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채집, 맘껏하우스, 소스다, 삼연재 출품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이상을 담는 건축 설계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언젠가부터 ‘당신의 일상은 어떠한가요?’와 같은 글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글자 그대로 일상을 묻는 평범한 질문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범하지만, 마음을 만져주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일상’이라는 건 지극히 평범한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건축사사무소 설계의 주택 화담별서/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홍석규
일상건축사사무소 설계의 주택 화담별서/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홍석규

이런 일상을 건축에 녹아내는 건축가가 있다. 건축사사무소 이름부터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일상건축사사무소의 김헌, 최정인 건축가이다.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고, 그 공간으로 인해 일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이상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상건축사사무소 김헌, 최정인 건축가 인터뷰

일상건축사사무소의 최정인 대표(왼)과 김헌 대표(가운데)/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일상건축사사무소의 최정인 대표(왼)과 김헌 대표(가운데)/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Q. 2021 젊은건축가상 제출하신 작품들과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젊은 건축가상은 몇 해 전부터 지원해보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조금 더 지나면 기회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지원해보았는데, 지역에서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부분이 좋게 봐주셔서 본선까지 진출하게 된 것 같아요. 제출한 작업은 우리 사무실 한편을 내어준 책방을 포함해 아동친화도시 맘껏하우스, 상가주택 소스다, 단독주택 삼연재입니다.

 

동네 책방-일상채집

더욱 더 많은 사람이 건축에 대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함.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생각. 

건축사사무소 한 편을 책방으로 주민들에게 내어준 '일상채집'/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건축사사무소 한 편을 책방으로 주민들에게 내어준 '일상채집'/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맘껏하우스

아동친화도시인 전주시와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 만들기(맘껏 숲=맘껏 놀이터+맘껏 하우스). 변화하는 박공 목재 프레임(글루램)으로 건축물의 형태를 규정짓고 공간감을 느끼게 함. 그네, 집라인 등의 놀이기구를 만들어 주는 것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건축이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놀이터, 공원, 조경이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프로젝트. 맘껏 하우스 설계를 했지만, 하나의 건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놀이공간 정도로 인식되길 원함/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노경
건축이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놀이터, 공원, 조경이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프로젝트. 맘껏 하우스 설계를 했지만, 하나의 건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놀이공간 정도로 인식되길 원함/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노경

 

소스다

임대 세대와 주인 세대 각각의 계단실과 메인 현관을 두어 한 건물에 총 2개의 계단실과 2개의 주인 세대가 있는 건물. 계단실이 2개가 되어 임대 세대의 전용면적이 줄어들었지만, 1층 현관부터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편안하게 집을 드나들고, 주인 세대와의 동선 겹침으로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자 함.

전용면적은 작더라도 쾌적한 생활환경과 각각의 일상이 보장되길 바랬던 상가주택 소스다/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곧  ©노경
전용면적은 작더라도 쾌적한 생활환경과 각각의 일상이 보장되길 바랬던 상가주택 소스다/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곧 ©노경

 

삼연재

주변의 좋은 자연환경의 강점을 살리고자 실내공간의 적절한 창 계획으로 감각적인 면적이 외부로 확장되도록 함. 전체적인 매스의 형태는 지붕에 단 차이를 두어 거실이 높은 층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또 주변 산세의 선형을 거스르지 않고자 함.

클라이언트의 삶을 듣고, 그들의 상처받은 일상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단독주택 삼연재/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노경
클라이언트의 삶을 듣고, 그들의 상처받은 일상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단독주택 삼연재/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노경

 

Q. 건축 설계하실 때,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김헌 영감까지는 너무 거창하고요(웃음).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건축적인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왜 지금의 모습일까?’로부터 시작하죠.

최정인 건축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랑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첫인상, 성격, 아픔, 에너지 등등이요. 그 사람 혹은 그 가족들을 만나며 알아가면서 그 사람을 표현하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Q.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나, 꼭 거치는 과정이 있나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그들의 일상은 어떠한가?’, ‘그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하길 원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 주고 싶은가?’이죠. 궁극적으로는 편안함을 가진 공간을 추구해요. 하지만 아직은 한 가지 틀에 멈춰있지 않고, 극적인 공간과 형태의 유려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설계를 할 때 항상 클라이언트들에게 설문지 과정을 거친다는 일상건축사사무소/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인스타그램 캡쳐
설계를 할 때 항상 클라이언트들에게 설문지 과정을 거친다는 일상건축사사무소/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인스타그램 캡쳐

가장 먼저 설문지 숙제를 내드려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이런 질문들이 있죠. 그리고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설계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좋은 집을 설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만지는 상담사의 역할도 있구나.’라는 것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렵지 않은 건축을 하고 싶다

 

Q. ‘당신의 이상이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나만의 집을 짓는 일은 저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평범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이상을 만드는 일을 저희와 함께하고, 그 이상이 궁극적으로는 그들에게 일상이 되길 바라요. SNS는 대중과 소통하는 좋은 창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장을 입고, 프로젝트의 깔끔한 모습만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건축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게 저희가 생각하는 일상이라는 지향점과 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보여주는데 SNS가 좋은 도구죠!

 

일상건축사사무소 SNS에는 준공된 건물의 사진 뿐만 아니라 준공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담겨져있다/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인스타그램 캡쳐
일상건축사사무소 SNS에는 준공된 건물의 사진 뿐만 아니라 준공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담겨져있다/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인스타그램 캡쳐

Q. 지금까지 설계하신 건축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김헌 ‘작품’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의 돈으로 작품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또, 개인적으로 작품이라는 말에는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좋은 작업이면 충분합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잘 녹아있는 작업이어서,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는 것처럼 저는 모두 기억에 남아요. 

최정인 저는 깨물어서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는데, 순천만 국가정원의 서문 매표소 리모델링 작업이에요. 설계 공모에서부터 실시설계를 거쳐, 시공되는 과정까지 원안을 유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난관들이 있었어요. 주어진 예산에 맞춰 글루램 구조체로 유선형 디자인을 구현해야 하는 과정과 구조적 데이터를 믿지 못하는 현장과 관리자의 불안감으로 인해 원 디자인에 없었던 기둥이 만들어지기도 했었죠.

 

새 운동화의 낯섦보다

적당히 때 묻고, 밑이 닳은 신발이

주는 편안함이 좋아

 

Q. 사람들에게 어떤 건축가라고 불리고 싶으신가요?

진정성 있게 작업하다 보면 동요 ‘내 동생’의 가사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처럼 다양하게 불리지 않을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헌 사무실을 잘 꾸려 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에요. 10월에는 사무실 이전으로, 소소하지만 다양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번 해보고 싶은 건축을 물어보시는 거라면 전 층이 원룸으로만 이뤄진 건축물이요. 최소한의 필요면적을 최대한으로 짜임새 있게 설계해보고 싶어요.

 

일상건축사사무소가 어떻게 건축을 접근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는지 잘 나타내주는 글귀가 아닌가 생각한다./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일상건축사사무소가 어떻게 건축을 접근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는지 잘 나타내주는 글귀가 아닌가 생각한다./사진=일상건축사사무소 제공

 


사람들의 일상을 건축물 안에 담고, 이상을 일상으로 바꿔 주는 일상건축사사무소의 김헌, 최정인 건축가의 앞으로 활동들을 응원한다. 

 

<일상건축사사무소 김헌 대표 주요약력>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SD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실무

nonescale 실무

일상건축사사무소 설립

 

군산대학교 출강

 

2020 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 삼연재

2020 전북건축문화대전 비주거부문 금상 – 선유도리조트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 - 맘껏하우스 

 

<일상건축사사무소 최정인 대표 주요약력>

한국건축사 KIRA

 

순천대학교 건축공학과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 실무

SD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실무

일상건축사사무소 설립

전주시 주거복지공공건축가

 

2020 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 삼연재

2020 전북건축문화대전 비주거부문 금상 – 선유도리조트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 - 맘껏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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