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의 억울한 죽음, '다음 소희'
색에 대한 편견에 용기 낸 어머니, '틸'
진실을 향한 두 여기자의 취재, '보스턴 교살자'

[문화뉴스 함예진 인턴기자]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는 실감 나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한편, 당시 사건 당사자들이 처해있던 현실을 보여주며 많은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때때로 현실이 더 영화 같은 법.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과 그 이야기들의 실체를 살펴본다.

다음 소희

사진='다음 소희' 포스터/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사진='다음 소희' 포스터/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줄거리

어린 고등학생 소희는 취업 연계 현장실습에 나선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사회생활이었으나 현실은 소희에게 마냥 차가웠다. 늘 실적과 성과를 압박받았고 근무시간 초과는 허다했다. 당장의 취업만을 추구하는 주변 환경에 소희를 위로할 어른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현장실습을 하던 회사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소희는 점차 생기를 잃기 시작한다.

한편, 형사 유진은 소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유진은 소희와 같은 어린 학생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영화는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은 LG유플러스 고객센터로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고 학생 홍 양(19)이 감당할 수 없는 노동 강도와 부당한 처우에 결국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홍 양은 현장실습 동안 서비스 해지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해지 방어' 부서에 배정되었는데, 해당 부서는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했다. 초과 근무는 일상이었고 그에 맞는 정당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등 업무 실적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있었으며 고객의 폭언이 난무하는 콜센터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것 역시 어린 학생이 감당하기엔 힘든 업무였다. 계속되는 실적 압박과 열악한 노동환경 등에 지친 홍 양은 결국 2017년 겨울, 한 저수지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진='다음 소희' 스틸컷/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사진='다음 소희' 스틸컷/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홍 양의 죽음 이후,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게 되자 교육부는 급히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며 돌연 폐지를 취소했다. 이때 재개한 현장실습 제도는 현재까지도 계속 시행 중이다.

'다음 소희'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장실습 고교생들은 학생으로서, 또 노동자로서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특수한 신분이라는 이유로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현장실습생 보호는 누구의 책임일까. 

사진='틸' 포스터/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사진='틸' 포스터/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줄거리

친척을 보러 설레는 마음을 안고 미시시피로 놀러 간 14세 흑인 소년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갑자기 어린 아들을 잃게 된 엄마 메이미는 아들이 낯선 곳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됐는지 그 내막을 알게 된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참을 수 없었던 메이미는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색으로 편을 가르던 1950년대 미국 사회에 엄마 메이미는 목소리를 내 변화를 이끌기 시작한다.

에밋 틸 피살 사건

영화 '틸'은 미국의 '에밋 틸 피살 사건'을 다룬 실화 영화다. 1955년 8월, 시카고에 살던 14세 흑인 소년 에밋 틸은 남부 지역인 미시시피주 머니(Money) 시에 사는 사촌을 만나러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식료품점에 들린 에밋은 한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고 희롱했다는 의심을 받아 무차별한 폭행을 당했고, 며칠 뒤에는 아예 납치돼 총상을 입고 살해된다.

에밋 틸의 어머니는 미국 남부지역에 만연하는 흑인 차별에 분노하며 아들의 사체를 공중에게 그대로 공개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 알려진 이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켜 미국 남부 지역에 흑인 인권운동을 펼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백인 사회가 주를 이뤘던 시대에 에밋 틸을 살해한 용의자가 무죄 선고를 받게 되면서 한 번 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게 된다.

사진='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사진='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인종차별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수많은 개선책들을 실행해왔다. 2004년 미 법무부는 용의자가 무죄를 선고받은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재개했다. 또한 2022년 에밋 틸의 이름을 딴 '린치 금지 법안(에밋 틸 안티 린칭 법안)'이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고 의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남아있다. 2020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이를 계기로 다시 일어난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그 예시다.

오랜 시간 인종차별이 사회 문제가 되어왔던 만큼 이를 해결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더욱 영화 '틸'과 같이 차별이 존재했던 과거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시도가 계속돼야 한다.

보스턴 교살자

사진='보스턴 교살자'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보스턴 교살자'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줄거리

1962년 세 여성이 보스턴 일대에서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이를 모두 개별 사건으로 보지만 '레코드 아메리칸' 생활부 여기자 로레타는 처음으로 세 사건의 연관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생활부 여기자라는 이유로 취재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사이, 네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더 이상의 연쇄살인을 막기 위해 로레타와 동료 여기자 진은 힘을 합쳐 보스턴에서 발생한 최악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기 시작한다.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

'보스턴 교살자'는 1960년대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 사건인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은 1962년부터 1964년 사이 보스턴에서 총 13명의 여성 피해자를 만든 연쇄살인 사건으로, 범인의 특이한 범행 방식으로 인해 '보스턴 교살자'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용의자를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이 계속되던 중, 어느 날 알버트 드살보라는 한 남성이 자신이 보스턴 교살자라고 자백하며 나타났고, 경찰은 빠르게 그가 범인이라고 확정 지어 사건을 종결해버렸다. 그러나 사실 그의 자백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없었기에 이후에 열린 재판에서 알버트 드살보는 자백이 증거로 인정이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알버트 드살보가 교도소에서 돌연 다른 수감자에게 살해되면서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은 영원히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사진='보스턴 교살자' 스틸컷/원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보스턴 교살자' 스틸컷/원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은 사건을 다루는 두 여기자 로레타 매클로플린과 진 콜의 객관적인 태도가 있었기에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두 기자는 범죄자에게 사연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닌 '교살'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이름을 붙여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또한 잇따른 여성의 죽음을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보지 않았던 사회적인 인식과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 시민들의 삶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두 기자의 행동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편향된 뉴스를 만들고 이를 경각심 없이 소비하는 것이 만연한 요즘 사실을 마주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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