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호흡하는 우리 전통 공연
타악기 연주자의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연기
아이들의 추임새, 창자의 빼어난 연기력

판소리, 음악, 3D 영상이 함께 한 '환상노정기'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판소리, 음악, 3D 영상이 함께 한 '환상노정기'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어? 생각하지 못한 추임새가 나왔는데?”

서울남산국악당 ‘환상노정기’ 공연 중, 창자가 한 말이었습니다. ‘환상노정기’는 금강산 화첩기행을 떠난 김홍도의 여행담과 그의 삶을 그려낸 작품으로 판소리와 음악, 그리고 3D 영상으로 재탄생한 김홍도의 대표적인 그림들이 조화를 이룬 작품입니다. 

공연에서는 김홍도의 대표작인 금강산의 1만 2천 봉의 절경이 담긴 <금강사군첩(金剛四君帖)>, 용맹한 호랑이 패기를 담은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가 3D 영상으로 상영돼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우리 악기로 채워진 무대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우리 악기로 채워진 무대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정조의 명으로 금강산 화첩기행을 떠난 김홍도는 묘길산 근처에서 일행과 떨어지게 되고, 어린아이 만덕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아들과 닮은 만덕을 보고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기로 결심합니다. 

산길을 떠도는 중, 만덕을 살리려다 금강산을 그린 그림들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후 금강산 호랑이를 만나 위험에 처하지만, 호랑이는 김홍도를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라고 생각한 만덕이는 호랑이 새끼였고, 자신의 새끼를 살려준 김홍도에게 금강산 호랑이 인증샷을 찍을 기회를 줍니다.

‘환상노정기’는 현대적으로 창작한 판소리입니다. 창자 한 명이 극을 이끌지만, 관객과 호흡하며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타악기 연주자의 연기는 '환상노정기'의 백미였습니다.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타악기 연주자의 연기는 '환상노정기'의 백미였습니다.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작품의 재미를 이끈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작품에 몰입한 어린이 관객들 그리고 연기까지 참여한 타악기 연주자입니다.

창자가 ‘어? 뭐하나 잊은 거 같은데?’라고 혼잣말을 하면, 아이들이 ‘호랑이 인증샷이요’라고 답했고, 상여소리를 할 때 아이들이 ‘어야~’라고 반응할 때는 ‘상여소리가 왜 이리 신나지?’라며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타악기 연주자의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연기도 ‘환상노정기’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프로 소리꾼이 타악기 연주자의 역을 맡았다면, 오히려 재미가 덜 했을 거 같았습니다.

‘3000cc 망아지에 기사까지 주셨네’, ‘호랑이 인증샷’ 등 현대적으로 해석한 대사는 거부감 없이 극의 재미를 더했고, 과하지 않은 창자와 관객과의 호흡이 극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호흡하는 소리꾼과 연주자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호흡하는 소리꾼과 연주자들 

 

우리나라 전통 공연은 관객을 관객의 자리에만 놓은 것이 아니라, 추임새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연으로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공연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전통 공연 무대를 찾아 무대와 하나 되는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