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명불허전 엘리자벳...노민우·길병민 등 뉴캐스트 활약
10주년 5번째 시즌...향후 프로덕션 변화 예고
오는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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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캐스팅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뮤지컬 '엘리자벳'. 하지만 지난 10년간 쌓아온 내공은 단단했다. 그간의 노하우를 집약시킨 무대는 여전히 볼거리로 넘쳐난다.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불리는 엘리자벳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삶과 죽음 사이, 자유를 향한 갈망을 노래한다. 여기에 죽음(Der Tod)을 캐릭터로 등장시켜 판타지적 요소를 더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뒤 전 세계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2012년 논 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처음 공연됐다. 

익숙하기도 하거니와, 한 인물의 수십 년 생애를 압축한 이야기인 만큼 서사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오스트리아 제국과 헝가리의 독립 문제 등 낯선 역사적 배경 또한 몰입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관객들을 무대에 집중시킬 수 있는 건 다양한 구성 안에 담긴 무대 미학. 당시를 재현한 고풍스럽고 화려한 소품들, 여기에 '엘리자벳'의 상징인 이중 회전 무대와 3개의 리프트, 11미터에 달하는 브리지 등이 시종일관 시선을 붙든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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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의인화해 등장시킨 것처럼 작품 곳곳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요소가 가득하다. 특히 왕궁 내에서 자유의지가 결여된 엘리자벳,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모습을 마리오네뜨 인형극처럼 연출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춤' '나는 나만의 것' '키치' '내가 춤추고 싶을 때' '그림자는 길어지고' 등 킬링 넘버들은 공연 이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특유의 중독성 넘치고 드라마틱한 선율이 돋보인다. 10년간 '엘리자벳'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게 한 핵심요소다.

작품성과 별개로 캐스팅 논란으로 개막 전부터 잡음이 많았던 '엘리자벳'이다. 엘리자벳 역의 옥주현이 일부 배우의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와 옥주현 측 모두 해당 사실을 부인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시선이 마냥 고울 리 없다. 

그럼에도 옥주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초연부터 매 시즌 참여해 온 안방마님답게 그 누구보다 엘리자벳을 탁월하게 연기했다. 어린 시절 천진난만함부터 황후가 된 뒤 맞이하는 고난까지. 긴 시간의 흐름을 목소리 변화로 가져가며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노래 실력이야 두말할 것 없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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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역에 새롭게 합류한 노민우에 대한 우려도 컸다. 개막 전 공개된 넘버 영상에는 그의 발음이나 발성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예비 관객들이 많았다. 실제로 그의 공연을 본 관객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이었다.

그동안 가수 겸 배우로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뮤지컬은 이번이 첫 도전이었다. 노민우는 중성적이고 퇴폐적인 이미지로 죽음을 연기한다. 무대 위 배우들뿐 아니라 관객들마저 홀리는 매력이 있다. 다만 넘버를 소화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특유의 비음 섞인 발성이 어딘가 답답함을 안긴다. 이전에 죽음을 연기한 이들의 노래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겠다. 그래도 그만의 매력은 뚜렷하니, 신선함은 갖췄다.

요제프 황제 역 길병민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기존 배우들에 비해 너무 어려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 없겠다. 베이스바리톤 성악가답게 목소리가 중후하다. 중년 황제의 위엄을 드러내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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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엘리자벳' 프로덕션의 마지막 시즌이다. 추후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갈 것이 예고됐다. 화려하게 마무리하길 바랐겠으나 '캐스팅 논란'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래도 다섯 번의 시즌 동안 탄탄하게 구축된 작품인 만큼 쉽게 좌초되지는 않을 것 같다. 추후 다시 돌아올 때에는 외부 잡음 없이 오로지 작품만을 씹고 뜯고 즐길 수 있기를.

한편 '엘리자벳'은 오는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엘리자벳 역 옥주현과 이지혜, 죽음 역 신성록, 김준수, 노민우, 이해준, 루이지 루케니 역 이지훈, 강태을, 박은태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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