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가볼만한곳
19일 저녁 7시 10분 KBS 방송

[문화뉴스 이현기 기자] 한양 도성의 동쪽에 있어 이름 붙은 성동구. 예도옛적, 기름진 들녘이 펼쳐진 강변의 평화로운 땅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서울의 역사와 함께 변화를 거듭했다.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든 삶의 터전에서 이색적이고 트렌디한 명소로 탈바꿈한 성동구.

196번째 '동네 한 바퀴' 여정은 오색단풍처럼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물들이며 무구한 시간과 함께 발맞춰 걷는 이웃들을 만나러, 서울 성동구로 떠난다.

도심의 만추, 서울숲을 걷다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서울엔 서울숲이 있다. 서울숲은 조선시대 임금님의 사냥터이자 서울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이며 한때는 경마장이었던 곳으로, 이제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늦가을 정취가 그윽한 서울숲으로 향한 동네 지기 이만기. 가을 나들이가 한창인 시민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는데. 막 시험을 끝내고 소풍을 나왔다는 같은 동아리 친구들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커버 댄스 영상’을 찍고 있단다. 가을 창공처럼 맑고 깨끗한 청춘들의 춤을 따라 추며, 신나게 성동구 한 바퀴를 시작한다.
 

디저트의 성지, 서울숲 카페 거리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서울숲 5번 출구. 서울에서 지금 가장 사랑받는 골목, ‘서울숲 카페거리’로 이어진다. 붉은 벽돌의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들은 빵과 쿠키,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들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워 달콤한 유혹을 하는데. 거리를 걷던 이만기는 유리창 너머로 바게트가 잔뜩 진열된 빵집을 발견한다.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프랑스 전통 바게트를 만드는 가게. 주인장 황석용 셰프는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정작 제대로 만들기엔 어렵고 변수가 많은 바게트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왔단다. 그렇게 누구보다 바게트에 진심인 황 셰프는 3년 전, 갈고닦은 실력을 두둑한 밑천 삼아 카페거리에 입성, 지금은 하루 200개 넘는 바게트를 굽고 있다. 바게트 하나로 대한민국 제패를 꿈꾸는 청년 셰프의 당찬 포부를 들어본다.  
 

금남시장 억척 엄마의 보쌈 한 상 

사진 = KBS 제공
사진 = KBS 제공

1990년대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금호동. 산비탈에 눌러앉았어도, 꿈을 안고 상경한 이들의 고달픈 서울살이에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주던 곳이다.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골목을 돌아보고, 금남시장으로 향한 동네 지기. 시장 모퉁이에서 반찬집 겸 보쌈을 파는 가게를 발견한다.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김경자 사장은 전남 벌교 출신으로 맛깔난 엄마 손맛을 자랑하는데. 생활력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식당을 전전하며 일하다, 처음 갖게 된 ‘내 가게’가 지금의 보쌈집. 가게를 인수하며 진 빚을 갚느라 꼬박 7년이나 걸렸단다. 상경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금호동 이외엔 알거나 가본 동네가 없을 만큼 소처럼 일만 하고 산 세월. 하지만 모든 빚 청산하고 신나게 김치만 버무리면 되는 지금, 사장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본인이란다. 인생의 쓴맛도, 매운맛도 꿋꿋하게 견뎌낸 금남시장 억척 엄마의 맛깔난 보쌈을 맛본다.

 

수돗물의 추억, 수도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인 ‘뚝도수원지 제1 정수장’. 1908년 서울 서대문 안과 용산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한 시설로, 우리나라 상수도 역사의 출발지이다. 현재는 정수장을 복원하고 재정비해 수도박물관으로 재탄생, 예전의 상수도 시설과 관련된 유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물이 귀했던 시절을 재현해놓은 공동수도 앞에서 어머니들을 만난다. 급수차나 공동수도 앞에 늘어섰던 양동이 행렬,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던 수도 검침까지. 수돗물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시절의 추억담을 함께 나눠본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 꿈을 향한 도전, 수제 버터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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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성수동. 몇 해 전부터 낡고 오래된 공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개성 강한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뉴트로(newtro)의 성지’로 변신했다. 성수동 골목을 걷다 발견한 수제 버터 가게. 마치 비누처럼 생긴 수제 버터는, 해초, 피넛토피 등 달고 짠 기본 버터와 밤, 곶감 같은 제철 식재료를 넣어서 만든 시즌 메뉴 등 종류가 다양한데. 주인장 원지 씨가 다양한 버터를 만들게 된 건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란다. 과거 백화점에서 공간 연출을 하면서 누군가의 결정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획하고 책임지는 삶에 대한 갈망을 느꼈던 원지 씨. 결국 10년 가까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되었고 그 첫걸음을 떼게 해준 것이 바로 버터. 거의 모든 디저트에 쓰이지만, 조연급 재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버터를 보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외길인생 50년, 수제화 장인의 꿈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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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단지, 성수동을 더 걸어보다 구두를 납품하러 가던 남자를 만난다. 50여 년 수제화 외길인생만 걸어왔다는 조영학 장인. 거동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상경해 11살, 어린 나이에 외삼촌의 양화점 일을 도우며 구두 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한다. 명동, 염천교, 성수동 등 여기저기 공장을 옮겨 다니며 수천 번의 못질 끝에 차린 첫 구두공장. 그러나 더 이상 구두를 선호하지 않는 시대. 수제화를 찾는 발길이 점점 줄어들면서 벗어나고자 했던 궁핍한 생활도, 20년 전 아내와 한 약속도 이루지 못하고 있단다. 그런데도 오직 수제화만을 고집하는 이유. 구두를 만드는 일이 천직인 장인에게 구두는 곧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명품을 만들기 위한 장인의 망치질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기름집 모자(母子)의 파란만장 창업기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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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의 중심, 왕십리역 오거리에 선 이만기. 채소밭에서 공장지대로, 다시 뉴타운으로 끊임없이 변모한 왕십리를 걸어본다. 왕십리역 뒤편으로 걸음을 잇다가, 카페처럼 꾸민 기름집을 발견한다. 터키산 생기름 압착기에 원적외선 로스팅 기계까지. 최신식 기계 설비를 갖춘 신상 기름집. 심상치 않은 이 가게는 2년 전, 모자가 함께 차린 기름집으로, 창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이유는 아들의 지극한 반려견 사랑 때문. 애견숍, 애견훈련사, 애견 호텔 매니저까지 개와 관련된 건 안 해본 게 없는 아들은 한때 ‘개 박사’로 이름을 날렸단다. 반려견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아들이 안타까웠던 어머니. 아들에게 기름집을 제안했는데. 그랬더니 이번엔 아들이 ‘기름 박사’가 되어버렸단다. 그저 깨를 짜서 팔면 된다고 생각한 어머니와 달리, 가게 벽면에 논문까지 붙여가며 석 달을 기름 연구에 몰두했다는데. 밤을 새워서 논문을 읽는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단다. 기름집을 열기까지 파란만장했던 모자. 꿈꾸는 미래는 여전히 동상이몽일지 몰라도, 기름보다 진한 정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모자는 오늘도 깨 볶으며 행복을 그려 나간다.

 

셰프 부부의 불꽃 승부,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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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끼고 높은 산을 병풍처럼 두른 옥수동. 옥수동 언덕을 내려오다 주택가 골목 사이, 사찰을 발견한다. 스님들의 전통 수행도량으로, 7개의 암자로 이뤄진 비구니 사찰, 미타사(彌陀寺). 888년 신라 진성여왕 2년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도심 속 마주한 사찰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간다. 미타사를 지나, 한 식당 앞에서 멈춘 이만기. 한식과 일식이 조화를 이루는 퓨전 식당이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신선한 제철 해산물과 제주산 흑돼지를 특제양념에 불 맛나게 볶은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 호텔 셰프로 만났다는 주인장 부부는 싸우다가 정이 들어 부부의 연을 맺고, 10년 전 이곳에 가게를 차렸단다. 그러나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 한 주방에 오너셰프가 둘이니, 재료 손질부터 양념 비율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는 게 일상이었다는 부부. 한때 각자도생을 외치며, 장사를 따로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서로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단다. 때로는 환상의 호흡을, 때로는 팽팽한 불꽃 승부를 가리는 셰프 부부의 갑오징어흑돼지불고기를 맛본다.

천변만화한 서울의 강변 동네, 성동구. 다양한 인생들이 있어 더욱 다채롭게 빛나는 삶과 그 속에서 희망을 일구어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는 11월 1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 196화 날아오르다 희망 – 서울 성동구'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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