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다양한 생각이 궁금한 전시
2022년 3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회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포스터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포스터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미술’과 ‘경연’이라는 언뜻 들어도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때문에 비판의 시각들도 많다. 그런데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화제를 모으며 많은 관객이 전시장을 찾는다.

‘올해의 작가상’은 권위 있는 국가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해, 매년 4명의 중진 작가들을 선정해 전시를 지원한다. 그리고 다음 해 초, 선정된 한 명에게 ‘올해의 작가상’을 시상한다. 

김상진 작가는 설치와 미디어아트를 주축으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딱딱하게 굳혀져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언어와 시스템 등)와 그곳에서 비롯된 부조리를 꿰뚫어 보며 작가만의 해학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현재 김상진 작가는 작가 활동 이외에도 전시공간 ‘아웃사이트 out_sight’를 운영하며 전시기획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각각의 옴니버스 같은 작품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음악도 김상진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 인터뷰 마지막 순서로 팔방미인 김상진 작가를 만나 작가의 작품세계와 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미디어아트 및 설치작업을 하는 김상진 작가
미디어아트 및 설치작업을 하는 김상진 작가

 

Q.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개최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가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많은 관람객에게 작품을 소개할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이번에 선보인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세계가 언어화돼 있다고 생각해요. 언어의 실재하는 대상(본질, 기의)과 소리(언어, 기표)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나무’라는 존재는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나무’라는 단어는 한국의 언어로 정의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언어화 된 체계에서 당연하게 살고 있어요.

모든 제 작업은 기본적으로 언어(기호)를 사용해서 당연시하며 살아온 인간과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설치전경, 중앙의 대형 설치 작품 ‘Lo-fi Manifesto_cloud Flex', 오지 않는 메시아를 표현한 영상작품 '메시아'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설치 작품 'I will disappear'
설치전경, 중앙의 대형 설치 작품 ‘Lo-fi Manifesto_cloud Flex', 오지 않는 메시아를 표현한 영상작품 '메시아'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설치 작품 'I will disappear'

 

Q. 관람객들이 작품을 더욱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유명한 밈(Meme; SNS 등에서 유행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짤방 혹은 패러디물)의 텍스트에서 따왔어요. 제가 굉장한 밈 마니아에요(웃음) 이번 전시에서 특히 밈의 언어나 표현법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작품 ‘I will disappear’는 라켓 스트링에 쓰여 있는 글씨가 그림자에는 없는 밈 이미지에서 착안했어요. 

제가 밈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이유는 제 관심사와 연결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혹인 일상적인 부조리를 해학적으로 나타낸다는 데서 통쾌한 느낌 받기 때문이에요. 밈을 보고 얻는 웃음은 부조리, 모순에서 느끼는 블랙 코미디 같은 자학적인 웃음이죠.

작품들을 보면 사람이 계속 각각 사라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실재하지만 가상의 세계에서 사라지는 ‘크로마키 그린’, 신체 없이 스마트 워치로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 교실 위 천장으로 사라지는 사람들(물리적인 공간에서 가상으로 넘어가는 중간의 상태로도 보인다) 등 다양한 형태, 형식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품마다 사라지는 사람들의 유형을 보는 것도 좋은 포인트인 그것 같아요. 관객들이 생각할 다양한 해석들이 저도 궁금하네요.

 

김상진 작가
김상진 작가

 

Q.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제작과정에서 특별히 즐거웠던 부분이나 뜻밖에 힘들었던 점 등)
 
공간의 일정상 현장에서 설치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어요. 특히 작품 ‘Lo-fi Manifesto_cloud Flex'와 같이 대형 설치작업은 설치 후에 현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설치하며 생기는 여러 변수가 있어서 긴장감 속에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설치를 끝냈어요. 힘들었지만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을 보니 머릿속에만 있던 그림이 실현되자 알 수 없는 쾌감이 들었어요. 이 기분 때문에 작가를 계속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웃음) 
 

Q. <올해의 작가상 2021>은 중견작가에게 신작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작가님께도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 이번 전시와 작품이 특별히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개인 규모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전시를 경험한 것 같아요. 회화작업을 할 때 작은 그림만 그리다가 대형그림을 그리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고 해요. 이번 전시가 저에게 그런 전시였어요. 이번 전시의 경험이 앞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내용상으로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어요. 항상 제 페이스대로 작업을 해왔듯이 제가 걸어왔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가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향후 국내·외 전시나 활동 계획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예정된 전시는 없어요. 사실, 올해 8월에 우민아트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에 있었고 이번 전시를 연이어 치루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2번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많이 지치기도 해서 일단은 재충전하는 시간 가질 생각이에요.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전시공간 ‘아웃 사이트 out_sight’일을 비롯해서 육아까지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 많아요. 
 


 

작품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I will disappear', 언어를 의인화 한 작품
작품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I will disappear', 언어를 의인화 한 작품

 

오민 작가의 작품에서 실험실 보고서 같은 생각의 방식으로 관객들과 함께 고민한다면 김상진 작가의 작품에서는 인문학적 탐구로 함께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는 소쉬르, 보드리야르, 라깡 등 심도 있는 철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작품의 토대를 쌓는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도 엉뚱하게도 가장 가볍게 양산되는 ‘짤(밈)’의 화법으로 해학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김상진 작가는 기술과 사회가 달라짐에 따라 형태나 원리가 달라질 뿐 ‘부조리’는 시대를 관통하는 원리라고 말한다. 이러한 ‘부조리’를 시대적 흐름과 함께 포착하는 일을 작가는 동시대적 관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11월 느지막한 가을, 최찬숙 작가를 시작으로 김상진 작가까지 ‘올해의 작가상 2021’ 네 명의 작가들을 모두 만나보았다. ‘올해의 작가상 2021’은 4명의 작가가 코로나 시국이라는 특수한 현실을 맞아 각자의 관점과 언어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전 ‘올해의 작가상’과 비교해도 여러 곳에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내년 초에 발표될 ‘올해의 작가상’은 누가 받게 될지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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