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떠 있는 모습의 두 미술관, 서울대 미술관과 삼성 리움 미술관
‘닻’을 주제로 한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시계도 없다. 모두 백화점 방문객들에게 시간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쇼핑에 집중하도록 하는 백화점 설계의 특징이다.

알고 나서 살펴보면 다른 건축물들과는 달리 백화점은 창문 하나 없이 벽으로 둘러싸인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백화점 건축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새롭게 오픈한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이 그 시작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을 부수고 건축에 '자유로움'을 불어넣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 그리고 OMA건축사사무소의 건축물을 만나보았다.


 

자유로운 건축을 보여주는 렘 콜하스(Rem Koolhaas)

네덜란드 대표 건축가 중 한 명인 렘 쿨하스(Rem Koolhaas)/사진=OMA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네덜란드 대표 건축가 중 한 명인 렘 쿨하스(Rem Koolhaas)/사진=OMA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렘 콜하스는 네덜란드 건축가로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건축사사무소를 창립하고, 현재는 7명의 다른 파트너 건축가들과 함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이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라 중 네덜란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건축’이라고 했을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양한 형태와 실용성 등으로 인정받는 네덜란드 현대건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이 바로 렘 콜하스다. 

렘 콜하스는 특히 ‘건축계의 이단아’, ‘청개구리’와 같은 별칭들이 있는데, 그만큼 틀에 박힌 건축이 아닌 창의적이고, 때로는 혁신적인 건축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두 개의 미술관, 서울대 미술관과 삼성 리움미술관

렘 콜하스의 건축은 미술관에서 잘 나타났다. 서울대 미술관은 특히 렘 콜하스의 다른 많은 건축물처럼 중력에 반하여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의 건물이 특징적이다. 대지가 경사로에 있는 특징을 잘 살려 건축물의 사선으로 뻗은 형태가 반 중력적인 모습을 극대화했다. 유사한 콘셉트의 건물로는 중국 베이징의 중국 국영방송 본사(CCTV) 건물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건축물과는 다르게 건물의 돌출부가 아무런 기둥 없이 그 자체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경사진 대지를 활용하여 건물의 일부가 공중에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Philippe Ruault
경사진 대지를 활용하여 건물의 일부가 공중에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Philippe Ruault

 

삼성 리움미술관의 세 건물 중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의 설계를 렘 콜하스가 진행했다. 리움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점은 바로 건물 안에 있는 ‘블랙박스’이다. 미술관 안에 또 다른 건축물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블랙박스는 형태적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기둥으로 공중에 떠 있는 형태처럼 보여 이조차도 미술관 속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렘 콜하스 설계의 리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안에 있는 '블랙박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OMA
렘 콜하스 설계의 리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안에 있는 '블랙박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OMA

 

자연과 도시의 교차점에 있는 ‘닻’,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OMA 파트너이자 아시아본부 대표인 크리스 판 다윈(Chris van Duijn).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의 설계자로, 백화점에 창문을 넣은 창의성을 보여주었다/사진=OMA건축사사무소 제공 ©Fred Ernst
OMA 파트너이자 아시아본부 대표인 크리스 판 다윈(Chris van Duijn).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의 설계자로, 백화점에 창문을 넣은 창의성을 보여주었다/사진=OMA건축사사무소 제공 ©Fred Ernst

 

지난 2020년에 완공된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은 OMA의 파트너이자 아시아본부 대표인 크리스 판 다윈(Chris van Duijn)의 설계로,  기존의 백화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형태의 건축물이다. 건물의 외관은 화강석 타일 마감으로 기존의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의 백화점과는 달리 매우 거칠고 ‘야생’, ‘날 것’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고, 건물 전체를 뱀이 휘감은 듯한 형상의 유리 통로가 돋보인다.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기존의 백화점들과는 다른 외관이 눈에 띤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Hong Sung Jun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기존의 백화점들과는 다른 외관이 눈에 띤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Hong Sung Jun

 

광교 갤러리아의 유리 통로로 이루어진 내부 공간은 램프(ramp; 경사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안에서도 다양성을 주었는데, 위치에 따라 층간을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 매장으로 향하는 복도로 나뉘며, 특정 부분은 바닥조차 유리로 이루어져 사람들에게 아찔한 경험도 선사한다. 램프의 사용은 다른 OMA 건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 로테르담 쿤스탈을 비롯해 서울대 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에도 나타난다.

 

유리통로 내부의 모습. 단지 외관의 독특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도라는 기능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고 있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Hong Sung Jun
유리통로 내부의 모습. 단지 외관의 독특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도라는 기능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고 있다./사진=OMA 건축사사무소 공식 홈페이지 ©Hong Sung Jun

 


네덜란드의 건축은 자유롭고 실용적이다. 대지가 해수면 밑에 있다는 지리적인 제약으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치열하게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주어진 땅을 누구보다 실용적으로 설계해야 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건축물은 자유롭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렘 콜하스의 건축, 그리고 OMA 건축사사무소의 건축 역시 그렇다. 단 하나의 공간도 실용적으로, 기능적으로 설계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을 보여준다.

 

< 쿨하스(Rem Koolhaas)>

영국 건축협회학교(AA School) 졸업

프리츠커상(2000)

프리미엄 임페리얼상(2003)

로열골드메달(2004)

 

해외 주요작품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탈(Kunsthal)

미국 시애틀, 시애틀 중앙도서관(Seattle Public Library)

중국 베이징, 중국국영방송 본사(CCTV) 사옥

네덜란드 로테르담, 드 로테르담(De Rotterdam)

포르투갈 포르토, 카사 다뮤지카(Casa da Musica)

싱가포르, 인터레이스(The Interlace)

영국 런던,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크리스 판 다윈(Chris van Duijn)>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학과 석사

OMA건축사사무소 아시아본부 대표

 

주요작품

프랑스 툴루즈, MEETT 툴루즈 전시 및 컨벤션 센터(MEETT Toulouse Exhibition and Convention Centre)

프랑스 캉,  공공도서관(The Bibliothèque Alexis de Tocqueville in Caen)

러시아 모스크바, 개러지 현대미술관(The 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Moscow)

중국 항저우, 항저우 프리즘(Hangzhou Prism)

중국 심천, CMG 첸하이 글로벌 무역 센터(CMG Qianhai Global Trad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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