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거의 교향곡 연주가 되다시피 한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Francesco Piemontesi) 피아노 연주의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피아노협주곡 제1번 D단조 Op.15)이었다.

통상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협주곡 성격으로 오케스트라의 전반부 서곡 연주다음에 이어 두 번째 연주됐어야 하는 연주곡일 터인데 지난 6월17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티에리 피셔 지휘 생상스 교향곡 2번 연주회에서는 당당히 후반부 메인 곡으로 등극하며 거의 교향곡적 선율처럼 내게 들렸다.

 

거의 교향곡 연주가 되어버린 피에몬테시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협연장면. (사진 서울시향)
거의 교향곡 연주가 되어버린 피에몬테시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협연장면. (사진 서울시향)

 

때문에 이번 연주회 타이틀은 “티에리 피셔 생상스교향곡 제2번”이 아니라 “티에리 피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으로 연주타이틀을 내걸어도 무방할 듯싶었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이 이번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거의 교향곡적 역할을 맡게 된 데에는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제2번이 전반부 첫 연주곡인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후반부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사이에서 한줄기 햇살이 비추도록 하는 것 같은 서울시향과의 연주회의 기획의도를 짠 지휘 티에리 피셔의 의도에 상당히 기인한다. 

첫 악장부터 브람스의 거대한 피아노협주곡의 장대한 오케스트라 제시부는 브람스의 첫 번째 협주곡이자 최초의 관현악곡이기도 한 이 작품에 대한 첫 인상으로 무엇보다 거대하고 강렬하며 ‘교향악적’이라는 인상을 내게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피에몬테시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 거대하고 강렬하며 ‘교향악적’이라는 인상

연주자인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 역시 “이 작품이 교향곡적인 성격 또한 분명히 지니고 있고 서너 명이 아닌 80명이 한꺼번에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교향악적 실내악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혔는데,

교향악적 관점과 실내악적 특성, 영성, 또한 젊은 브람스가 음악 안에 심어둔 생기발랄한 젊음까지도 이 협주곡이 신선하고 또 좋은 의미에서 비르투오소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인상적 연주였다고 본다.

 

피에몬테시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는 거대하고 강렬하며 ‘교향악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사진은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스위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
피에몬테시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는 거대하고 강렬하며 ‘교향악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사진은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스위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

 

피에몬테시가 지난해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연주한 슈베르트의 Piano Sonata in C D840 'Reliquie', Piano Sonata in A minor D784, Piano Sonata in c minor D958등의 비(非)교향악적 선율이 주류를 이루는 연주들을 들어봐도 이번에 서울시향과 그가 협연한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이 선율이 지닌 퀼리티와 화성,

작품이 품고 있는 환상적인 사운드 그 자체만으로도 교향곡적인 특성을 부각시킨 피에몬테시 최애(最愛)의 협주곡 연주를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의 탄생 동기는 교향곡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피아노협주곡에 비하면 이 곡은 교향악적인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이 협주곡은 브람스의 청년기에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강렬한 빛깔의 정열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지난해 하순 연말 모 클래식 음악잡지에 피아니스트 서형민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단조, Op.15’의 연습에서 무대까지 자신의 체험담을 쓴 기고를 통해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는데 있어 피아니스트로서 제일 중요한 덕목중 하나가 교향적 이해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을 넘어서서 거의 4분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전주등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썼는데 마치 이에 수긍하듯 무릎을 탁 치면서 피에몬테시의 연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발견할 수 없었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동등한 대화의 장’으로 만들어지는 교향곡적 특성을 선명히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생상스의 교향곡 하면 일반 관객은 일명 오르간교향곡 그의 교향곡 제3번을 많이 연상하기 쉽다. 2월 중순 서울시향과 자크 메르시에는 마치 섬세함의 절정을 보여주듯 롯데콘서트홀에서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의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6월 한 달 2주간에 걸쳐 20세기 음악인 라벨의 무용교향곡 ‘다프니스와 클로에’ 및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연주로 첫 주의 서울시향과의 연주회를 마친데 이어,

둘째 주에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생상스의 교향곡 제2번의 두 가지 낭만주의 콘셉트의 명확한 콘서트 기획의도를 제시한 지휘자 티에리 피셔는

결론적으로 둘째 주 이번 프로그램들에 깊이와 드라마를 부여하기 위해 서곡으로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후반부 메인 연주곡으로 교향악적인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배치한 중간(中間)에 극적이고,

깊이 있는 브람스 사이로 한줄기 햇살을 비추는 작품인 프랑스 낭만주의의 생상스 교향곡 제2번 연주를 전반부 두 번째 곡으로 끌어올리는 지휘자적 역량도 보였다고 여겨진다.

둘째주 서울시향과의 이번 프로그램들에 깊이와 드라마를 부여한 티에리 피셔의 지휘장면.
둘째주 서울시향과의 이번 프로그램들에 깊이와 드라마를 부여한 티에리 피셔의 지휘장면.

 

“생상스 교향곡 제2번의 수작(秀作), 관객이 새롭게 접한 면에서 연주의미 상당”

이날 연주회에서 후반부 피에몬테시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의 워낙 교향곡적인 장중함 때문에 전반부에 연주된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생상스 교향곡 제2번의 서울시향 연주의 빛이 다소 가리는 면도 있었지만,

국내 교향악단이 생상스의 교향곡 연주 레퍼토리로 대부분 교향곡 제3번 일명 ‘오르간’ 교향곡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화돼있는 점에 비춰 프랑스 낭만주의 작품으로서 발표 당시 독특한 형식과 구조적 응집력, 경제적인 관현악법으로 주목받았던 카미유 생상스 교향곡 제2번의 수작(秀作)을 관객이 새롭게 접하도록 한 면에서 이번 서울시향의 연주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봐야겠다. 

사실 메인 곡 연주 때문에 연주회의 앞서의 연주곡들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연주회 현장에서 관객들이 다반사로 느끼는 경우들이 많다.

지난 6월19일 일요일 오후 5시 국립심포니가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한 Dr's Pick 1 연주회에서는 벨기에 출신의 상임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가 전반부에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과 후반부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의 지휘를 이끌었는데,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6번’과 이번에 국립심포니가 연주한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이 번호도 같고 자연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브루크너의 전원 교향곡’ 같은 연주선율을 보여주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의 인상적 연주로 국립심포니의 전반부의 탄호이저 서곡 연주가 그 극적인 연주선율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세자르 프랑크 탄생 200주년 기념 연주로 열린 부천필의 6월21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정기연주회에서도 그의 최고 걸작이라 할만한 “교향곡 d단조” 연주가 후반부에 연주돼 이날 부천필의 정기연주회가 세자르 프랑크의 All 관현악곡들을 듣는다는 기대로 관객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으나,

프랑크의 관현악곡들이 다소 낯선 일반 관객들에게 교향시 <프시케> 및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교향적 변주곡(Cesar Franck, Symphonic Variations for Piano and Orehestra M.46)’ 연주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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