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회
오징어 게임 참여 작곡가 정재일 음악감독과 협업

 

'2021 올해의 작가상' 전시 포스터 (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 올해의 작가상' 전시 포스터 (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밥 한 끼를 먹어도 리뷰를 보며 고르고, 영화를 볼 때도 평점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마음은 뭘까? 

'올해의 작가상'은 ‘미술’과 ‘경연’이라는 언뜻 들어도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때문에 비판의 시각들도 많다. 그럼에도 본 전시는 매년 화제를 모으며 많은 관객이 전시장을 찾는다.

’인증된 맛집‘을 찾는 마음과 ’올해의 작가상‘을 찾는 것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올해의 작가상’은 권위 있는 국가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해, 매년 4명의 중진 작가들을 선정해 전시를 지원한다. 그리고 다음 해 초 그중 한 명에게 ‘올해의 작가상’을 시상한다.

지난 10월 20일, 올해 10회를 맞이한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가 삼청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11월 늦은 가을이 완연해지는 요즘, ‘올해의 작가상‘ 후보 4명의 중진작가들 김상진, 방정아, 최찬숙, 오민 작가를 만나 그들의 작품세계와 전시에 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편집자 주>
 


 

아티스틱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영상과 설치 작업을 하는, 최찬숙 작가 
아티스틱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영상과 설치 작업을 하는, 최찬숙 작가 

 

Q.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개최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가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기회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중진 작가로서 작업하는 원동력, 힘이 어디서 오는지 중요한 시점이었어요. ‘올해의 작가상’은 경연의 형식을 갖기는 하지만 많은 대중에게 제 작업을 선보일 기회였어요, 특히 제가 하는 작업의 형식, 영상·설치가 미술시장에서 원활히 유통되는 구조가 아니라서 기회가 훨씬 더 적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감사하는 마음 가장 컸습니다.

 

전시 내부전경
전시 내부전경

 

Q. 이번에 선보인 '큐빗 투 아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품에서 관람객들이 특별히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큐빗 투 아담’은 땅에 관한 이야기예요, 토지 소유에 관한 이야기, 언제부터 개인이 땅을 소유해 부동의 재산 가치를 지닌 재화로 변화되었나?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입니다.

조사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장소들에 직접 가서 리서치를 해보니 땅의 소유주가 새로 생기니까 밀려나는 사람들도 생기더라고요. 그 사람들을 만나 땅이라는 유한한 자원 위에 불어난 인간들이 어떻게 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땅을 둘러싼 사람과 사회 그리고 사회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어요.

영상작업 자체는 스크리닝 된 단순한 영상설치 작품이지만 설치된 전시실 공간 자체를 관객분들이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전시장 전체가 유기적인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 땅(영상에 등장하는 세계 최대의 칠레 구리광산 지역)을 모티브로 작업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전 작업인 양지리에 대한 영상작업도 함께 전시돼 있으니 지루하거나 이상한 소리가 날 때 움직이고 옮겨 다니시면서 전시장 전체를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종이가 되어버린 땅의 본질인 걷고 딛는 장소에 대한 특성을 관객들이 몸으로 느꼈으면 해요.

 

Q. 작가님은 기존 작품들에서도 신체를 주제로 다루었는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여성과 남성 젠더에 대해 물리적인 신체의 차이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출산 직후 몸이라는 것이 내 것, 내 몸이니까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이고, 확장될 여지가 많은 엄청난 변화와 놀라움을 갖는 대상이라 생각했어요. 

언뜻 사회 안에서 여성의 몸은 수동적인 역할로 먼저 눈에 띌지 모르지만 물리적 변화는 확장성을 지녔고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대상이에요. 덧붙여 죽음은 신체가 끝나는 것이죠. 죽음 이후의 몸은 땅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돼요. 

신체, 몸은 제 정체성과도 물론 맞닿아 있고 지금 작업을 이루는 토대가 되는 대상이에요. 

 

질의응답 중인 최찬숙 작가
질의응답 중인 최찬숙 작가

 

Q.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제작과정에서 특별히 즐거웠던 부분이나 뜻밖에 힘들었던 점 등)

이번 전시는 저에게도 작가로서의 변곡점인 순간에 만나게 된 기회에요. 원래 하던 작업을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선정되며 후원을 받고 작업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출산, 팬데믹 등으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경험했어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큐라토리얼 프로덕션팀의 송고은, 오다인 큐레이터님 등 다른 협업자분들이 없었다면 전시가 불가능했을 거에요. 특히 이번에는 기존의 작업들과 다른 변화들을 시도했어요. 그 중 하나가 음악이였죠. 관람객의 감성을 이끌어줄 작곡가가 꼭 필요했고, 감사하게도 오징어 게임 참여 작곡가 정재일 음악감독님과 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데이터도 손실되고 일정이 계속 밀리면서 정재일 감독님은 영상이 아닌,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곡을 진행하시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각 협업자분들과의 신뢰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전시라 더욱 뜻 깊고 감사드립니다. 

 

Q. '올해의 작가상 2021'은 중견작가에게 신작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작가님께도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 이번 전시와 작품이 특별히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이번 작업은 땅에 대한 여러 층위를 건드린 작업이었고, 다음 작업 생각을 하게 되는 자양분이 된 작업이었어요. 

지금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다음 작업에 대한 모티브가 될 것 같아요. 다른 화자가 등장하는 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현재는 3채널로 제작된 영상작업을 원채널의 버전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Q. 향후 활동 계획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전시가 내년 9월 12월 즈음에 전시 일정 두 개가 조율 중입니다. 

 


 

최찬숙 작가 '큐빗 투 아담' 설치전경
최찬숙 작가 '큐빗 투 아담' 설치전경

 

최찬숙 작가의 전시실에 가면 구리로 된 무언가의 몸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안에서 관객들은 땅(바닥)에 가까이 앉아 영상을 보고, 공간 전체를 오롯이 느끼며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것이 느껴졌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여성의 몸,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땅을 소유할 수 없고 쫓겨나는 이들, 실물이 가상의 세계로 변화하며 생기는 아이러니 등 크게 보면 모든 이슈는 부조리에서 비롯된다고도 생각된다.

최찬숙 작가의 전시 공간은 관객들에게 신비롭고 새로운 감각의 경험으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시선은 단계적으로 관객들에게 타인에게 닥친 부조리를 이해·공감하고 이를 통해 내 존재를 돌이켜 보며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해 다각적이고 다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계기를 던져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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