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m 높이의 공간에 8.8m˟7m 대형 걸게 작품 전시
내년 3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회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포스터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포스터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미술’과 ‘경연’이라는 언뜻 들어도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때문에 비판의 시각들도 많다. 그럼에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화제를 모으며 많은 관객이 전시장을 찾는다.

‘올해의 작가상’은 권위 있는 국가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해, 매년 4명의 중진 작가들을 선정해 전시를 지원한다. 그리그 다음 해 초 그중 한 명에게 ‘올해의 작가상’을 시상한다. 

방정아 작가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다. 주로 회화작업을 하지만 애니메이션, VR작품 등 다양한 매체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는 작가에게 닥친 현실이다. 

방 작가는 당대 현안을 일상적인 내용과 함께 표현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회적 이슈와 작가의 당시 감정에 따라 그림의 방식과 느낌도 다양하게 달라졌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큰 변혁기의 작품은 어떨지 ‘올해의 작가상’ 네 명의 후보 중 방정아 작가를 세 번째로 만나보았다.
 


 

일상이나 정치적인 사건들에서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을 표현하는 방정아 작가.
일상이나 정치적인 사건들에서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을 표현하는 방정아 작가.

 

Q.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개최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가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정말 영광스럽고 기뻐요. 사실 ‘올해의 작가상’은 저에게 노랫말처럼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았어요.(웃음) 막상 받게 돼서 놀라기도 했지만, 열심히 준비했어요. 

전시가 결정되고 공간이 정해진 후에 이 큰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그런데 문득, 예전에 지금 전시 중인 공간을 보면서 언젠가 이런 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을까?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꿈에 그리던 공간이니까. 그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어요. 

 

Q. 이번에 선보인 <흐물흐물>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품에서 관람객들이 특별히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지 궁금합니다. 

제 전시의 주제 ‘흐물흐물’이란 단어는 주제와 형식,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하며 정했어요. 흐물흐물은 고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닌 변화하는 중간상태나 움직임을 말하잖아요. 

먼저,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견고하다고 생각하는 체제와 인습 같은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변화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했어요. 형식적인 측면을 보면, 형상들의 외곽이 하나의 분명한 선이 아닌 수많은 얇은 선들로 이루어졌어요. 흔들리는 듯한 형태와 표현을 이용해 액체와 고체 중간상태의 움직임, 불분명함 등을 표현했어요. 

제 작품은 그림의 제목이나 화면 속 상징 등 여러 가지로 이중의 겹이 있어요. 그림 속 숨어있는 맥락과 의미를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도슨트 설명 없이 감상하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후에 도슨트를 들어보고 그 차이를 알아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Q. 작가님께서도 여러 가지 매체를 다루시지만 주로 회화작업을 하시잖아요. 이번 ‘올해의 작가상’에서 유일한 회화작가로 참여하셨는데, 회화작품이기에 더욱 신경 쓰이신 점은 없으신가요?

회화라서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은 없어요. 작업에 따라 가장 적합한 매체를 선택합니다. 여러 가지 매체를 시도하고 있지만 다들 회화작품을 제 대표작업으로 생각해주시더라고요. (웃음) 

회화작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크기에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나 전시장이 컸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어요. 사실, 이번 전시작품 ‘플라스틱 생태계’가 더 컸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회화가 갖은 물리적인 제약, 특성 때문에 크기는 중요하죠. 이번 작품에서처럼 크기 자체가 메시지일 때가 있거든요.

 

8.8m˟7m 대형 걸게 작품 '플라스틱 생태계' 설치전경
8.8m˟7m 대형 걸게 작품 '플라스틱 생태계' 설치전경

 

Q.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제작과정에서 특별히 즐거웠던 부분이나 뜻밖에 힘들었던 점 등) 

큰 전시공간에서 제약 없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어요. 큰 작품을 한다는 것은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도 잘 없지만, 설치를 해도 작품을 볼 수 있는 거리도 확보되어야 해서 쉽게 경험할 수 없어요. 

‘플라스틱 생태계’의 크기가 가로 8.8m 세로 7m의 작품이어서 설치하는 날 전시장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펼쳐 볼 수 있었어요. 작업실에서는 일부만 펼치며 그렸거든요. 처음으로 다 펼쳤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실망스럽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죠. 

앞서, 작품에 대해 말씀드리며 크기 자체가 메시지라는 이야기도 드렸지만, 저로서는 높이 14m의 공간과 싸우는 것에 지기 싫기도 했어요.(웃음)

이 작품을 같이 도와준 작가들이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도움도 받았지만, 전시 준비를 하는 초반에 주제 의식에 짓눌려 작품들이 저답지 않게 진행이 되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동료 작가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작업하며 점차 평상시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이 이번 전시작품 중 하나가 되기도 했어요. 작품 ‘전시 중입니다만’에서 전화를 하는 등장인물들이 그 친구들이에요. (웃음) 

 

방정아 작가
방정아 작가

 

Q. <올해의 작가상 2021>은 중견작가에게 신작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작가님께도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 이번 전시와 작품이 특별히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좋은 영향을 받았죠. 특히 큰 공간에 맞춰 작업하면서 공간을 해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회화작업을 하다 보면 캔버스 속 그림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거든요. 또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생각을 하는 훈련도 됐던 것 같아요. 

Q. 향후 국내·외 전시나 활동 계획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12월 중순 이후에 토탈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프로그램 중 하나에 참여 예정이에요.

그리고 내년 말 이후를 예정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 부산은 역사적으로 특수한 역할들이 있었던 도시에요. 그런 부산 자본주의발전의 역사에 대해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전시 풍경
전시 풍경

 

방정아 작가는 코로나를 겪는 현재 시기가 모두 힘든 위기 상황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고쳐져야 할 체계나 인습도 함께 ‘흐물흐물’해지는 동트기 직전의 가장 어두운 순간의 시기일 것이라고 말한다. 

방정아 작가는 관객들에게 현재 들이닥친 현실의 문제들을 특유의 위트와 따뜻한 시선을 담아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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