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미디어 작품 22점 만나볼 수 있어
디지털 시대 ‘감각’이 형성하는 동시대적 교감 주제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워치 앤 칠'의 두 번째 전시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을 오는 10일부터 9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하는 가운데, 9일 언론공개회를 진행했다.
'워치 앤 칠’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축, 세계 주요 미술관과 협력하여 기관별 미디어 소장품을 전 세계 구독자에게 공개하는 구독형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올해는 유럽과 중동, 내년에는 미주 및 오세아니아 주요 미술관들과 협력을 확장하는 3개년 계획으로 운영된다.
이지회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 ‘감각’ 이 형성하는 동시대적 교감을 매개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열고 각 기관의 미디어 소장품 및 지역별 주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온라인 플랫폼과 전시의 콘텐츠는 ‘보는 촉각’, ‘조정된 투영’, ‘트랜스 x 움직임’, ‘내 영혼의 비트’의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보는 촉각’에서는 소리에서 매만짐으로, 냄새에서 빛으로 인지적 자극들이 전도, 변이, 번역되는 현상을 다룬다.
△안드레아스 바너슈테트 △안정주&전소정 △왕&쇠데르스트룀 △염지혜 △이은희 △제나 수텔라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미생물부터 인공지능까지 이종 간의 교감으로 확장하는 사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작가 이은희의 '핫/스턱/데드'(2021)는 디지털 스크린의 물리적 근원을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액체와 고체의 중간 존재인 ‘액정’의 화학적 원리를 파고들며, 경제구조 안에서 기술이 생산되고 사장되는 과정, 즉 ‘(비)정상’적으로 여겨지는 기준과 유한성에 관해 생각할 수 있다.
‘조정된 투영’에서는 시공간의 감각을 면밀히 조정하며 규격화된 미터법이나 시간의 개념을 흔드는 작가적 태도를 통해 역사, 정치, 사회적 논점을 던지는 작품들을 살펴본다.
△바스마 알 샤리프 △샤리프 와키드△안정주&전소정 △염지혜 △유리 패티슨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조정된 투영'에서는 나와 타자, 나아가 세계와의 상호 관계로 지각하는 주관적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다룬다. 또한, 몸의 감각이 연결하는 사회성에 관해 사유한다.
이들 작품 중 바스마 알 샤리프 '우리는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2009)는 팔레스타인의 지리적, 정치적 좌절의 상황을 공간, 사물들의 거리와 크기, 각도를 재며 덤덤히 객관화했다.
날것의 감정과 같은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엮으며 정치적 영토와 관련한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의 폭력을 매개했다.
트랜스 x 움직임’에서는 월드 와이드 웹(www)의 물리적 현실을 조명하며 디지털 공간 안에서 마치 비물질적 존재로 느껴지는 개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여 작가로 △김아영 △김웅현 △시몬 C. 니키유 △알리 체리 △ASMR티카 등이 있다.
이들은 (ASMRtica) 의 작업을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의 경계와 복잡성을 비추며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게, 그러나 제한적으로 움직이는지 가늠하고자 한다.
'내 영혼의 비트’에서는 기술이 동반한 인간의 염원과 환상을 사유하며, 인간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는 영성(spirituality)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김실비 △김웅현 △마하 마아문 △아마드 고세인 △안드레이스 바너슈테트의 작품은 정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무아, 황홀, 환각, 두려움의 감정이 오늘의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감지되는지 살펴본다.
이 중 아마드 고세인의 '제 4단계'(2015)는 작가가 속해있는 세 가지 다른 세상(영화, 마술, 남부 레바논 경관의 변화)의 복잡하고 비현실적인 환영과 허구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 고향의 마술사의 이야기와 그 지역의 기하학적인 기념비 조각 이미지를 중첩하며, 집단적 상상을 가능케 하는 환영과 마법이 이념과 종교적 서사로 대체되는 현실을 비춘다.
이외에도 전시장을 구경하다보면, 건축가 바래(전진홍, 최윤희)가 미디어 환경을 공기로 은유한 모듈러 구조의 건축 설치작 '에어 레스트'를 직접 경험하고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퍼포먼스학자 이소림, ASMR 아티스트 미니유와 우노가 ‘ASMR-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친밀함과 돌봄’강연 및 퍼포먼스(7월 6일)를 선보인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문제일 교수 그리고 참여작가 김아영, 염지혜가 함께하는 '나는 향기가 보여요' 대담회(8월 12일)는 서울관 7전시실 현장과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