=문화뉴스DB /(오) 밀랍 절단 기계

밀랍 절단기계는 피싱거 자신이 꿈꾸는 영화를 실현하기 위해 기획한 많은 발명품 중 첫 번째였다. 밀랍 절단기계는 카메라 셔터에 맞춰 절단기의 날을 연동시킨 기계였다.

그는 준비된 밀랍과 클레이 블록을 잘라낸 뒤, 절단된 조각들의 사진을 찍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시퀀스들을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렌 라이: 틀에 갇히지 않는 생명력과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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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라이는 필름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채를 칠하는 '디렉트 온 필름' 기법을 적극 시도했다. 쿠바 음악과 재즈 등 자유로운 음감과 멜로디를 활용한 경쾌한 작품을 제작했다.

'투살라바(1930)'는 수백 장의 드로잉을 그리고 연결하여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투살라바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전시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렌 라이는 카메라 없이 필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세계 최초의 디렉트 필름을 만들기도 했다. 투살라바에 투영된 작가의 의도는 전시를 통해 직접 확인 가능하다. 

라이는 오려낸 판자나 함석을 이용하여 필름 스트립에 재빠르게 스텐실로 셀룰로이드 필름에 바로 채색해 움직이는 장면을 만들었다. 그 결과, 커졌다 작아지는 장면을 손쉽게 그리고 반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교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 

카렐 제만: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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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렐 제만은 선사시대부터 해저탐험까지 판타지의 세계를 실사와 애니메이션, 판화와 인형극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실험했다. 그의 작품 '선사시대 여행'에서는 직접 만든 공룡 인형과 실제 소년들을 촬영한 영상을 합쳐 탐험 장면을 다이나메이션 기법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다이나메이션이란 실제 연기와 정지 동작, 동화를 합성하는 기법이다. '선사시대 탐험'에서 비현실적인 풍경과 공룡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제만의 가장 큰 영화적 강점은 편집 능력이다. 관객은 모형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의 영화는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충격과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 그는 어떠한 특수효과 및 기법을 사용하여 오래전에도 이러한 감쪽같은 판타지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본 전시에서 그가 만든 영화의 일부분을 직접 앉아 감상할 수 있다. 

노만 맥클래런: 애니메이션 기법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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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한 노만 맥클래런은 오랫동안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실험하고 연구했다. 렌 라이처럼 카메라 없이 필름에 직접 그리거나 채색하는 '디렉트 필름'을 적극 활용했다.

'스크래치 온 필름 애니메이션'은 빛에 노출되어 버리는 필름을 이용하여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까맣게 된 필름의 젤라틴층을 칼이나 송곳으로 한 프레임씩 긁어내면서 이미지를 만들며 긁어낸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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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찌르레기', '이것은 노입니다'에서 스톱모션과 주밍 기법이 드러난다. 

움직임을 만드는 그들의 거대했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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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특수효과가 발달한 지금, 손쉽게 가상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금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기도 전인 20세기 초반, 5명의 작가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끝끝내 움직이는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움직임을 만드는 5명의 작가들의 대단했던 움직임, 그들의 천재적인 모습과 구상의 흔적을 눈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7전시실을 찾아가 보자. 

국립현대미술관 내 개최하는 다른 전시도 둘러볼 수 있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예약제로 진행된다. 동영상은 촬영 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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