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장점 살린 감성 뮤지컬
서정적 넘버, 제이민·최지혜·박영수·임진섭 열연 돋보여
오는 11월 13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

사진=홍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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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라흐헤스트'에는 크고 화려한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극장 공연만의 매력이 있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서정적인 넘버가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라흐헤스트'는 이상과 김환기, 두 천재의 아내이자 스스로도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김향안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제목은 수필가이자 화가, 미술평론가였던 김향안의 글 중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그가 남긴 말처럼 사람은 떠나고 사랑은 예술 속에 영원히 남게 되는 과정이 무대 위에서 그려진다. 

사진=홍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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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근현대 한국 문학의 대표 주자인 시인 이상,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 그리고 두 사람의 아내 김향안. 이들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를 위해 김향안과 변동림의 삶을 역순으로 구성한 시도가 돋보인다. 남편 김환기의 죽음을 마주한 향안의 삶은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향해가고, 동림의 삶은 이상과의 첫 만남부터 이별에 이르는 순간까지 진행된다. 

사전 정보 없이 본다면 헷갈림 끝에 반전이 크게 다가오겠지만, 유명한 인물이다 보니 그러기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침내 향안과 동림이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복잡 미묘하게 응축된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함을 느낄 수 있다.

사진=홍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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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는 많은 작품들은 소위 인물의 업적이나 사건에 치중한다. 반면 '라흐헤스트'는 그들의 삶 속 사랑의 순간들에 집중한다. 두 남자와 열렬히 사랑하고 이별했던 한 여자의 사연이 뭉클함을 끌어낸다. 과거 혹은 미래의 나와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그때의 아픔과 용기 있는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전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 넘버가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상당 시간 유사한 톤으로 전개되지만, 과하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 천연재료로 맛을 낸 느낌이다. 그렇다고 심심하거나 밋밋하지는 않다. 세련된 멜로디에 배우들의 화음이 쌓이면 그 자체로 맛있는 작품이자 이야기가 된다.

감성적인 작품인 만큼 소극장에서 관람하기에 최적이다. 작은 무대 위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은 조명과 빔프로젝터 등을 활용한 비주얼아트 형식으로 채웠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생동감 있게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배우의 얼굴에 눈물이 흐름이 보이니, 관객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배가된다. 

사진=홍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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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 모든 게 너무 급하게 떠나는 느낌이다. 좋은 시구(詩句)나 대사도 많지만 음미할 여유가 조금은 부족하다. 관객이 여운을 느낄 틈이 더 있었다면 어떨까 싶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13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이지숙, 제이민, 박영수, 이준혁, 양지원, 임찬민, 김주연, 최지혜, 안지환, 임진섭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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