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의 하모니로 창극의 멋을 극대화
몸짓으로 표현하는 무용, 언어보다 강력한 메시지

팬데믹 상황을 극에 녹여 시대적인 공감대를 설정한 '별난 각시'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팬데믹 상황을 극에 녹여 시대적인 공감대를 설정한 '별난 각시'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지난 13일, 14일 국립민속국악원 개원 30주년 기념 창극 <별난 각시>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창극 <별난 각시>는 안동 하회 ‘각시탈’을 소재로 한 창극이며, 하회별신굿에서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의 전설을 새롭게 해석해 신(神)이 된 각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평화롭던 마을, 별신굿 탈들을 모아 놓은 동사가 불타고 각시탈이 사라집니다. 여러 마을을 유랑하던 민의원과 그의 딸 진이가 마을로 들어오고, 모내기를 하던 허씨와 안씨 집안에서 싸움이나 허도령의 숨이 멎게 됩니다. 민의원과 진이의 도움으로 허도령은 깨어나고, 허도령과 진이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됩니다.

하지만 마을에는 역병이 번지고, 서낭신을 위해 별신굿 탈을 새로 만들게 됩니다. 허도령이 산속으로 들어가 각시탈을 만들게 되고 허도령과 진이는 잠시 이별을 하게 됩니다.

마을에서 역병 환자를 치료하던 민의원이 역병에 죽게 되고, 진이는 병자들을 외면할 수 없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환자들을 보살핍니다. 진이의 치료로 마을 사람들은 건강을 되찾게 되지만, 이번에는 진이가 역병에 걸려 허도령을 만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허도령은 진이의 모습을 한 각시탈을 만들고, 혼령들은 서낭신이 된 진이의 혼을 데리고 오며 <별난 각시>는 막을 내렸습니다.

 

역병의 공포심을 표현한 무용수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역병의 공포심을 표현한 무용수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별난 각시>는 역병을 배경으로 설정해 현재와 공감대를 설정했습니다. 마스크와 선별진료소, 의료진 등이 떠오르며 극 중의 상황과 현실이 오버랩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창극 <별난 각시>에서 허도령이 진이에게 각시가 되어주라며 부른 소리는 창극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습니다. 허도령과 진이가 각각의 소리를 한 것이 아니라, 서로 화음을 넣으며 하나의 소리를 만든 점은 ‘창극 하모니의 멋’을 두드러지게 했습니다.

또한 역병이 마을을 삼키는 장면을 나레이션이나 화면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용수들을 등장시킨 점도 <별난 각시>의 매력 중의 하나였습니다. 무용수들은 혼돈의 몸짓으로 역병을 표현했습니다. 어떤 단어보다 역병에 대한 공포심을 만들었고, 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아득한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허도령과 진이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며 보름달을 합성해 봤습니다.
허도령과 진이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며 보름달을 합성해 봤습니다.

 

<별난 각시> 마지막 장면은 보름달을 배경으로 허도령과 진이의 혼령이 만나는 장면입니다. 공연이 있던 날, 보름달이 떠서 둘의 사랑을 기원하며 보름달을 합성해봤습니다.

창극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추임새를 넣게 됩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큰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어머!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네?’, ‘창극 재밌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선입견 없이 창극을 한 번 관람하신다면, 우리 창극이 갖고 있는 매력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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